"수액 맞아가며 했어요"…30년 된 '갤로퍼 복원' 뒷이야기 [최수진의 나우앤카]

최수진 2023. 1. 2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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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된 갤로퍼 복원해달라" 의뢰에
전국 24명 전문가 투입해 단 18일 만에 복원
부품 수급 어려움 토로…"발품 팔아 수소문"
사진=MBC 예능 놀면뭐하니 화면 캡처


"체력적 한계에 부딪혔는데, 우리 드림팀은 수액을 맞아가며 끊임없이 열정과 투혼을 발휘해 갤로퍼 리스토어(복원)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지난 7일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뭐하니'에서 진행된 갤로퍼 복원 프로젝트에 참여한 홍도영 현대자동차 북부하이테크센터 그룹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밝힌 소회다. 이 프로젝트는 '30여년간 아버지의 소중한 발이 되어준 갤로퍼를 복원해 달라'는 한 의뢰인의 부탁으로 시작됐다.

홍도영 그룹장(왼쪽)과 손선익 명장/사진=현대차그룹 공식 미디어채널인 HMG저널 캡처

 30년 된 갤로퍼 복원..."부품 확보 어려웠다"

홍 그룹장과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손선익 하이테크랩 명장은 현대차그룹 공식 미디어채널인 HMG저널에 방송에 담지 못했던 이야기를 인터뷰로 전했다.

복원 프로젝트에는 홍 그룹장, 손 명장을 포함해 전국 현대차 하이테크센터의 우수 엔지니어 22명과 현대차그룹 내 사내 스타트업 '옛차' 연구원 2명까지 총 24명이 투입됐다. 차를 복원하는 데 걸린 시간은 주말을 포함해 단 18일이다.

이들은 갤로퍼가 워낙 오래된 모델이다 보니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손 명장은 특히 엔진을 비롯한 파워트레인 부품을 구하는 게 큰 난관이었다고 했다. 그는 "엔지니어들이 발품을 팔면서 전국 모비스 대리점을 수소문했고 애프터마켓 업체에도 문을 두드려 부품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복원 작업 당시 30년 된 갤로퍼는 완전히 망가진 상태였다고 한다. 홍 그룹장은 "입고 당시 시동도 힘겹게 걸렸고, 공회전 시에도 이상 소음이 발생했다. 엔진오일팬, 변속기 등 각종 부위에서 누유·누수가 다량 진행됐고 부식도 심각했다"며 "바디 하부 철판이 부식돼 프레임과 이탈할 우려가 있었고, 머플러도 부식돼 배기가스가 외부로 누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불쾌한 소음까지 유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랜 시간 자외선에 노출돼 각종 램프와 바디 페인트가 원래 색을 잃어버렸으며, 바디 몰딩도 변형돼 이탈돼 있었다"며 "철제 범퍼는 외부 충격에 의해 찌그러졌고, 연료탱크는 상당한 부식으로 연료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손 명장도 "서스펜션이 완전히 망가진 상태였다. 주행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웠고, 차체 흔들림을 억제하는 리어 댐퍼는 누유로 인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밀리는 브레이크, 교환 시기가 지난 타이어, 브레이크 분진이 고착된 휠 등 이외에도 여러 문제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성한 곳이 별로 없던 자동차를 어떻게 복원했을까. 차체 판금 작업은 부식된 부품 일부는 제거하고 일부를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복원했다. 손 명장은 "프레임은 구멍이 뚫린 관통 부식이 없었고 표면 부식과 일부 오염이 발생한 정도에 그쳐 내구성에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입고 당시 프레임의 모습/사진=현대차그룹 공식 미디어채널인 HMG저널


내장 복원 또한 인테리어 트림 중 상당수는 국내 재고가 없었다. 기존 인테리어 트림 중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것들은 살리는 방향으로 복원을 진행했다는 게 손 명장의 말이다.

그는 "부러진 것은 붙이고 일부는 새로 성형했으며, 변색됐거나 스크래치가 많은 인테리어 트림은 특수 도색으로 되살렸다"며 "출고 당시에는 직물 시트였지만 그동안 고객이 인조 가죽 커버를 씌워서 사용해왔는데, 기존 차량 상태와 유사하게 느낄 수 있도록 외부 업체 도움을 받아 인조 가죽 시트를 새로 만들어 장착했다"고 전했다.

엔진룸과 실내를 비롯해 차체 전반에 걸쳐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 배선인 와이어링 하네스 복원 또한 난관이었다. 홍 그룹장은 "엔진과 함께 구성되는 시스템인 자동차 전자제어장치(ECU), 계기판, 연료펌프, 각종 컨트롤 릴레이 등도 함께 달라졌다"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체 와이어링 하네스를 가솔린 모델의 것으로 교체했고, 기존 실내 전장품과 연결되도록 새로운 회로를 설계해 연결했다"고 했다.

엔진은 방송에도 나왔듯 가솔린의 V6 3000엔진을 새로 탑재했는데, 흡기 매니폴드에 각인까지 새로 넣었다. 손 명장은 "새로 탑재된 엔진은 갤로퍼 가솔린 사양에 장착되던 V6 3.0ℓ 엔진(6G7)"이라고 부연했다.

1세대 갤로퍼. 사진=현대차

 "고객이 안전하게 운전하길 바란다" 벅찬 소회

구조 변경 후에도 난관이 남았다. 자동차 성능 개조가 가능한 사업자 종목을 추가하기 위해 남부하이테크센터의 사업자 등록증까지 바꾸는 노력이 있었으나, 차량 인도를 하루 앞두고 배출 가스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

손 명장은 "첫 검사에서 질소산화물 과다로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배출가스 정화 장치인 촉매를 새로 구하려 모든 인맥을 동원해 3시간 만에 새 촉매를 구하는 데 성공, 그날 저녁 7시에 당당한 성적으로 재검사를 통과했다"고 귀띔했다.

홍 그룹장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개인적으로도 성장한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추운 날씨에도 헌신적 노력과 배려, 하나 된 마음을 보여준 드림팀 덕분에 1년 이상의 작업 기간이 소요되는 프로젝트를 짧은 기간에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손 명장도 "갤로퍼 고객이 오랫동안 행복하고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며 "방송을 보신 고객 여러분의 격려와 응원은 우리에게 크나큰 보람으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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