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자존심 지키던 사람"…신영균이 기억하는 윤정희

김정진 2023. 1. 20. 14:5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만나면 늘 '선생님, 나하고 마지막으로 꼭 한 작품 해요' 얘기했고, 나도 '그래. 꼭 같이 한번 하자'고 약속했는데. 아이고, 나보다 먼저 갔네요."

"윤정희 씨가 건강해서 더 오래 살아서 나하고 약속한 대로 마지막 작품을 했으면. '노인과 바다'라는 미국 영화 같은 스토리로 하려 했어요. 윤정희 씨가 해녀 역할을 하고 해서 우리가 제주도에서 좋은 작품 하나 하자, 이렇게 약속했죠. 이다음에 천당에 가서도 같이 한 작품 해야지요."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은의 기적' 등 약 50편 작품서 호흡…"최선을 다하던 배우"
"마지막으로 작품 하자던 약속 못 지켜…천당 가서도 같이 작품 할 것"
배우 윤정희와 신영균 2013년 11월 1일 배우 윤정희(왼쪽)와 신영균(오른쪽)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홀에서 열린 제50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서 레드카펫을 밟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만나면 늘 '선생님, 나하고 마지막으로 꼭 한 작품 해요' 얘기했고, 나도 '그래. 꼭 같이 한번 하자'고 약속했는데…. 아이고, 나보다 먼저 갔네요."

원로배우 신영균은 2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후배 윤정희가 먼저 세상을 떠난 데 대해 "(알츠하이머로) 고생하다 갔으니 가슴이 더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고인과 영화 '보은의 기적'(1967)부터 '화조'(1978)까지 약 50편의 작품을 함께했다. 흥행작으로는 '천하장사 임꺽정'(1968), '소라의 꿈'(1968), '저 눈밭에 사슴이'(1969), '여자로 태어나서'(1969), '이조 여인 잔혹사'(1969) 등이 있다.

이날 가족들과 일본 도쿄를 찾았다가 부고 소식을 접했다는 신영균은 "동경(도쿄)에 오니까 또 옛날 생각이 난다"면서 "김희갑 씨하고 나하고 처음 제작한 '저것이 서울의 하늘이다'(1970)라는 영화가 있다. 윤정희 씨하고 나하고 주연을 맡아 동경에서 촬영했던 때가 떠오른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배우 윤정희 별세 (서울=연합뉴스) 1960∼80년대 은막을 장식했던 영화배우 윤정희(본명 손미자)가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별세했다. 향년 79세. 사진은 지난 2014년 7월 25일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영영화박물관에서 신영균 회장과 전시물을 보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신영균은 "윤정희 후배하고는 작품을 제일 많이 했다"면서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는 배우"라고 기억했다.

"처음에 난 좋게 봤어요. 참 좋게 봤어요. 너무 열심히 하고 또 상대 연기자에게 부담을 주거나 그런 것 없이 아주 편안하게 해줘요."

윤정희의 연기에 대해서는 "카리스마가 있어서 다른 사람하고는 조금 다른 면이 있었다. 독특한 연기를 잘했다"면서 "자기 나름대로 캐릭터를 가지고 연기를 열심히 했다"고 회상했다.

또 "윤정희는 영화배우로서 자존심을 지키려고 애쓰던 여배우"로 기억했다.

"여배우들이 한참 인기가 있을 때 식사 자리에 초대를 많이 받아요. 그런데 윤정희 씨는 초대에 잘 응하지 않더라고. '자기는 배우로서 연기만 잘하겠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행동하는 걸 보면 아무나 만나서 식사하고 그러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 다 거절해가면서 시간을 아끼더라고요."

두 사람의 인연은 '연기 파트너' 그 이상이었다. 지난 2011년 재단법인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이 만들어질 당시 윤정희는 운영 이사로 참여해 신영균에게 힘을 보태기도 했다.

재단은 2020년 제10회 아름다운예술인상 시상식에서 공로예술인상 수상자로 윤정희를 선정했다. 당시 시상식에는 알츠하이머로 투병 중이던 고인을 대신해 배우자인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대리 참석했다.

신영균은 고인 생전에 '제주의 바다'라는 작품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었다며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윤정희 씨가 건강해서 더 오래 살아서 나하고 약속한 대로 마지막 작품을 했으면…. '노인과 바다'라는 미국 영화 같은 스토리로 하려 했어요. 윤정희 씨가 해녀 역할을 하고 해서 우리가 제주도에서 좋은 작품 하나 하자, 이렇게 약속했죠. 이다음에 천당에 가서도 같이 한 작품 해야지요."

stopn@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