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촌뜨기 도시 뒤집은 SK…링컨 고향에 7.1조 '통 큰' 투자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김익환 2023. 1. 1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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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촌뜨기 도시 켄터키주 르포
SK온, 포드와 손잡고 58억弗 투자
연간 포드 픽업트럭 82만대분 생산
5000명 고용…켄터키 최대프로젝트
韓 기업서 설비 2조원어치 들여와


미국인 사이에서 켄터키주 출신은 '두메산골 촌뜨기(힐빌리·hillbilly)'로 통한다. 광활한 옥수수밭과 초원이 펼쳐진 켄터키주는 테네시, 미시시피주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 시골이다. 하지만 미국인의 전통을 대표하는 고장이기도 하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과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의 고향이 켄터키다.

미국의 전통 깊숙이에 SK그룹이 포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켄터키 최대도시 루이빌에서 65번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차로 50분 거리인 글렌데일에 SK온과 포드가 50대 50으로 합작한 ‘블루오벌SK(BOSK) 켄터키’ 공장이 건설 중이다. 이 회사 공장 주변은 겨울철 밑동만 드러낸 옥수수밭과 농가만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이 공장은 벌써 한미 경제동맹의 상징으로도 떠올랐다.

美 포드 픽업트럭 82만대분 생산

지난 8일 찾은 BOSK 켄터키 공장은 628만㎡(190만평) 부지에 배터리 공장 2기를 짓고 있다. 축구장 880개 크기다. 1공장(43GWh)은 2025년에 2공장(43GWh)은 2026년에 완공된다. 두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는 연간 86GWh 규모다. 미국의 국민차로 꼽히는 포드 픽업트럭 전기차 모델인 ‘F-150 라이트닝’ 82만대가량에 탑재할 수 있는 규모다. 미국 단일 부지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로는 최대 규모다.

F-150은 미국에서 매년 수십만 대가 팔리는 시장 판매량 1~2위를 다투는 국민차다. 비포장길과 험로가 많은 미국에서는 한 집 걸러 한 집에 픽업트럭 한 대씩을 마련하고 있다.

BOSK는 114억달러(약 14조1500억원)를 투자해 켄터키주(86GWh)와 테네시주(43GWh)에 각각 배터리 공장 2개, 1개를 짓기로 했다. 켄터키 공장에만 대략 58억달러(약 7조1000억원)가 투자된다. 켄터키 1공장은 지난달 기공식을 하고 2025년에 배터리 셀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2공장은 2026년에 양산에 착수한다.

켄터키 최대 프로젝트…5000명 고용

이날 찾은 켄터키 공장은 건설 근로자들이 드나들면서 초기 터 잡기 및 철골 공사에 한창이었다. 대형 크레인을 비롯한 각종 중장비가 터를 단단히 다지기 위한 작업과 함께 철골을 세우는 작업 중이었다.

이날 일요일 날씨는 낮에도 흐리고 을씨년스러웠다. 하지만 휴일에도 출근한 근로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BOSK 시공사인 바튼 말로(Barton Malow)의 스티븐 프리드(Steven Freed) 시니어매니저는 "미시간에서 이곳으로 와서 근무하고 일주일에 6일가량을 일한다"며 "50~60개 주에서 온 직원들이 근무 중"이라고 말했다. 축구장 880개 크기에 부지에 1공장 철골 구조물만 세워져 있다. 건물은 32~35m로 10층 빌딩 높이와 비슷했다.

BOSK 켄터키 공장에 설치된 강철만 소방차 400대 무게에 달하는 7900t에 달한다고 밝혔다. 터를 다지기 위해 운반된 흙의 규모는 200여개의 미식축구 경기장을 채울 수 있는 430만입방야드 (yd³)에 달한다고 한다. 여기에 바닥 콘크리트 보강을 위해 투입된 철근은 코끼리 470마리의 무게와 맞먹는 3300t이다. 박창석 SK온 BOSK건설 Unit PL은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모두가 합심해 공장을 짓고 있다”며 “계획된 일정에 맞춰 공사는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 말했다.

BOSK 공장은 켄터키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민간 프로젝트다. 공사가 본격화하면서 켄터키 지역경제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BOSK는 켄터키 공장 등 건설을 위해 앞으로 5000명 이상의 인력을 고용할 계획이다. 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켄터키 공장 인근에 3900㎡(1180평) 규모로 ‘엘리자베스타운 커뮤니티앤테크니컬 대학(ECTC) BOSK 교육센터’도 들어선다. 내년에 문을 여는 이 시설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작업과 품질·제조 등을 교육할 예정이다.

앤디 베셔 켄터키 주지사도 지난달 기공식에 참석해 SK온과 포드의 투자에 감사를 표했다. 켄터키 엘리자베스타운에 거주하는 프리실라 모셔 (Priscilla Mosher) 씨는 “BOSK 켄터키 덕분에 이 지역에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기반 시설이 더 확충되고 발전을 이뤘으면 한다”고 말했다.

SK온, 세계 배터리 빅3 도약 

미국은 물론 한국 중견·중소기업도 상당한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이 공장에 들어가는 설비 2조원어치를 국내 기업에서도 조달할 계획이다. 신동윤 BOSK 사업관리부장은 “BOSK 참여하는 장비업체의 90%가 한국 기업"이라며 "한국 협력업체들이 간접적으로 해외 진출을 하도록 돕는 만큼 동반 성장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SK온은 2025년까지 미국에서만 배터리 생산능력을 180GWh로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해 배터리 시장점유율 5위인 이 회사는 미국 시장 공략을 바탕으로 2025년에는 '글로벌 탑3'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들 배터리는 포드 F-150 라이트닝은 물론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등에 탑재될 전망이다.

SK온 관계자는 “SK온은 미국에서 확고한 지위를 굳혀 가고 있다”며 “북미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를 이끄는 한편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켄터키(미국)=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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