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등으로 해마다 1만명 넘는 서울시민 조기 사망”

이승구 2023. 1. 1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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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韓 연구팀 조사 결과 “대기오염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 발병이 원인”
“행정구역별 거주 인구 고려 시보다 인구 이동 고려 시 조기 사망↑ 시민들, 대기오염 높은 시내 중심지서 많은 시간 보냈기 때문” 설명도
포근한 날씨로 미세먼지가 수도권 일대에서 '나쁨' 수준을 보인 12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방면이 뿌옇다. 고양=연합뉴스
 
최근 겨울철인데도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는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등이 연일 ‘나쁨’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으로 인해 매년 1만여 명이 넘는 서울시민이 조기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행정구역별 거주 인구를 고려했을 때는 연간 1만274명의 서울시민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조기 사망한다는 분석이 나왔고, 실시간 인구 이동 상황을 반영했을 때는 1만1183명이 조기 사망할 것으로 집계됐다.

인구 이동을 고려할 때 조기 사망자 숫자가 많은 이유는 시민들이 근무 등으로 대기오염이 높은 시내 중심지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13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싱가포르 난양 공과대학 스티브 훙-람 임 교수와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허연숙 교수 연구팀은 최근 2019년 서울의 대기오염도와 기상자료, 인구분포, 인구이동(교통정보), 토지이용 형태 등의 자료를 활용, 기계학습(랜덤 포레스트) 방식의 고(高)해상도 시공간 오염(LURF) 모델링을 수행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포근한 날씨로 미세먼지가 수도권 일대에서 '나쁨' 수준을 보인 12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방면이 뿌옇다. 고양=연합뉴스
 
연구팀은 500m 해상도로 서울시를 2429개 구획으로 나눠 초미세먼지(PM2.5)와 이산화질소(NO2) 등 지점별 대기오염을 분석한 다음, 심혈관질환 등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또한 40개 대기오염 자동측정망에서 1시간 단위로 측정되는 오염도 수치에서 일·월·연 평균치를 구해 계절별 오염 특성 파악했고, 24시간을 주기로 오염도가 시간대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도 분석했다.

그 결과, 2019년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평균 26.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었다. 아침 피크 시간(오전 8~11시)에는 평균 27.21㎍/㎥, 낮에는 25㎍/㎥였으며, 지역별로는 영등포구와 성북구에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산화질소는 24시간 주기 전체의 평균이 28.97ppb였고, 아침 출근 시간 피크 때는 31.57ppb, 저녁 퇴근 시간 피크 때는 31.38ppb의 오염도를 나타냈다. 지역별로는 영등포구와 노원구, 강남구가 높았다.

일반 측정지점 25곳의 연평균은 28.01ppb, 도로변 측정소 15곳에서는 평균 40.56ppb였다.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으로 인해 매년 1만여 명이 넘는 서울시민이 조기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연구팀은 초미세먼지는 중국 등에서 오는 ‘월경성 오염’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산화질소는 자동차 등 ‘국지적인 오염 배출’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조기 사망 숫자를 두 가지 방법으로 산정했다.

행정구역별 거주 인구를 고려한 ‘정적(靜的) 인구 모델’에서는 서울시민의 대기오염 조기 사망을 연간 1만274명으로 분석했다. 이 가운데 초미세먼지가 원인이 된 사망이 6640명(64.6%), 이산화질소 원인이 3624명(35.3%)으로 추정됐다.

서울을 1만9153개 구역으로 쪼개 이동통신사를 통해 확보한 통화 데이터로 실시간 인구 이동 상황을 반영한 ‘동적(動的) 인구 모델’에서는 조기 사망이 1만1183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초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이 7261명(64.9%), 이산화질소 원인이 3922명(35.1%)으로 분석됐다.

시민들이 근무 등으로 대기오염이 높은 시내 중심지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탓에 동적 인구 모델에서 조기 사망자 숫자가 많았다. 

동적 인구 모델에서 초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 원인을 세부적으로 보면 심혈관 질환이 5450명,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284명, 허혈성 심장 질환 840명, 폐암 678명이다. 이산화질소의 경우는 심혈관 질환이 2129명, COPD가 194명, 허혈성 심장질환이 799명, 폐암이 801명이었다.

서울의 대기오염 건강영향은 주로 뇌졸중을 비롯한 심혈관계 질환이 원인이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500m 공간 해상도로 초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의 시공간적 변화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환경보건 연구와 대기 질 관리에 필수적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11일(현지시간) 발표됐다.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으로 인해 매년 1만여 명이 넘는 서울시민이 조기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한편, 지난해에는 서울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18㎍/㎥로, 이산화질소는 0.021ppm으로 측정되는 등 최근 서울의 대기오염이 개선되고 있다. 이는 2020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상황으로 국내외 오염 배출이 줄고, 오염 대책이 시행된 덕분이다.

서울의 공기 질이 개선된 점을 고려하면 조기 사망자도 2019년보다는 줄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2015년에는 인하대 의대 임종한 교수팀이 서울 등 수도권 전체에서 2010년 기준으로 1만5343명이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임 교수팀은 당시 대기오염을 방치할 경우 2024년 수도권 전체 조기 사망자가 2만5781명으로 늘어나고, 대기오염을 규제할 경우 2024년 1만866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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