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배송원은 '프로 어르신!'… "노인 일자리 고민의 산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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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씨는 주식회사 내이루리가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한 '옹고잉'에서 1년째 프로(실버 배송원)로 일하고 있다.
옹고잉은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탐구하던 청년사업가 정현강(28) 내이루리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옹고잉은 노인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비교적 낮은 단가에 전담 배송원 체제를 실현했다.
정기배송이 노인 일자리 문제 해결의 정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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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노인 일자리 고민한 끝에
지난해 정기배송 서비스 '옹고잉' 시작
월물량 1300% 껑충, 근속률 90% 달해
"양질의 노인 일자리 더 많이 만들겠다"
# 6일 낮 12시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 앞에 검은색 경차 한 대가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이는 65세의 배송원 염승필(65)씨. 그의 손에는 10인분의 도시락을 담은 가방 두 개가 들려 있었다. 염씨는 건물 2층에 도착해 도시락을 내려놓자마자 능숙하게 ‘배송 인증샷’을 찍은 뒤 다음 배달 장소로 향했다.
염씨는 주식회사 내이루리가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한 ‘옹고잉’에서 1년째 프로(실버 배송원)로 일하고 있다. 옹고잉은 어르신을 뜻하는 한자 옹(翁)과 간다는 뜻의 영어 고잉(going)을 합쳐 만든 용어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시니어(55~74세) 인력을 기반으로 정기배송을 한다. 현재 평균 연령 68세의 노인 50명이 서울 전역에 도시락을 실어 나르고 있다.
옹고잉은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탐구하던 청년사업가 정현강(28) 내이루리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폐지 줍는 노인들이 단초가 됐다. “노후 소득보장이 취약해 퇴직 연령을 넘겨도 일하려는 어르신이 많아요. 하지만 정보기기 숙련도, 체력 등 노동경쟁력이 떨어져 구직이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정부가 손 놓고 있던 건 아니다. 노인 빈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공공형 노인 일자리 등의 대책이 나왔다.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었다. 이들은 환경미화, 경비, 주차 관리 등 노동환경이 열악하고 임금이 낮은 일터에 몰리고 있다. 한 달에 최대 30시간 복지관, 학교 등에서 풀뽑기, 청소 등의 간단한 보조활동을 하면 27만 원을 주는 식이다.
정 대표는 이런 일자리 대책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봤다. 그는 “정부가 시행 중인 공공형 노인 일자리는 100% 세금에 기댄다”며 “2025년이면 전체 인구의 20%가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텐데, 지속 가능성이 보장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생산성이 없다는 얘기다.
오랜 고민 끝에 탄생한 노인 일자리가 정기배송 서비스다. 정기배송이 자리 잡으려면 정규직급 전담 배송원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업무 난이도가 높지 않아 일반 배달만큼 높은 단가는 제공하지 못한다. 게다가 기존 배달인력 시장은 만성적 구인난에 시달려 정규직 기사를 찾기는 더더욱 어렵다.
조건이 딱 맞는 대상은 따로 있었다. 급여가 조금 적더라도 위험도가 낮고 안정적인 일을 선호하는 고령 구직자다. 옹고잉은 노인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비교적 낮은 단가에 전담 배송원 체제를 실현했다. 업무 환경도 고령 노동자의 특성에 맞게 설계해 유연 근무제를 실시하고, 자체 개발한 ‘시니어 특화’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했다.
결과는 대성공. 1년 새 월 물량은 1,300% 껑충 뛰었고, 고객사 이탈도 없었다. ‘근속률 90%’ 수치에서 보듯, 직원들의 만족도 역시 컸다. 성공 비결은 노동자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데 있었다. 옹고잉 프로는 원하면 주5일 6시간씩 일하고 한 달에 최대 180만 원을 가져갈 수 있다. 여기에 그저 ‘시간 때우기’가 아닌 ‘노동시장에 기여한다’는 자긍심은 업무 의욕을 더욱 고취시켰다.
정기배송이 노인 일자리 문제 해결의 정답은 아니다. 정 대표의 실험은 진행형이다. “지하철 퀵서비스, 화환 배달 등 이미 많은 시니어가 일하는 물류시장을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노인 일자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사람이 필요한 시장과 시니어를 연결하다 보면 언젠가 해법이 나오지 않을까요?”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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