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차’ 김유열 EBS 사장 “제2의 펭수 나온다…미래형 디지털 서비스 출범 눈앞”

2023. 1. 1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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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압박 불구 공영방송 책임 다해야
3대 목표·9대 과제·10대 기획 추진
저출산·독서율 저하 깊이있게 다뤄
교육 혁신에 대한 해법도 제시할 것
디지털 미래형 서비스로 경쟁력 ‘업’
김유열 EBS 사장. [EBS 제공]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공영방송으로서 EBS의 책임을 다하고자 3대 목표·10대 기획을 추진할 것이다. 더불어 ‘제2의 펭수’와 함께 디지털 혁신 이루겠다”

김유열 EBS 사장이 취임한 지 10개월 여가 지났다. EBS 직원 출신 사장인 그는 취임 2년차를 맞아 평소 구상했던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고 있다.

김 사장은 콘텐츠 기획, 개발, 편성을 담당하는 편성기획부장을 무려 세 차례나 역임했다. 동시에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로 양질의 콘텐츠들을 생산하는 걸로 유명하다. 그가 기획과 연출에 참가해 큰 반응을 일으킨 프로그램은 ‘노자와 21세기’ ‘신들의 땅 앙코르’ ‘다큐프라임’ ‘세계테마기행’ ‘한국기행’ ‘극한직업’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당신의 문해력’ 등 무수히 많다. 2023년 EBS 콘텐츠와 경영에는 김유열 사장의 색깔과 개성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 김 사장이 헤럴드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 2023년 새해다. 어떤 경영을 펼칠지 궁금하다.

▶지난해 3월 취임하자마자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재정 압박이 왔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였다. 코로나 환경에서는 흑자였다. EBS도 원격교육을 하며 교육공백을 줄였다. 온라인 사용률은 높아졌다. 하지만 코로나가 해제되면서 온라인 이용률 뿐만 아니라 책 판매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4~12월은 개구리가 점핑을 하기 위해 움츠리듯이 자원을 아끼는 시간이었다. 지난 두 달 동안도 위기로 보고 비상경영을 했다.

하지만 EBS는 공영방송이다. 해야 할 일을 안 할 수 없다. 사장이 되자마자 보여주고 싶은 게 있었지만 힘을 비축한 후 2023년에 제대로 갖춰 도전해보자는 거였다.

올해도 특별히 재정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초긴축으로 적자를 줄일 것인가, 아니면 공영방송 원래 비전을 실현에 옮길 것이냐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다 후자를 택했다.

-위기라고 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달라

▶안타깝게도 올해에 적자 예산을 편성했다. 그래도 콘텐츠 제작 예산은 작년보다 증액했다. 혁신에 투자하기로 했다. 국민과 시청자들이 갈망하는 것을 찾아 우리가 먼저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것이 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는 길이라고 확신한다. 이 길에 저희 EBS 임직원들이 모두 혼신을 다할 것이다.

김유열 EBS 사장. [EBS 제공]

-신년사에 야심찬 계획이 보인다.

▶올해 경영목표를 ‘공영성 강화’ ‘콘텐츠 대혁신’ ‘상생협력 강화’로 설정했다.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9가지 세부 실천 과제와 10대 기획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10대 기획의 주요 내용은 작년 4월 신설한 교육비전프로젝트국을 통해 준비됐다, 여러 조사와 내부 토론을 거쳐 고질적인 문제인 저출산 문제, 독서율 저하 문제, 교육 혁신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데 집중한다. 이와 관련된 고품격 다큐가 사전기획되었으며 일부는 제작 중이다.

-3가지 주제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저출산 문제와 독서율 저하 문제는 임기 중 적당히 다룰 이슈가 아니라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하는 ‘펀더멘탈’이다. 문제점과 솔루션까지 포함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해 ‘다큐멘터리 K’라는 제목으로 주 2회 편성된다.

BBC는 한국 저출산을 ‘출산파업’이라는 용어로 표현했고, 블룸버그도 언젠가는 한국 인구가 반으로 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저출산 문제는 공감은 하지만 회피하는 이슈다. 당장 급하지 않을 수 있다. 매우 복합적인 문제라 맥락을 잘못 끄집어내다가는 공격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심각한 위험 인자는 없다. 용기가 필요하다.

저출산은 워낙 국가의 존립과 관련된 문제라서 정부 등 사회 각계가 노력 중이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해결이 가능한 일이기도 하고 해법도 다양하다. 이 부분에 EBS가 방송을 통해 기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EBS는 다큐를 통해 대입 제도, 부모교육, 올바른 육아, 인문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런 노하우를 살려 저출산 문제에 매달려보겠다.

-독서율 저하 문제는 어떤 방향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려고 하는가

▶선진국이 되려면 물질적으로 발전하는 것과 함께 정신적인 부분이 같이 따라가야 한다. 독서는 또한 다양한 분야의 인재 양성을 통한 국가 발전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대한민국이 독서 순위가 192개 국가 중 166등이라는 통계도 있다. 심지어 지식인도 책을 잘 안 읽는다. 책을 안 읽는 문제가 단순히 지적 수준의 하락이 아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디지털에서 얻는 정보가 이를 대체할 수 없다. SNS는 자기 편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반면 다른 사람은 배척한다. 독서를 하지 않는 게 공동체 붕괴로 이어진다는 말도 있다. 민주주의가 위협 받고, 사회 윤리도 붕괴될 수 있다. 윤리는 타자를 전제로 해서 유지되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는 지식습득은 배려 없는 사회를 만들어낸다. 독서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사랑하지 않는 사람까지도 만나게 해 삶의 간접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데이터를 독점한 사람이 신인류를 만들어, 빅데이터를 가진 신귀족과, 못가진 신노예로 양극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견했다. 한국 사회도 새로운 상류사회, 지배계층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책 읽는 사람이 될 것이다.

EBS가 작년에 ‘위대한 수업’ ‘문해력’ 관련 콘텐츠를 만든 것도 그런 차원에서 출발했다. 올해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책 읽은 문화 조성에 기여할 다큐를 방송하고 독서 캠페인도 전개한다.

교육 혁신도 EBS가 존재하는 이유다. 교육격차의 해법, 혁신적인 교과서, 대학의 근본 문제, 세계의 교육현장 등 굵직한 교육 다큐멘터리가 여러 개 나올 예정이다.

-지난 12월에 한국 갤럽 정규조사에서 EBS ‘세계테마기행’이 시사교양부문 1위를 올랐는데, 비결이 궁금하다.

▶‘세계테마기행’은 제가 편성부장 시절에 기획한 것이라서 더욱 좋았다. 당시 ‘세계테마기행’ ‘한국기행’을 평일 주요 시간대에 배치하는 것에 대해 내부 논란이 있었다. 얼마나 가겠냐는 회의론도 있었다. 그런데 올해로 15년 째 접어들었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굳이 비결을 말씀드린다면 시청자의 관심이 어디로 가고 있나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우리 편성과 제작 부서에서 혼신을 다해 올해 내놓을 프로그램들도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드는 것이라서 기대하셔도 좋을 듯 하다.

'세계테마기행' 이미지ㅣ. [EBS 제공]

-작년 12월에 캄보디아에 교육방송 수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떤 내용인가?

▶작년 12월에 EBS가 지원한 캄보디아의 온라인·모바일 기반 교육방송 ‘EBC(Educational Broadcasting Cambodia)’이 캄보디아 프놈펜에 설립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ODA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캄보디아 교육 방송 구축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EBS는 2020년부터 3년 간 캄보디아 현지 교육 환경에 최적화된 교육 콘텐츠 제작 시설 구축과 운영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콘텐츠 기획·제작과 방송 분야 별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연수를 국내와 현지에서 실시했다. 그 결과 2021년부터 캄보디아에서 교육 콘텐츠를 직접 기획·제작했고, 현재까지 약 5000여 편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성과가 나왔다.

사실 이번 캄보디아를 지원하게 된 계기는 2016년 설립된 베트남 교육 채널 ‘VTV7’ 때문이다. ‘VTV7’은 베트남이 대한민국 교육 발전에 EBS가 크게 기여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된 베트남 정부가 EBS와 한국 정부에 적극적으로 요청해 만들어졌다.

수 년간의 걸쳐 EBS의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에 노하우가 베트남에 전수됐다. 지난 2020년에는 EBS의 ‘건축탐구, 집’이 방송되는 등 ‘VTV7’을 통해 EBS의 많은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 이 소식을 듣고 된 캄보디아가 EBS 시스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 일행도 EBS를 방문해 방송과 온라인 교육 시스템에 대한 국제협력을 논의했다. 한 나라의 교육과 문화를 수출한다는 의미에서 일반 상품의 수출과는 비교된다. 앞으로 EBS 시스템이 고도화되면 세계가 더욱 주목할 것이라고 본다.

-올해 신년사에서 ‘콘텐츠 혁신’과 함께 강조하신 것이 ‘디지털 미래형 서비스’였는데, 무슨 내용인가?

▶곳곳에서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데 교육 분야도 마찬가지다. EBS가 가려고 하는 교육 혁신의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EBS는 방송만 하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상당한 수준에 오른 미래형 교육서비스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단추’라고 불리는 AI(인공지능)기반의 학습 지원 서비스는 AI가 학습 수준을 분석하여, 수준에 맞는 최적의 강좌와 문제를 추천해 주고 다른 학습자와 비교·분석해 취약점을 알려주는 인공지능 서비스다. 지금은 EBS 초중고 학습에 모두 적용되고 있다.

또 하나는 인공지능 AI말하기 서비스인 ‘펭톡’이다. 최첨단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한 ‘AI펭톡’은 자기 주도적으로 영어를 학습할 수 있도록 개발된 영어 말하기 연습 프로그램이다. 현재는 초등학교 3~6학년 대상으로, EBS 인기캐릭터 ‘펭수’와 AI와 1대 1 대화를 주고받으며 영어 말하기 실력을 키울 수 있다.

제2의 펭수도 나올 것이다. 또한 요즘 대세인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EBS 교육 메타버스 ‘위캔버스(WeCanVerse)’가 4월 출범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중이다.

'위대한 수업'에 나온 세계 명사들. [EBS 제공]

-‘위대한 수업’도 작년에 큰 이슈가 됐다. 올해 계획은?

▶시즌 1에 이은 작년 8월부터 시작한 ‘위대한 수업 시즌 2’에 대한 호응이 대단했다. 제인구달, 제레미다이아몬드 뿐만 아니라 최근에 아바타2의 감독 제임스 카메론의 강의에 대해 크게 주목했다.

올해 초에는 아담 쉐보르스키, 스티븐 월트, 베스 시몬스, 윌 킴리카 등 세계적인 정치학자들이 출연한다. 6월까지 시즌 2를 마무리하고 더 좋은 계획도 선보이겠다. 계속해서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다.

-직원들에게 어떤 말을 하시는지?

▶올해 신년사에서 직원들에게 경영혁신을 체계화하여 구조적인 적자를 탈피하고 공적 책임을 다 할 수 있는 자생적인 조직으로 자리매김하자고 말했다.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저는 저희 직원들을 믿는다. EBS는 위기 때마다 하나가 되어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오히려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그 과정에서 생긴 우리 직원들의 특별한 DNA를 믿는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EBS는 100% 정부 출자, 100% 연예와 오락이 없는 공익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그럼에도 아직 운영재원의 30%가 공적재원이고 나머지 70%는 자체적인 수익사업을 통해 벌어야 한다. 게다가 기초학력 보완 콘텐츠 등 공교육에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평생교육 콘텐츠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공익적인 요구 조건을 맞추면서 공적 재원 비율은 낮은 상태에서 수익도 올리라는 건 이율배반적인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수신료를 올려주면 제작하겠다고 기다릴 수도 없다.

EBS가 보유한 100만 문항, 16만 강의 등 다양한 콘텐츠를 AI 메타데이터로 고도화하여, 학생들의 개인별 수준에 맞는 수업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기초학력을 향상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구독 콘텐츠의 성장률도 높아 수익 창출 전망도 좋은 편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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