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 두려운 부모들에게 추천하는 전시회 5곳

한겨레 2023. 1. 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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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가면 좋은 전시회들
알버트 왓슨전의 교육 프로그램인 ‘아트 스튜디오’에 참여한 아이들이 카메라를 만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방학이 두려운 부모들에게 집 밖 나들이도 막힌 코로나19는 ‘고통’이었다. 최근 해돋이 행사와 지역축제들도 기지개를 켜며 일상을 회복하는 가운데, 겨울방학 동안 아이들과 함께 가면 좋은 사진·그림 전시회들을 소개한다.

나도 사진작가 되어볼까, 알버트 왓슨전

지난 8일 오후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작가 ‘알버트 왓슨’ 전시장 바로 옆에 마련된 미술실에서는 어린이 5명의 카메라 만들기가 한창이었다. 예술교육기관인 ‘미술관이야기’의 교육 프로그램인 ‘아트 스튜디오’에 참여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어린이부터 초등학교 4학년까지 아이들은 마분지를 접고 붙여서 카메라 몸통을 만든 뒤 몸통 앞에는 종이를 둥글게 말아 붙여 렌즈도 만들었다. 볼록렌즈를 장착하고 카메라 몸통에 끈까지 연결해 목에 걸자 아이들은 모두 사진 작가가 된듯 어깨가 으쓱했다.

“이게 바로 옵스큐라 카메라입니다. 최초의 카메라 형태입니다.” 강사는 세계 최초의 사진부터 시작해서 사진의 역사와 원리를 설명한 뒤 아이들과 함께 알버트 왓슨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먼저 알버트 왓슨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영화 감독 히치콕이 오리를 들고 있는 사진 앞에 섰다. 강사는 왓슨이 어떤 배경에서 이런 구도의 사진을 찍게 됐는지 재미나게 설명했다. 아이들은 “무서워요” “이상해요”라면서도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강사가 나사 우주복 사진, 침팬지 사진, 스티브 잡스 등 인물 사진, 풍경 사진 등 왓슨의 대표작들을 설명할 때마다 아이들은 귀를 쫑긋해 들으면서 각자의 사진기로 작품들을 찍는 포즈를 잡기도 했다. 역시나 아이들의 눈길을 가장 오래 붙드는 사진은 동물 사진들이었다. 반면, 아이들의 품평이 가장 많이 나오는 사진은 풍경 사진들이었다. “영화 속 한 장면 같아요” “안개 뒤에서 뭔가 나올 거 같아요” “파란색 하늘이 예뻐요” “사진에 전깃줄이 없었으면 더 좋았을 거 같아요” 등 풍부한 감수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시 미술실로 돌아온 아이들 앞에는 수십장의 인물 사진과 동물 사진들의 필름이 쌓여 있었다. 아이들은 이중에서 인물 사진 필름 1장과 동물 사진 필름 1장을 골라 이들을 겹쳐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 뒤 색칠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창작 활동을 했다. 이는 알버트 왓슨의 창작 방식에서 모티브를 따온 활동으로, 아이들은 꽤나 진지하게 몰입했다. 박보경(9)양은 “평소에는 바빠서 미술관에 잘 못 오는데 방학이어서 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며 “내가 좋아하는 전시 관람도 하고 만들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니까 아주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윤우(10)군은 “미술을 좋아해서 전시회에 자주 오는데, 관람을 한 뒤에 만들기와 그림 그리기를 하면 내가 꼭 화가가 되는 기분이라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미술관이야기 쪽은 “보통 도슨트 설명은 아이들에게 어려운데,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스토리텔링을 아이들과 질의응답을 하면서 쌍방향으로 진행하니까 인기가 많다”면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려서부터 예술에 대한 접근도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감수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5세부터 16세까지 아동·청소년이라면 네이버에 ‘미술관이야기’를 검색해 이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알버트 왓슨전을 체험할 수 있다.

‘아트 스튜디오’에 참여한 아이들이 작품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들으며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패션’이나 ‘사진’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이나 성인 관람객에게도 왓슨전은 매력적인 전시회다.

패션 사진계의 마에스트로인 알버트 왓슨의 이번 전시회는 국내 첫 회고전이자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대규모로 진행되는 행사다. 1960년대 초기작부터 최초로 외부에 공개되는 최신작까지 총 125점을 선보이고 있다. 앨프리드 히치콕, 스티브 잡스 등 한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 사진과 모로코와 라스베이거스 사막의 풍경, 투탕카멘의 장갑이나 나사의 우주복 같은 오브제 작업 등까지 반세기 넘게 축적된 왓슨의 작품 연대기를 만나볼 수 있다.

‘사진작가들의 사진작가’라는 평가를 받는 왓슨은 태어날 때부터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장애가 있지만 카메라의 눈을 빌려 세상의 아름다움을 사진이라는 매체에 담아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왔다. 40년간 100회 이상 패션 잡지 <보그>의 표지를 촬영한 상업 작가이지만 자연과 인물, 정물 등 장르와 주제를 가르치 않고 다수의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그의 상업적인 작품들과 예술적인 작품들을 두루 만나볼 수 있다. 3월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상상력 폭발, ‘빈센트 발: 아트 오브 섀도우’

‘빈센트 발: 아트 오브 섀도우’ 전시회는 아이들의 호기심과 작가의 재기발랄함이 ‘반짝반짝’ 만나는 전시회다. 가위, 채칼, 그릇 등 일상에서 쓰는 다양한 소품들의 그림자가 간단한 일러스트와 만나서 완

빈센트 발의 작품. ⓒ shadowology by Vincent Bal

성되는 그림들은 때로는 만화적이고 때로는 풍자적이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예컨대, 감자칼의 그림자는 마치 그랜드피아노처럼 보인다. 흰색 도화지에 비친 감자칼 그림자 위로 피아노 치는 신사를 그리면 멋진 피아니스트의 그림이 완성된다.

이들 작품들의 작가는 벨기에 출신 영화감독인 빈센트 발이다. 그는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가 흰 종이 위에 드리워진 컵의 그림자가 코끼리의 코 모양으로 보이자, 이 그림자에 약간의 드로잉을 그려넣어서 앙징맞은 코끼리를 완성했는데, 이것이 ‘그림자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새로운 커리어의 시작이 되었다. 그의 작품들은 뛰어난 관찰력과 탁월한 상상력을 보이지만 그는 “나보다는 햇빛이 훨씬 대단한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항상 태양과 빛이 그림을 그리게 놔두고 거기다 몇 줄의 선만 더할 뿐”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직접 그림자 일러스트를 체험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인터넷에는 “기발하다” “상상력이 끝도 없다”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힐링된다”는 관람객들의 호평이 많고, “특히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후기가 많다. 4월23일까지 서울 잠실 뮤지엄209.

‘미라’ 속살까지 살펴볼까, ‘이집트 미라전’

고대 이집트는 세계 문명 발상지답게 인류 역사의 시원을 들여다볼 수 있는 보물창고다. 특히 역사에 관심이 있든 없든 ‘미라’는 아이들의 눈을 반짝이게 하는 호기심의 대상이다. ‘이집트 미라전: 부활을 위한 여정’은 전세계 5대 이집트 컬렉션으로 꼽히는 네덜란드 국립 고고학박물관의 이집트 컬렉션을 가져왔다. 이번 전시회는 미라관 15점, 사람 미라 5구, 동물 미라 8구 등 네덜란드 국립 고고학박물관의 이집트 컬렉션에서 선별된 250여점의 유물들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최신 CT 스캔 기술로 사람 미라 3구와 동물 미라 1구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관람객들은 붕대를 풀지 않고도 디지털 기술로 미라를 벗겨내고 인체의 가장 미세한 부분까지 볼 수 있다. 3월26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이집트 미라전을 관람하고 있는 관람객들.

따스한 감성의 앤서니 브라운, 에바 알머슨

초·중 교과서에 실리는 등 한국에서 더욱 사랑받는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전시회는 어린이 그림 전시회의 ‘답정너’다. ‘앤서니 브라운의 원더랜드 뮤지엄전’은 신작 <넌 나의 우주야>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 원화 작품을 아시아 최초로 공개하며 그 외 60점 이상의 원화가 국내 최초로 소개된다. 

‘앤서니 브라운의 원더랜드 뮤지엄전’의 예술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예술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앤서니 브라운의 셰이프 그림책’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도슨트 투어와 함께 앤서니 브라운의 대표적인 ‘셰이프 게임’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생각과 상상력을 공유하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체험 프로그램은 누리집(www.gdfac.or.kr)에서 예매할 수 있다. 2월19일까지 서울 강동구 강동아트센터.

‘행복을 그리는 화가’라 불리는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의 그림도 어린이들을 비롯해 전연령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이번 전시회는 25만명 관람을 기념해 오는 3월까지 관람을 연장하는 동시에 신작도 공개한다. 3월12일까지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

글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사진 각 전시회 제공

에바 알머슨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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