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대맛] ‘새콤달콤’ 한입의 행복, 감귤 열전

박준하 2023. 1. 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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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대맛 (36) 겨울엔 감귤

겨울이 되면 탐스러운 감귤이 익어간다. 추운 날 방을 뜨끈하게 데워놓고 손톱이 노래질 때까지 감귤을 까먹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다양한 감귤 품종이 어떻게 다른지 속속들이 비교해봤다.

귤(밀감) - 단맛·신맛 조화로워…사시사철 먹을 수 있어

흔히 밀감(온주밀감)을 감귤이라고 부르지만 원래는 자몽·레몬·라임 등 귤속 전체를 아우르는 말이다. 과거 소비자들이 접한 감귤이 현재의 밀감밖에 없어 이를 감귤이라 부르다가 굳어지게 됐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귤은 감귤속의 한 품종이다. 귤은 어감 때문에 우리말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한자인 귤나무 ‘귤(橘)’ 자를 쓴다. 노지와 시설하우스에서 널리 재배해 사실상 사시사철 먹을 수 있다.

귤은 색상이 주황색이고 크기는 아기 주먹만 하며 껍질이 부드러워 벗기기 쉽다. 과육은 단맛과 신맛이 알맞게 어울리고 껍질은 귤피라고 부르며 차를 만들 때 쓴다. 귤은 상자째로 보관하면 쉽게 곰팡이가 생겨 간격을 떨어뜨려 놓거나 주스로 만든 다음 냉동 보관하는 걸 추천한다.

 

한라봉 - 백록담 같은 봉우리 모양…제주 특산품 유명

<한라봉>은 <청견>과 <병감>을 교배해 육성한 품종으로 1∼3월 수확한다. <청견>은 <온주밀감>과 오렌지의 교잡종이고 <병감>은 껍질을 벗기기 쉽고 당도가 높다.

<한라봉>은 샛노란 색에 독특한 외형을 지녔다. 크기는 밀감의 2∼4배다. 특히 윗부분이 마치 한라산의 백록담 같은 봉우리 모양이라서 제주를 상징하는 특산품으로 유명하다. 2000년대 이후부턴 제주뿐만 아니라 전남·경남에서도 <한라봉>을 재배한다.

겉껍질은 오렌지보다 단단하고 알맹이는 알차며 달콤새큼하다. 봉우리 부분을 똑 뗀 다음에 껍질을 벗기면 편하다. 감귤과 마찬가지로 비타민C가 많고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뛰어나 항산화에 좋다.

천혜향 - 하늘이 내린 향기…육질 부드럽고 달착지근

3월 중순부터 수확하는 품종으로 시설하우스 재배를 한다. <청견>과 <앙콜>을 교배한 품종에 다시 <마코트>를 접붙여 육성한 것으로 감귤과 색이 비슷하지만 크고 약간 넓적하며 동그랗다. 껍질 강도는 오렌지와 비슷하지만 두께가 얇아 손으로 어렵지 않게 깔 수 있다.

‘하늘이 내린 향기’라는 이름을 가진 만큼 껍질을 벗겨내면 상큼한 냄새가 온 방 안에 퍼진다. 입안에 넣으면 육질이 부드러워서 ‘사르르 녹는다’는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귤보다는 신맛이 적고 달착지근하다.

감귤 품종 중에선 단연 비타민C 함량이 많아 1개만 먹어도 하루 권장량을 채울 수 있다. 신진대사가 원활하도록 도우며 환절기 감기 예방에도 효능이 있다.

 

레드향 - 선물용으로 제격…신맛 적어 호불호 없어

농가들 사이에선 ‘1월엔 <레드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연초에 먹는 과일맛이 끝내준다. 보통 1월 중순쯤 수확하며 시설하우스 재배를 한다. <서지향>에 <병감>을 교배한 품종으로 <레드향>이라는 이름처럼 다홍빛에 가까운 붉은색에 밀감보다 크다. 껍질이 얇아서 선물용으로 그만이다. 다만 <레드향>은 다른 과일보다 저장성이 약해 본래 맛을 즐기려면 제철에 먹는 걸 추천한다. 성숙기가 어느 정도 지나면 맛이 달라질 수 있다.

육질이 부드럽고 당도는 <한라봉>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신맛이 적어서 호불호가 없다. 너무 익혔다면 주스로 먹어도 좋다. 제주 동문시장에 가면 <레드향>으로 만든 주스를 파는 가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황금향 - ‘감귤계의 수박’ 과육·수분 풍부…신맛 적당

한국에선 2009년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남향>과 <천초>를 교배한 품종으로 노지에선 12월부터 수확한다. 최근엔 8∼9월 이른 추석에 맞춘 조기 출하로 당도가 떨어진 상품이 많이 나와 문제가 되기도 했다. 아무래도 제철 맞은 <황금향>이 가장 맛있다는 이야기.

모양이 동글동글하고 껍질이 붉어서 마치 오렌지 같다. 껍질을 벗기기 어려운 게 흠이지만 알맹이는 부드럽고 달콤하다. 껍질에 칼집을 낸 다음에 벗기면 훨씬 수월하다.

‘감귤계의 수박’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과육이 풍부하고 수분이 많은 편이라 한개만 먹어도 입안에 과일즙이 가득 찬다. 당도는 <한라봉>과 비슷하고 식욕을 돋워줄 정도의 적당한 신맛도 있다.

박준하·지유리 기자, 사진=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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