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다니?"...'가객' 김광석 사망[그해 오늘]

이연호 2023. 1. 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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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전 오늘 사망...생전 6장 앨범 발매·1000회 공연 대기록도
"이 사람 노래가 내 마음을 읽습니다"...많은 팬들 삶에 위안
"따뜻한 사람"...그가 후배들 찾는 날엔 늘 치킨 냄새가 진동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오마니 생각나는구만. 근데 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다니? 야, 야! 광석이를 위해서 딱 한 잔만 하자우” 지난 2000년 개봉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북한군 중사 오경필로 분한 배우 송강호의 대사다.
사진=‘김광석길’ 홈페이지 화면 캡처.
오경필이 말한 ‘광석’은 ‘가객(歌客)’, ‘노래하는 철학자’ 등으로 불렸던 전설의 싱어송라이터 김광석을 가리킨다. 27년 전인 1996년 1월 6일은 바로 그 김광석이 사망한 날이다.

김광석은 1964년 1월 경상북도 대구시(현 대구광역시) 대봉동 방천시장 전업사집 3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5세 때던 1968년에 가족과 함께 서울로 이주해 사실상 서울이 고향이다. 또 사망할 때까지 죽 서울에서 살았기에 서울 방언을 구사했다.

중학교 시절 현악부 활동을 하며 선배들에게서 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를 다루고 악보 보는 법을 배우며 음악에 눈을 떴다. 이후 1982년 명지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이후 대학 연합동아리 ‘연합메아리’에 가입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그의 상징과도 같은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1984년 12월 ‘노래를 찾는 사람들’ 1집에 합류해 활동했으며, 군 제대 후인 1987년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밴드 ‘동물원’을 결성해 1집과 2집 녹음에 참여한다. 그는 생전 정규 음반 4장, 리메이크 앨범 2장 총 6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1991년부터 꾸준히 소극장을 중심으로 공연해 1995년 8월에는 ‘1000회 공연’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진정성 있고 마음을 울리는 특유의 슬픈 음색으로 많은 명곡을 남긴 싱어송라이터로, 대한민국에 포크송 붐을 일으켰던 가수였다. 그의 사후인 2007년 그의 노래 ‘서른 즈음에’는 음악 평론가들에게서 최고의 노랫말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2년 어느 한 인터넷 게시판에 한 네티즌이 올린 “가수 김광석이 유명한 이유가 뭔가요?”라는 질문에 또 다른 네티즌이 한 답변은 그의 노래가 팬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가늠케 해 준다. 그 네티즌의 답변은 “이 사람 노래가 내 마음을 읽습니다”였고, 이 답변은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의 히트곡들 중에는 유독 슬프거나 힘들거나 외로울 때 들으면 위안이 되는 노래들이 많다. 삶에 지친 사람들의 감정을 정확히 짚어 내며 큰 사랑을 받았다. 짝사랑의 주인공은 ‘사랑했지만’, 입대하는 청년은 ‘이등병의 편지’, 이별의 당사자는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나이 서른쯤의 청년은 ‘서른 즈음에’, 누군가를 잊지 못하는 사람은 ‘사랑이라는 이유로’, 좌절 극복의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은 ‘일어나’, 광장에서 정의를 외치는 누군가는 ‘광야에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사람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등 김광석의 노래를 통해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했을 지도 모른다.

김광석은 선한 인상답게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전해진다. 특히 후배들을 물심양면 많이 도왔다고 한다. 치킨 같은 먹거리를 사서 후배들이 있는 대기실을 찾아 곧잘 나눠 주기도 했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김광석이 후배들을 찾는 날엔 대기실은 치킨 냄새가 퍼진 날이 많았다고 한다. 후배들뿐만 아니라 팬들이 전한 미담도 많다. 우리나라에서 매해 가장 많은 추모 콘서트가 열리는 가수 중 한 명이 바로 김광석인 이유다.

그는 콘서트를 비롯해 사람들과 헤어질 때 늘 웃으며 “행복하셔요”라는 말을 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언젠가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그 속에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여러분들도 열심히 사시고, 보람도 느끼시고 그래서 행복해지기를 바라겠습니다. 행복하셔요.”

김광석이 왠지 요즘 같은 추운 겨울날 더욱 생각나는 것은 그가 이처럼 따뜻한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연호 (dew901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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