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한민국 산업 심장이 뛴다③-현대차 울산공장

강주희 기자 2023. 1.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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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현대차의 멈추지 않은 '심장', 연간 140만대 생산 척척
수출전용 부두 갖춘 세계 유일무이 완성차 공장
자동화 시스템 병행, 완성도 높이고 오류는 줄이고
내년 경기 '먹구름'에 전기차 공장으로 돌파구 마련

[서울=뉴시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선적 부두 전경.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울산광역시 삼남읍 울산역에서 5002번 리무진 버스를 타고 1시간 넘게 동쪽 울산항 방면으로 달리자 거대한 하늘색 지붕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일자로 길게 뻗은 수 백개 지붕들이 바로 현대차 울산공장이다.

이 울산공장의 동남쪽 끝자락 전용 부두에선 자동차 운반선(PCTC, Pure Car and Truck Carrier)에 수출용 완성차를 싣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단일 완성차 공장으로 세계 최대인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막 생산한 차량들이 야적장에서 PCTC로 쉴 새 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지난달 27일 기자가 찾은 현대차 울산공장은 세계 최대 완성차 생산기지답게 규모부터 압도적이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5배, 축구장 670개를 합쳐 놓은 부지(500만㎡)에는 총 5개 완성차 공장과 충돌·도로 주행 시험장, 수출전용 부두까지 자리 잡고 있다. 멀리서 보면 공장이 아니라 마치 하나의 도시를 방불케한다.

연간 140만대 생산하는 현대차의 '심장'

울산공장에선 현대차의 국내 3대 공장(울산·아산·전주) 중 가장 많은 차종을 만든다. 하루 평균 6000대, 연간 140만대 차량이 이곳에서 완성된다. 이렇게 생산한 차량은 미국·유럽·중동·러시아 등 190개국으로 수출한다. 울산공장 수출 차량이 현대차 글로벌 총 생산량의 25%를 차지할 정도다.

이날도 울산공장은 영하의 쌀쌀한 날씨 속에서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최근 해외에서 호평 받고 있는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 제네시스 GV60 등을 생산하기 위해 공장 곳곳에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이 넘쳐 났고, 각종 부품들을 실은 대형 화물트럭도 수 십 대가 누비고 다녔다.

현대차 관계자는 "울산공장의 상징성은 현대차그룹 전 세계 공장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며 "경기 침체에도 불구, 현대차그룹은 이 울산공장을 주축 삼아 2022년 글로벌 판매 3위 판매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해 1~11월 글로벌 시장에서 629만대를 팔며 일본 도요타(956만대)와 독일 폭스바겐 그룹(742만대)에 이어 3위 성적표를 받았다.

이전까지 글로벌 판매량 순위에서 5위권 밖이었던 현대차그룹은 2020년 처음 4위에 오른 뒤 매년 꾸준히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급기야 2022년 상반기 미국 GM과 스텔란티스를 제치고 사상 처음 글로벌 판매량 3위에 올랐다. 현대차는 2022년 이후 글로벌 3위 실적을 탄탄하게 유지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이 성적표의 근간이 되는 곳이 바로 현대차 울산공장이다.

[서울=뉴시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5공장.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글로벌 고급차 시장 질주 노리는 '제네시스'

특히 울산공장 중에서도 간판 차종인 제네시스 세단 라인업(G70·G80·G90)을 생산하는 제5공장은 업계 안팎의 관심이 뜨겁다. 1991년 완공 이후 줄곧 현대차 프리미엄 모델 차량을 생산하고 있는데, 연간 26만4000대가 이 제5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최고급·최첨단 차량을 만드는만큼 배테랑 작업자들의 까다로운 테스트와 정밀한 공정이 울산공장 중에서도 최고라는 평이다.

제5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건물 양쪽 끝까지 연결된 레일 위로 천천히 움직이는 제네시스 차체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타다닥 타다닥' 하는 기계음에 맞춰 차체가 일정 속도 앞으로 전진하는 동안 작업자들은 화면에 표시된 수치를 확인하며 일사불란하게 부품들을 조립했다. 작업자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량 도어를 떼낸 채 조립하는 '도어리스(Doorless)' 방식으로 조립 공정이 이뤄지고 있다.

2개 라인으로 구성된 파이널 라인은 자동화가 이뤄져 로봇이 차량용 유리와 타이어, 시트 등을 직접 장착했다. 제5공장뿐 아니라 울산공장 내 다른 공장들도 대부분 자동화 공정이 많아 공장 내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제5공장을 이끌고 있는 이성기 보직과장은 "장비를 관리해주는 키퍼 직원과 글라스 위치를 보정해주는 직원을 제외한 나머지 조립은 모두 무인 자동화로 가동한다"고 말했다.

대신 제5공장 곳곳에는 조립 현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가 곳곳에 배치돼 있다. 현재 생산 목표, 투입 대수, 정지 횟수, UPH(시간당 생산량) 등을 알려주는 수치가 가동률에 따라 실시간 바뀌면 작업자들의 움직임도 그때그때 달라진다. 작업 전 설정한 스펙 안에 차제가 들어오지 않으면 생산 라인을 멈추거나 경광등을 울리는 인프라까지 작동하고 있다.

이날 제5공장 생산 목표는 166대, 실제 투입 대수는 164대로 순조롭게 작업이 진행됐다. 이렇게 이 라인에서만 시간당 26.7대, 하루 427대를 만든다. 이후 최종 테스트를 통과한 차량들은 곧바로 울산공장 내 수출전용 부두로 이동해 PCTC에 선적된다.

공장 밖으로 완성차들이 줄지어 나오자 대기하던 직원 10여명이 곧바로 달려 붙는다. 이들은 차량 임시 번호판이 제대로 붙었는지, 외관에 흠집은 없는지 최종 확인한 뒤 곧바로 차량 시동을 건다. 연이어 '부웅'하는 굉음이 울리자 완성차는 마치 하나의 생명체가 거친 숨을 내쉬는 듯 보였다. 이렇게 출고된 차량은 국가별로 분류해 해외로 곧바로 수출한다.

시장을 읽은 안목 "제네시스 독립은 신의 한수"

현대차는 저가형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2008년 5년 연구 끝에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출시했다. 이후 2015년에는 독립 브랜드로 출범시켰다. 현대차그룹은 탈내연기관차도 선언하며 2030년까지 수소 전기차와 배터리 전기차 라인업을 완성하고, 전동화 브랜드로 대전환 한다는 포부다.

그러나 제네시스 출시 당시 현대차그룹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당시 고급 브랜드는 일본 렉서스 정도만 성공했고, 아큐라나 다른 브랜드들은 대부분 실패해 반대 의견이 많았다"며 "돌이켜보면 제네시스를 출범하고 따로 브랜드로 만든 것이 신의 한수였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선적 부두 전경.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출부두 갖춘 유일무이한 완성차 공장

제5공장 밖으로 나와 차를 타고 5분 정도 이동하니 울산공장 수출 전용 부두가 한 눈에 들어왔다. 1987년 완공한 이 부두는 5만톤급 PCTC 3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다. 이 부두 가동을 계기로 소형 세단인 엑셀의 미국 수출이 신호탄을 쐈다. 이후 울산공장은 연간 100만대 이상 차량을 이 부두를 통해 20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 부두에선 수출용 완성차를 PCTC에 옮겨 싣는 작업을 수시로 하고 있다. 부두에 위치한 항운노조 사무실 옥상에서 부두 선적 현장을 보니 울산공장에서 갓 생산한 차량들이 축구장 140개 크기의 야적장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질서정연하게 주차돼 있었다.

부두에 닿을 내린 PCTC 선박은 현대글로비스 카디널호와 레이크 퓨젠호, 라이벌티 킹호였다. 날씨가 좋으면 3척의 PCTC가 동시에 접안해 수출 차량을 선적한다. 현대차 직원들과 항운노조 작업자들이 수출국별로 분류된 차량들을 배 안으로 옮기면 또 다른 작업자들은 부두와 야적장을 연결하는 도로를 통해 대기 중인 차량을 또 다시 선박 근처로 이동시켰다.

매서운 칼바람에도 PCTC 1척을 채우려면 선적 작업을 통상 4시간 이상 해야 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공장에서 부두로 이동할 때는 천천히 이동하는데 부두에서는 배 시간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작업자들이 운전 속도를 높일 수 밖에 없다"며 "연말이어서 부두가 더 정신 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울산공장 수출부두를 통해 현대차가 가장 많이 수출되는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현대차는 1986년 울산공장에서 생산한 엑셀을 처음 수출한 이래 36년 동안 미국 시장을 지속적으로 두드려왔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시장에서 누적 판매량 1500만대를 달성하는 쾌거도 이뤘다.

현대차그룹은 2005년 첫 미국 공장인 앨라배마 공장을 발판 삼아 2007년 미국 누적 판매량 500만대, 2015년에는 1000만대를 달성했다.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로 1991년 미국에서 첫 판매를 시작해 지난해 353만대가 팔렸다. 오는 2025년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가 완공되면 현대차의 미국 시장 도전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전망이다.

[서울=뉴시스]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13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B20 서밋 인도네시아 2022'에서 '에너지 빈곤 및 공정하고 질서 있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 가속화'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정 회장은 "전 지구적 기후변화 위기와 에너지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과감한 결단과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사진=현대차그룹) 2022.11.13 photo@newsis.com

울산공장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위기 돌파

하지만 올해 세계 경제 침체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현대차 표정은 마냥 밝지는 않다.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소비 심리 위축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원자재값 상승 등 곳곳에서 악재가 터지고 있다. 특히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현대차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관계자는 "올해 내수는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수출은 힘들어 보인다"며 "금리가 올라가면 해외에서 차를 안 사고, 차를 안 사면 수출 물량이 더 줄어드니 현재로선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내부에선 단연 노사 문제가 걸림돌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7월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고용 안전, 해고자 원직 복직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협상을 했다. 올해 전기차 공장 착공이라는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자칫 노사 문제가 불거질 경우 생산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그러나 현대차는 안팎으로 커지는 이들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단적으로 총 사업비 2조원을 들여 울산공장 내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립하고 있다. 울산공장 내 전기차 전용공장이 세워지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침체 일로인 울산 경기 회복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zooe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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