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바이데이] 경기 침체 속 스몰 럭셔리 열풍

김소연 기자 2022. 12. 2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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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에 저가 명품 소비하는 MZ세대
니치 향수·립스틱 등 화장품, 와인 등 다양해
내년도 불황형 소비 트렌드 강화로 이어질 듯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김모(31·대전 서구)씨는 최근 백화점에서 딥디크 향수와 맥 립스틱 등을 구매했다. 지난해 연말엔 명품백을 샀지만 올해엔 그보다 저렴한 가격의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떨어질 줄 모르는 물가가 소비 부담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해와 다른 추가 소비명목이 생기진 않았는데 물가가 오르다 보니 경제적 타격이 더 커졌다"면서 "가장 먼저 명품백을 포기하는 대신 10만-20만원대 화장품, 와인 등으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대표되는 3고 시대에 접어들자 '스몰 럭셔리'가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욜로(You Only Live Once)와 플렉스를 추구했던 20·30세대가 치솟는 물가에 지갑을 닫고 비교적 저가의 명품을 구입하는 스몰 럭셔리 소비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29일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올해 스몰 럭셔리 아이템인 니치향수 판매량이 대폭 증가했다. 딥디크, 바이레도, 산타마리아노벨라 등 향수 브랜드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22.7%나 뛰었다.

현대백화점도 이달 1일부터 26일까지 니치향수와 색조 화장품(립스틱 등)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7.1%, 31.1%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기준으로 향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5% 신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달 마스크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향수나 명품 화장품 등 뷰티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지난 6월부터 뷰티 상품군 매출이 크게 늘었고 이러한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20만원 이상의 고가 헤어케어제품도 스몰 럭셔리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샴푸계 샤넬이라 불리는 오리베(Oribe)는 지난 8월 갤러리아 압구정점에 첫 단독 팝업 매장을 연 뒤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정식 매장으로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 오리베의 백화점 유통망을 통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9%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몰 럭셔리는 패션·뷰티제품에만 한정되지 않고 소모품 등 전반적인 소비 형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와인과 위스키 등 주류업계도 마찬가지다.

올해 와인과 위스키 수입량은 각각 6만4700t, 2만4800t으로 지난해보다 19%, 58% 증가했다. 소주와 맥주보다 비싼 2만-10만원대 제품이지만 스몰 럭셔리 소비 트렌드 영향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박모(30대·대전 유성구)씨는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 가면 쉽게 (와인이나 위스키 등을) 볼 수 있어 더 많이 찾게 되는 것 같다"며 "워낙 가격대가 다양하지만 3만-4만원대 정도면 마시기 좋은 와인이라는 얘길 들어서 주로 그 가격대를 고르고 있다. 3만원으로 분위기를 낼 수 있어 가성비가 좋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들은 이 같은 소비 트렌드 변화를 읽고 최근 와인과 위스키 등 주류매장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으로 매장 리뉴얼에 나서고 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각각 재단장한 매장 22곳, 36곳 가운데 상당수 매장엔 1000-1200㎡(300-400평) 규모의 주류 전문 매장이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주류전문점의 브랜드화를 강조하고 있는 국내 대형마트 업계에선 내년엔 1500㎡대(500평대)의 주류매장도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주류는 온라인 구매가 되지 않아 오프라인 유통사에게 굉장히 중요한 카테고리가 됐다"며 "코로나 확산 이후 20·30대 사이에서 홈술(집에서 술 마시기)문화가 생기며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지 않고 집에서 비슷한 분위기를 내는 데 관심이 모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스몰 럭셔리 현상이 불경기에 양극화가 더욱 두드러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자기 위안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명품을 살 여력은 없지만 명품 화장품이나 와인 등을 사면서 비슷한 만족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명품 화장품은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을 높여주는 대표적인 스몰 럭셔리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내년에도 경기침체로 인한 불황형 소비 트렌드가 강화되면서 수요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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