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t&Earth] 동백꽃 필 무렵

2022. 12. 2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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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백꽃, 어디서 볼 수 있을까

하얗게 눈이 내린 겨울, 모두 겨울잠을 자는 듯 고요한 이때, 붉게 타오르는 놀람. 매서운 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이 오면 마음 한 편에 기다려지는 게 있다. 바로 흐드러진 동백꽃이다.

동백꽃(사진 픽사베이)
삭막한 겨울에 우리의 마음과 눈을 밝혀주는 동백은 우리 민족의 사랑을 오랫동안 받아온 대표 나무이다. 하얗게 내린 설경 속에서도 붉게 타는 듯 화려한 꽃을 피워내는 강한 생명력은 뜨거운 사랑, 정열, 인내의 상징으로 각색된다. 꽃잎이 하나하나 지지 않고 꽃송이 상태로 땅에 떨어지는 동백만의 특징은 여인의 지조나 선비의 절개로 상징되어, 우리 문화 속에 자주 등장한 친숙한 식물이기도 하다. 물론 동백꽃 사랑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어 이름인 카멜리아는 동백나무(Camellia japonica)의 속명으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상징이기도 하며, 동백꽃 여인으로 해석되는 세계 4대 오페라로 불리는 ‘라 트라비아타’, 프랑스 문호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춘희』에도 등장한다.

대부분의 자연 섭리상, 만물이 생동하는 3월에 꽃을 피우는 것과 달리, ‘동백꽃이 필 무렵’은 겨울이다. 이때는 겨울잠을 자듯 고요하고 침잠되는 시기인 탓에 그 빨갛고 수려한 꽃은 세상과 대비되고 두드러져 보는 이로 하여금 심장을 더욱 요동치게 만든다. 계절에 맞춰 은근한 동백 주제 축제도 은근히 열리기도 한다. 12월부터 제주, 마량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동백 축제가 시작되며 1, 2월이 한창이다. 흐드러진 붉은 꽃과 레드 카펫을 방불케 하는 꽃길 향연은 각종 SNS를 장식하기에 충분하다. 동양에서 가장 큰 동백 수목원인 제주 카멜리아 힐, 휴애리, 동백 포레스트, 숨도, 동박당 등 제주의 동백나무 군락지 들는 이미 필수 붉은 여행 코스가 된 지 오래. 제주 외에 충남 서천 마량리 동백 숲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령 500년의 동백나무가 빽빽하고, 전남 강진 백련사의 동백 숲은 고려 시대부터 이름난 곳으로 동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볼만한 필수 코스다. 동백섬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울산 목도는 키가 6m를 훌쩍 넘는, 전국에서 가장 큰 동백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이니 주목하자. 해마다 지역의 개화시기를 잘 확인해 떠나는 ‘동백 찾아 삼만리’는 겨울을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 전남, 경남 등 따뜻한 남부 지방의 고유 수종이었던 동백나무가 이제는 중부 내륙 지방에서도 쉬이 볼 수 있다. 서울에서도 자주 목격하게 되는 동백꽃은 그 붉은 기운에 반가운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만은 않다. 동백나무의 생태 지역이 넓어진 것은 한반도가 온도상승 중이고, 동백나무는 이런 기후 변화를 탐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 셈이다. 사실 동백나무에는 더 놀라운 힘이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동백나무숲(축구장 982개 크기)의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무려 7.32t CO2/ha로, 중형자동차 3대가 1년간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상쇄시키는 대단한 나무라는 것. 아름다운 자태로 눈 호강만 시키는 줄 알았더니 동백은 우리를 위해 열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동백나무 군락지로 여행지로 떠나는 것도 좋지만, 우리 집으로 모셔오는 것도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 12월부터 3월까지, 겨우내 빨간 꽃을 피워내니 고맙지 아니한가. 한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곳이라면 노지에서도 겨울을 씩씩하게 날 수 있으니 집 뜰, 베란다, 집 안 창가 어느 곳에서도 까다롭지 않게 들일 수 있다. 필수 조건인 햇빛과 환기를 적절히 시키고 실내의 경우 난방으로 인한 건조에만 유의한다면 그리 까다롭지 않게 동백과 함께 건강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동백나무를 기르고, 동백나무숲을 가꾸는 일. 꽃도 보고 지구도 살리는 행복한 실천이다.

최유진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1호 (23.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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