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재벌집' 티파니영 "마지막일 수도 있기에 최선 다했죠"

최지윤 기자 2022. 12. 2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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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소녀시대 데뷔 16년차 첫 정극
재미교포 출신 애널리스트 연기
"혹평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송중기·박혁권과 회사 다니듯 호흡"
목표는 스토리텔링 아티스트

티파니영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그룹 '소녀시대' 티파니영(33)의 정극 도전은 의외였다. 소녀시대 리드보컬을 맡았고, 2018년 미국에서 솔로 가수로 데뷔했다. 지난해 뮤지컬 '시카고' 전국투어를 도는 등 가수와 뮤지컬 배우로서 영역을 확장하는 듯 보였다. 최근 막을 내린 JTBC '재벌집 막내아들' 캐스팅 소식에 놀란 이들도 적지 않았다. '진도준'(송중기) 조력자인 미라클 애널리스트 '레이첼'로 분했다. 사실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때부터 연기 수업을 받았고, 2017년 소속사와 계약 만료 후 미국에서 연기 학교도 다녔다며 "꾸준히 오디션을 봤다"고 털어놨다.

"시카고 무대에 오른 지 얼마 안 됐을 때 재벌집 막내아들 기획안과 극본을 받았다. 스토리와 메시지, 캐릭터까지 탐나서 당당하게 오디션을 봤다. 당시 2회 공연 끝나고 집에 오면 오후 11시였는데, 새벽 3~4시까지 극본을 봤다. 레이첼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고, '부족하겠지만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일 수도 있어서 한국어와 영어로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봤다. 지금도 오디션은 꾸준히 보고 있고, 어떤 역이든 도전하고 싶다."

이 드라마는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 '윤현우'(송중기)가 재벌가 막내아들 '진도준'으로 회귀해 승계 전쟁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렸다. 1회 6.1%(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16회 26.9%로 막을 내렸다. JTBC 역대 최고 시청률인 '부부의 세계'(2020·28.4%)를 넘지 못했지만, 국내외에서 인기몰이했다. "아직도 꿈만 같다"며 "드라마를 했다는 자체만으로 신기하고 감사하다. 첫 작품이라서 마음에 오래 남고,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일교포 출신인 레이첼의 통통 튀는 모습은 실제 성격과 닮았다. 주체적이고 당당한 여성 캐릭터를 보여줬는데, "재벌 사이에서 눈치 보거나 꿀리지 않았다. 레이첼이 굉장히 패셔너블하지 않았느냐. 당시 패션은 여성들의 무기라고 생각해 그 부분을 살렸다"고 짚었다.

첫 드라마인 만큼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매 촬영이 끝나면 모든 신을 아이패드로 옮겨서 봤다며 "못 했으면 며칠 동안 작업물을 들여다보기 싫더라. 그래도 다음 촬영까지 '부족함을 찾고 채워 나가자'고 마음 먹었다. 첫 작품을 한 걸음 한 걸음 벽돌 쌓듯이 해나갔다"고 돌아봤다. "최대한 시청자와 호흡하고 싶었다"며 "음악은 내 의견을 반영해 만들지만, 드라마는 작가·감독님의 의도를 흡수해야 하지 않느냐. 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방송을 보면서도 배운 점이 많다. 3주차까지는 너무 긴장해서 봤고, 끝나면 기절해서 잠 들 정도였다. 일어나서 반응 찾아 보고, 라이브 공연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다소 튀고 극과 잘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평을 보고 속상하지는 않았을까. "열린 마음으로 모든 피드백을 받아들였다. 결론적으로는 이 작품이 끝났을 때는 성공적이라고 봤다. 순간적으로 슬프고 속상할 수 있지만, 매일 최선을 다했다. 음악은 개인적인 마음을 담아서 상처 받을 수 있지만, 작품은 극본을 바탕으로 정확한 디렉션을 받고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시청자 반응에) 더 마음이 열렸다. 어떻게 하면 더 나아갈 수 있을지 감독, 선배들에게 물어보고 의지했다."


가수로 데뷔한 지 16년 차지만, 드라마 촬영장에선 막내였다. "모든 게 새로웠다"고 할 정도다. 상대역인 송중기(37)와 박혁권(51)은 "'처음이지?'라고 바라보는 게 아니라 프로처럼 대해줬다. 레이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게 도와줬다"며 "연습과 리허설에 집착하는 스타일인데, 바로 '액션' 하니까 많이 떨렸다. 박혁권 선배에게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물으면 '아, 몰라. 대충 대충해'라고 하더라. 가장 큰 배움이었다"고 털어놨다.

"셋이 회사 다니듯 같이 밥 먹고 산책하고 쉬었다. 미라클 촬영장이 안성이었는데, 편의점도 30~40분 가야 했다. 보온병에 커피를 담아 와 나눠 먹었다. 스타트업처럼 돈독했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송중기 오빠는 '모두가 잘 나와야 한다'는 호흡을 만들어줬다. 레이첼과 대주주 진도준, '오세현'(박혁권) 대표님 한 마디 한 마디가 소중했다. 대사가 끊기고 마지막 표정, 시선 처리 등 호흡으로 넘어가는 지점에서 배운 점이 많다. 나도 '극본을 보고 그 틈을 찾아 연구하고 만들어야겠다' 싶었다."

'진동기' 역의 조한철(49)은 연습생 때 연기 선생님이었다. 20여 년이 흘러 한 작품에서 만나 기분이 남달랐을 터다. "중3 때 조한철 선생님을 뵀다. 교포인 티파니가 레이첼을 맡은 게 '신기하고 운명적'이라고 하더라. '잘 맞는 캐릭터를 만난 것 같다. 오래 걸렸지만 멋진 데뷔 축하한다'고 했다. 감동적인 순간이었다"며 "극본으로 볼 때 동기 부회장님이 너무 무서웠지만, 실제로 뵀을 때 감동이고 영광이었다. 앞으로도 선생님께 연기 수업을 청하겠다"고 했다.


티파니영은 써브라임과 손잡고 새 출발을 앞두고 있다. 내년 2월7일 첫 방송하는 JTBC 아이돌 오디션 '피크타임'에선 심사위원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5년만에 새 소속사와 계약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다며 "본부장님, 실장님은 소녀시대 활동하며 10년 넘게 호흡했다. 막내 때부터 함께 해 믿음이 크다. 선수와 코치 사이"라고 귀띔했다. "멋진 선배들이 있어서 영광"이라며 "프로필 찍을 때 '나도 송강호 선배처럼 찍고 싶다'고 했다. 워낙 티파니 색깔이 뚜렷해 걷어내고 싶었다. 감독님과 대중이 봤을 때 '모든 걸 입힐 수 있겠구나'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공들인 사진"이라고 강조했다.

활동명을 티파니에서 티파니영으로 바꾼 이유가 있을까. "티파니는 소녀시대로 인해 탄생했는데, 본명인 황미영의 '영'을 살리고 싶었다. 미국에서 활동할 때 한국계 미국 여성임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왜 영이야?'라고 물으면 '한자로 영원할 영이야'라며 한국인이라고 알리고 싶었다. 배우로서 정체성을 살리면서 소녀시대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혹시 젊어 보이고 싶어서 그랬냐'고 하더라. '포에버 영' 하고 싶다"고 웃었다.

"30대 여성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레이첼을 통해 '아무리 작은 목소리라도 내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얻었다. 어렸을 때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를 보고 가수 꿈을 키웠는데, 언젠가 영화에 도전하고 싶다. 한국에서도 디즈니 공주가 탄생했으면 바람이 있다. 음악을 하든 연기를 하든 '스토리텔링 아티스트'로 불리고 싶다. 티파니가 하는 스토리가 궁금하게 만드는 게 목표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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