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상위 10곳중 7곳 '담보대출 셧다운'...저신용자 불법사채 내몰려

서대웅 2022. 12. 28.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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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털·저축은행 신규대출 중단...서민 발동동
연체율 급등에 대부업 창구막아
비제도권 고금리 신용대출 몰려
정부 채안펀드 우량채만 사들여
중소 캐피털사 자금조달 어려워
지난 10월24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 바닥에 사금융 대출 광고물이 놓여져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서대웅 유은실 기자] 제2금융권과 대부업계가 신규 대출 취급을 중단하면서 연말 저신용 서민들이 불법 사채시장에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당장 연말 만기가 도래해 상환해야 할 대출이 많지만, 신규대출이 안되면서 돌려막기가 쉽지 않은 다중채무자들은 불법 사채라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2금융권 입장에선 자금 조달 금리 급등으로 돈을 빌려주면 손실이 나는 구조여서 당국이 개입하기도 사실상 어려운 처지다.

채안펀드마저 AA등급만 매입

27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회사 신용등급이 A급 이하인 캐피털사들은 현재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고 있다. 지주회사 산하인 DGB캐피탈(A+), 메리츠캐피탈(A+), 한국투자캐피탈(A0) 등만 지주사 보증사채를 근근이 발행할 뿐이다. 캐피털사가 사채를 발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출 영업에 필요한 돈을 구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예금 기능이 없는 캐피털사는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다.

하반기 들어 글로벌 긴축이 가속화한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자금시장마저 경색된 영향을 그대로 받았다. A0등급 캐피털채(여신전문금융회사채) 3년물 민평평균 금리는 지난해 말일 3.146%에서 26일 기준 6.907%로 2배 이상 치솟았다. 회사로선 발행 시 3년 뒤 지급해야 할 이자 부담 탓에 발행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다.

캐피털사 관계자는 “여전채 금리가 6%대에 발행한다 해도 수요가 없다”며 “사실상 12%는 돼야 시장에서 소화가 될 지경이니, 자금조달이 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최근 돈을 빌리러 오는 차주들은 다중채무자나 연체 이력이 있는 이들이 상당수로 지금 빌려주면 떼일 가능성이 크다”며 “불보듯 뻔한 부실을 감내하고 대출을 해줬다간 오히려 당국의 관리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운영 중인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캐피털채를 매입하고는 있지만 AA등급 이상만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A등급도 매입 대상이긴 하지만 차환 목적을 위한 사채만 일부 매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등급이 낮은 중소형 캐피털사들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는 배경이다.

실제 연체율이 급등한 것도 2금융권이 대출 문을 걸어잠근 이유다. 이는 캐피털사뿐 아니라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도 대출 문을 걸어 잠근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비은행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1.45%로 저점을 기록한 뒤 올해 3분기 1.66%로 9개월 만에 0.21%포인트 급등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0월 중순 이후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다”며 “신규 영업을 중단한 곳 대부분은 리스크 관리를 위한 조치”라고 했다. 당국 관계자도 “올해는 대출 총량규제 이슈가 전혀 없다”며 “기존 차주 연체율이 오르면 자산을 늘리기보다 신규 영업을 중단해 일단 현금을 확보하고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대부업계 상황은 심각하다. 대부업 차주 특성상 다중채무자가 많은데, 신규 영업 시 이들 채권 관리가 안 될 정도로 연체율이 치솟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그 결과 상위 10개 업체 중 5곳이 신용대출을 중단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대부업체서 담보대출도 받기 어려워

상황이 이렇자 서민들은 대부업체에서조차 돈 빌리기가 어려워졌다. 대부업계 10곳 중 7곳이 담보대출 문까지 걸어잠근 게 이를 방증한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후순위로 취급하는 대부업체 주택담보대출에도 대출 여지가 급감한 탓이다.

문제는 저소득층·저신용자들이 불법 사채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급전이 필요한 서민계층을 대상으로 한 불법사금융 피해 사례는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 상담·신고는 9238건으로 전년 대비 25.7% 증가했다. 특히 최고금리 초과(2255건)와 불법 채권추심(869건)은 각각 85.0%, 49.8% 급증했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지속하고 있다. 올해 1분기만 하더라도 불법사금융 피해 상담·신고는 2000건을 돌파했다.

업계는 급전 수요가 높은 취약차주일수록 피해 정도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돈 구하기가 급한 취약차주들이 2금융권과 대부업체를 다수 이용하고 있는데, 제도권 안에 있는 고금리 대출 창구들마저 닫히면 비제도권 금융시장으로 밀려 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법정최고금리에 근접한 고금리 신용대출 이용 가구 중에서 취약가구의 비중은 84.8%에 달했다. 연 4% 이하 저금리 신용대출 이용 가구 중 취약가구는 8.9%뿐이다. 고금리 신용대출 가구 중 다중채무자 비중은 48.6%로 나타났다.

최근 주요 대출 홈페이지에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기 전 마지막으로 찾는 소액대출 문의나 광고도 다수 게재되고 있다. 27일 해당 홈페이지들에는 ‘무서류 무방문으로 소액 대출 가능’, ‘30만원 대출 가능한가요’ 등의 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돈줄이 마른 상태에서 2금융권과 대부업계가 신규 대출을 중단하면 이를 활용하던 저신용·저소득 차주들은 모두 불법금융 시장으로 발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신용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하더라도 더이상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기 힘든 다중채무자들이 많은 상황이라 이들도 불법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대웅 (sdw61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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