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미분양 1만채, 할인 판매도 '무용지물'

이석희 기자(khthae@mk.co.kr) 2022. 12. 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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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전국 최악 '미분양 늪'
발코니 확장비·옵션 무료
분양 3개월만에 가격인하
거래 끊긴 중개업소 줄폐업
"취득세 완화 등 대책" 촉구
미분양 아파트가 1만가구에 달하는 대구 지역에 내년에도 3만가구 이상 입주할 예정이어서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은 대구 수성구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대구 부동산 침체의 골이 끝을 모르고 깊어지고 있다. 미분양 물량은 1만가구 이상 쌓였고 일부 단지는 선제적인 할인 분양에까지 나서고 있다.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살 사람이 안 보인다"며 적극적인 규제 해제를 요구했다.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구 서구 두류 스타힐스는 지난달 말부터 분양가 10% 할인에 돌입했다. 이 단지는 지난 9월 첫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고 분양에 나섰지만 특별공급과 일반분양에서 모두 대거 미분양이 발생해 할인 분양에 나선 것이다. 전용면적 84㎡ 단일 유형으로 초기 분양가는 6억8000만원대였지만 현재는 로열층 기준으로 6억1000만원대, 중층은 5억원대 중후반까지 가격이 내렸다. 중도금 대출 역시 무이자로 제공한다.

이 단지는 내당3지구 지역주택조합사업으로 지어지는데 분양 관계자는 "대구에서 미분양 문제가 심해지다보니 조합원들이 빨리 완판을 시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 어렵게 할인 분양을 결정했다"고 했다. 대체로 할인 분양은 입주 시점이 다가왔음에도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을 때 진행되는데 상황이 워낙 안 좋다보니 선제적으로 나섰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약 200가구 중 절반이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수성구에서 분양 중인 만촌자이르네도 최근 미분양 해소를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발코니 확장비와 옵션을 무료로 제공하고 잔금 중 2억5000만원을 2년간 유예해주기로 했다. 잔금을 제때 납부하면 '선납 할인'을 적용하기로 해 이를 포함하면 최대 1억2000만원가량 혜택이 주어진다는 게 분양 관계자의 설명이다. 분양가는 전용면적 84㎡ 기준 11억5000만원대다.

분양 성적은 부진하고 미분양은 쌓이다보니 이른바 'MGM 마케팅'을 벌이는 단지도 늘어나고 있다. MGM이란 '멤버스 겟 멤버스(Members Get Members)'의 약자로 분양대행업체가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들을 섭외해 계약자를 유치하는 판촉 방식이다. 공인중개사들은 계약자를 유치할 때마다 일종의 수수료를 지급받는다. 수성구 소재 한 공인중개사는 "올해 중순부터 MGM 마케팅이 빈번해지고 있다"며 "통상 건당 200만~300만원의 수수료가 조건으로 내걸렸다"고 전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총 56곳의 단지에서 1만830가구의 미분양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 가구 수를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말과 비교했을 때 4.6배 급증한 수치다. 이 중엔 이미 준공된 곳도 233가구나 있다.

올해 대구의 분양 성적은 처참한 수준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전국 아파트 민간분양 청약경쟁률 평균은 7.7대1이었는데 대구는 0.5대1을 기록해 채 1대1을 넘기지 못했다. 올해 대구는 '완판 실패'가 평균이었다는 것이다. 4.3대1을 기록한 지난해의 8분의 1 수준이다.

매매시장에서도 대구 아파트 가격은 전국에서 세종 다음으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대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11.14% 하락했다.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의 경우 대구 평균 이상인 13.2% 하락했다.

공인중개사들도 짐을 싸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대구는 지난 11월 기준 신규 개업 대비 휴·폐업 공인중개사 비율이 255%로 세종 다음으로 높았다. 공인중개사 1명이 개업할 동안 2.5명은 문을 닫았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 차원의 보다 전향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엔 홍준표 대구시장이 직접 나서 "지방 정부로서는 부동산 폭락 사태를 막을 정책적인 수단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시장이 빨리 안정되도록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고액자산가, 다주택자 말고는 집을 사줄 사람이 없다"며 "취득세 완화를 포함해 모든 규제를 다 풀어야 그나마 희망을 걸 수 있다"고 했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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