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공장 사고 SPC 계열사 77.6%서 산업안전 법 위반

김경필 기자 2022. 12. 27. 15: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월 17일 경기 평택시 팽성읍 SPL 평택공장 앞에 이 공장에서 식품 혼합기 사고로 숨진 20대 근로자의 분향소가 차려져 있는 모습. 이 근로자는 지난 10월 15일 식품 혼합기에서 혼자 작업하다가 기계에 몸이 끼여 숨졌다. /뉴스1

SPC그룹 계열사인 SPL 제빵 공장에서 지난 10월 15일 20대 근로자가 식품 혼합기에 끼여 숨진 사고를 계기로 고용노동부가 SPC그룹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사업장 58곳 중 45곳(77.6%)에서 산업안전 관련 법을 277건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자들에게는 휴일수당 등을 12억원 이상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고용부에 따르면, SPC그룹은 사망 사고를 일으킨 기계와 같거나 비슷한 종류의 식품 혼합기 40대, 컨베이어 1대를 ‘자율 안전 확인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나 고용부로부터 사용 중지 명령을 받았다. 기계를 설치하거나 구조를 변경한 경우에는 해당 기계가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자체적으로 확인해 고용부에 신고해야 하는데, SPC그룹은 이런 점검과 신고를 하지 않은 채 기계를 사용해 왔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대부분이 2013년 이전에 만들어진 오래된 기계로서 SPC그룹이 중간에 기계를 개수하면서 자율 안전 확인 신고를 하지 않은 것 같다”며 “(개선에도 불구하고) 방호 장치가 적절하게 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을 중지시켰다”고 설명했다. 또 압력 용기 2대는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었고, 리프트 1대는 방호 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각각 사용이 중지됐다.

폭발 위험 장소를 설정하지 않은 경우가 3건, 방폭(防爆) 기계·기구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도 2건, 화재 감지·경보 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경우가 2건 적발됐다. 밀폐 공간에서 작업하면서 인원을 점검하지 않은 경우, 산소와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지 않은 경우, 긴급 구조 훈련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고용부는 또 “일부 사업장에선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를 선임하지 않았거나, 선임했다고 해도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가 하면, 관리감독자도 업무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사업장 58곳 중 33곳(56.9%)에선 근로기준법 등 노동 관계법을 116건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자들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금액이 총 12억8500만원이었다. 예를 들어, 휴일에 일을 시키는 경우에는 통상임금의 50%를 추가로 주어야 한다. 그러나 평일과 같은 금액만 주고 일을 시킨 경우가 다수 발견됐다. 6개사에서는 배우자가 최근에 출산을 한 근로자에게 출산휴가를 주지 않거나, 출산을 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근로자에게 연장 근로 한도를 넘겨 일을 시켰다.

이번 근로감독은 사망 사고 2주 뒤인 10월 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진행됐다. 고용부는 SPC그룹의 산업안전 관련 법 위반에 대해 사업장 26곳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사법 조치하고 6억15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으며, 193건에 대해서는 시정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노동 관계법 위반에 대해 5건을 사법 처리하고 726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한편, 101건에 대해서는 시정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SPL 제빵 공장에서 일어난 사고와 유사하게 끼임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식품 가공용 기계, 프레스, 리프트, 롤러, 사출 성형기 등 28종의 위험 기계에 대해서도 집중 단속을 했다. 지난 10월 24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사업장 14만개소에 대한 단속 결과, 현장 지도를 한 2899곳 가운데 절반 이상(54.2%)인 1571곳에서 산업안전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경우가 2999건 발견됐다. 불시 감독을 한 2004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53.5%) 1073곳에서도 법 위반이 2184건 적발됐다. 이에 따라 163곳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고 고용부는 밝혔다.

SPC그룹은 “고용부 조사를 받으면서 개선을 시작해 산업안전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 99%, 근로기준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 80% 조치를 완료했고, 나머지 사안들도 조속히 조치하도록 하겠다”며 “지적된 내용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철저히 개선해 좋은 일터를 만드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이어 “지난 11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해 출범한 ‘안전경영위원회’를 통해 산업안전, 노동환경, 사회적 책임 분야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을 추진해 전사적인 안전 경영 강화는 물론, 직원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근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