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500만 명 부른 ‘모래시계 야경’…일본 소도시 먹여 살린다

김민정 기자 2022. 12. 2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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夜한 도시 부산으로 <6> 일본 하코다테 야경

- 홋카이도 남부 26만명 도시 야경
- 삿포로서 5시간 차 타고 와 감상
- 로프웨이로 시간당 3000명 이동

- 패전 후 경제 살리려 관광업 주력
- 이색건물 모토마치 거리 등 연결
- 지역 경제 살리는 효도 상품으로

- 북방·남방계 식물 600여 종 분포
- 중간 지주대 없이 산 정상과 연결
- 자연 조화 이루며 식생원형 유지

일본 홋카이도의 소도시 하코다테는 ‘야경으로 먹고사는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 인프라가 어떻게 탄생했고, 도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달 초 현지를 직접 찾았다.

일본 하코다테 전망대에서 바라본 하코다테 도심 야경. 왼쪽은 하코다테 만, 오른쪽은 쓰가루 해협에 둘러싸여 마치 모래시계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일본 3대 야경 ‘모래시계 야경’

일본 3대 야경 중 하나를 보고자 하코다테산 정상으로 가는 로프웨이를 타기로 했다. 홈페이지에 안내된 일몰 시각보다 조금 일찍 로프웨이 하부 탑승장에 도착했다. 탑승권 구매 전 안내원이 전망대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모니터를 가리키며 날씨 확인을 부탁했다.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눈 때문에 전망대 아래 경치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말에 조급해졌다. 빠르게 대기 줄을 찾았지만 먼저 도착한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이곳은 일본 국내 여행객 뿐만 아니라 홋카이도를 여행하는 중국·대만 사람들이 꼭 들리는 곳 중 하나라고 한다.

길이 835m, 초속 7m로 움직여 시간당 왕복 3000명을 실어 나른다는 로프웨이를 타고 3분 만에 전망대에 도착했다. 야외 전망대가 있는 3층으로 갔지만 눈 때문에 시야가 흐려져 기대했던 야경이 펼쳐지지 않았다. 실망감과 초조함이 겹쳤지만 전망대 2층 카페에서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얼마 뒤 곳곳에서 탄성이 들려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3층으로 올라가니 저마다 사진을 찍기 바빴다. 인파를 헤치고 앞으로 나가자 거짓말처럼 맑아진 밤하늘 아래 하코다테 야경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대도시 야경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위·아래는 넓은 반면 중간 허리 부분이 잘록하게 들어간 ‘모래시계 야경’이 독특했다. 특히 산과 바다로 둘러싸여 배경이 새까만 덕에 마치 모래시계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눈이 부실정도로 새하얀 LED 대신 은은하고 따뜻한 느낌의 오렌지색 불빛 가로등과 도심 불빛도 특징이었다. 하코다테의 야경은 독특하고 따뜻한 느낌 때문에 오래봐도 질리지 않는, 쉽게 눈을 떼기 어려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하코다테 전망대로 가는 수단인 로프웨이.


■패전 후 도시를 살린 야경과 전망대

하코다테는 일본 홋카이도 남부에 위치한 인구 26만 명의 소도시다. 삿포로에서 기차를 타도 3,4시간이 걸린다. 차로는 5시간. 하지만 연간 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대부분 해발 334m 하코다테산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보고자 도시를 찾는다. 하코다테산을 뒤로한 채 바라보는 도심 풍경은 낮밤 할 것 없이 사계절 내내 아름답기 때문이다. 부채꼴의 하코다테만과 쓰가루 해협에 둘러싸인 도심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다.

언제나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는 모습을 보면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전망대로 착각하기 쉽지만 그 역사는 오래됐다. 하코다테 전망대와 로프웨이는 1950년대에 지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도시 경제가 어려워지자 하코다테시는 관광업을 주력 산업으로 택했다. 그때도 하코다테 야경은 지역 내에서 유명했다고 한다. 이에 1950년 산 정상으로 가는 도로를 만들고 1953년 전망대를 지었다.

그 무렵 일본에서는 앙케이트 문화가 유행했다. 하코다테 야경이 ‘일본의 100경’으로 꼽혀 국내 관광객 발길이 늘자 1958년 로프웨이도 조성됐다. 현재 모습을 갖춘 것은 1988년 재단장을 통해서다. 혼슈 북단의 아오모리와 홋카이도 남단의 하코다테를 잇는 세이칸 해저터널이 지어지면서 관광객 수가 급증하자 리모델링을 결정했다. 조그마한 건물이 3층짜리 전망대로 변신했고, 로프웨이는 31인승짜리에서 125인승짜리로 커졌다.

이곳 야경은 여전히 각종 미디어에서 일본 3대 야경으로 꼽히며 지역 경제를 뒷받침한다. 하코다테시 청사 한 가운데 야경 타일화가 있는 것은 물론 도시 어디를 가나 야경 이미지를 볼 수 있어 그 중요성을 가늠할 수 있었다. 야경을 선사하는 전망대는 도시 관광을 이어주는 역할도 한다. 하코다테는 나가사키, 요코하마와 함께 일본에서 가장 일찍 문호를 개방한 항구도시다. 이 때문에 항구 시설을 개조한 상업지 카네모리 창고군, 일찍부터 서양인들이 터를 잡아 이색적인 양식의 건물을 만날 수 있는 모토마치 거리 등이 유명하다. 모두 하코다테 로프웨이를 중심으로 연결돼 있어 관광 코스로 제격이다.

■자연과의 조화

하코다테시 청사 내부에 걸린 야경 그림.


부산에서는 황령산 전망대와 케이블카 조성 작업이 진행 중이다. 자연 보호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두 가지 이슈가 부딪히는 만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하코다테의 비결이 궁금했다. 하코다테산은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곳이기 때문이다. 식물 생육 환경이 다양해 북방계와 남방계 식물 600여 종이 분포하고 있다. 한때 50년 동안 입산이 금지된 절대보호구역이었다. 이에 중간 지주대 없이 한 번에 연결할 수 있는 로프웨이가 설치됐고 식생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자연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클 때마다 절충점을 찾았다. 하코다테시청에서 만난 관광기획과 미요시 마키토 기획총책임은 “1950년대 지어진 도로가 좁고 구불구불 해 1970년대에 하나 더 조성하려 했다. 하지만 자연 파괴라는 비판이 거셌다”며 “이 때문에 도로를 추가로 만들지 않기로 하고 원래 있는 도로를 보수하기로 했다. 현재도 도로 상태 유지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망대를 리모델링할 때도 대대적으로 새 건물을 짓지 않은 이유는 자연 보호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코다테 전망대 주변에 NHK HBC TVh HTB uhb 등 5개의 방송국 송신탑이 있다. 전자파로 인한 관람객 피해 우려는 없냐는 질문에 미요시 총책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없다”고 답했다. 이는 일본 문화 특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지 관광업계 관계자는 “전신주 지중화에 힘쓰는 등 전자파에 대한 우려가 큰 한국과 달리 일본은 전자파에 대한 특별한 문제의식은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본 하코다테=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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