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가 피해자 상사로···오산시의 ‘직장 내 괴롭힘’ 대처법

김태희 기자 2022. 12. 2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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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법인 “직장 내 괴롭힘 맞다”
피해자들 “유착 의혹, 시청 책임” 주장
오산시 “규정되지 않은 업무 진행해 막은 것”
오산시청 전경. 오산시 제공

경기 오산시청이 위탁 운영하는 오산시 반려동물 테마파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지만 가해자·피해자 분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가 오히려 책임자가 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괴롭힘 피해자들은 오산시의 인사 조처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오산시가 A사에 위탁 운영하고 있는 ‘오산 반려동물 테마파크’에서는 지난 5월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됐다.

신고 내용은 A사 소속의 B센터장과 C팀장 등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계약서상 명시돼 있지 않은 야간근무를 강요하고, 업무와 상관없는 사적인 심부름 등을 시킨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A사 측은 가해자로 지목된 B센터장을 대기발령 조치했으나, 오산시는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이를 반려했다.

B센터장은 계속 근무하게 됐고 직장 내 괴롭힘 행위도 지속됐다. 피해자 증언 등을 종합하면 B센터장 등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반복적인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거나 휴게시간 없는 당직을 강요했다. 이런 일이 장기간 반복되면서 일부 직원들은 우울증을 진단받기도 했다.

결국 테마파크에 근무하는 직원 16명 중 8명은 지난 8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평택지청에 정식으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다. 평택지청 권고에 따라 A사가 외부 노무법인 등에 조사를 맡긴 결과 B센터장과 C팀장 등의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A사는 지난달 초 B센터장을 해고하고 다른 직원을 센터장으로 발령했다.

그러나 오산시는 ‘시는 센터장 임명을 승인한다’고 규정한 테마파크 사무편람을 근거로 새로운 센터장의 임명을 반려했다. 이어 사무편람에 센터장 공석 시 선임 팀장이 직무를 대리한다는 내용이 있는 것을 근거로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C팀장이 센터장 직무를 대리하도록 했다.

피해 직원들은 오산시의 이런 조치로 인해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가해자와 제대로 분리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2차 피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피해 직원 D씨는 “5월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으나, 시청에서는 이를 일부의 주장일 뿐이라고만 하고 가해자를 옹호했다”면서 “새로운 센터장이 선임되지 못하면서 가해자와 계속 지시 관계에 놓여 있다. 회사에 다니는 게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에는 오산시와 B센터장 등과의 유착관계가 의심되니 조사해달라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된 상태다.

이에 해당 담당 업무를 담당하는 오산시청 관계자는 “오산시는 규정된 사안에 따라 적법하게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면서 “회사 측에서 규정되지 않은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하려 해 이를 막은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센터장 선임을 반려한 것은 조건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을 일방적으로 선임했기 때문”이라며 “C팀장의 행동이 문제가 된다면 회사에서 인사 조처를 하면 된다. 사적인 관계로 업무를 처리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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