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제임스 캐머런 감독 만난 ‘위대한 수업’ 최현선PD, 1년 반 걸린 치열했던 섭외기[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2. 12.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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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위대한 수업-그레이트 마인즈 시즌2’ 최현선 PD가 지난 21일 경기도 고양시 EBS 본사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물의 길’(이하 아바타 2)가 개봉 12일 만인 성탄절 누적관객수 500만명을 넘어섰다. 극 중 배경이 되는 판도라 행성의 바다를 배경으로 어쩌면 모든 사람의 상상 속에 들어 있는 세계를 구현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작품은 13년 전 1편에 비해 3일 일찍 500만 고지를 밟았다.

이 영화의 개봉과 동시에 방송가에서 화제가 된 작품이 있다. 바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직접 출연해 ‘아바타 2’의 이야기와 자신의 영화인생, 영화에 대한 철학을 공개한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Great Minds)’(이하 위대한 수업)이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지난 12일부터 20일까지 총 7회에 걸쳐 매회 15분 정도의 강연을 펼쳤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세계적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등이 나온 강연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이 더욱 놀라움을 안겨준다. 이 프로그램에서 제임스 캐머런 감독 편을 담당한 최현선PD는 다른 8명의 연출자처럼 1년을 하루처럼, 전 세계를 내 집처럼 누비며 제작에 매달렸다.

EBS ‘위대한 수업-그레이트 마인즈 시즌2’ 최현선 PD가 지난 21일 경기도 고양시 EBS 본사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보통 교수님들은 대학을 거점으로 활동하시니 학교 주소로 보내거나 학교 홍보부나 저서의 출판사 등을 통했어요. 하지만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경우에는 어떤 경로를 잡아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분의 에이전시와 소유한 소속사, 스피킹 에이전시에도 연락하고 감독님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트위터와 ‘아바타’ 작품 관련 트위터에도 연락을 ‘뿌렸습니다’.”

이미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아바타 2’의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개봉시기는 알 수 없던 상황이었다. 처음 연락은 한 것이 지난해 5, 6월쯤이었다. 2주 정도 후에 온 연락은 ‘미안하지만 시간이 맞지 않는다’였다. 하지만 최PD는 더욱 끈질기게 매달렸다. 시간이 될 때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위대한 수업’의 촬영이 시작된 이후에는 섭외된 석학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설득했다. 결국 7개월 만인 올 초 계약단계에 들어섰다.

“계약을 하고 바로 촬영을 진행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방송사에서 통상 쓰는 계약서에 제임스 캐머런 감독 쪽에서 원하는 계약서가 있더라고요. 20여 번의 계약서를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거의 풋티지(10분 이상의 영화 영상)의 사용범위에 대한 것이었어요. 저희가 EBS뿐 아니라 글로벌 OTT를 운용하다보니 거기서도 쓸 수 있는지였죠.”

지난 7월과 8월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진행된 EBS ‘위대한 수업’ 녹화에 참여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 사진 EBS



본격적인 촬영은 지난 7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아바타 2’의 촬영과 후반작업을 했던 뉴질랜드의 웰링턴에서 이뤄졌다. 원래 뉴질랜드의 텅 빈 방송사 스튜디오였는데 ‘아바타 2’의 촬영감독, 아트 디렉터, 비주얼 디렉터들과 함께 스튜디오를 꾸몄다. 최PD는 혈혈단신 뉴질랜드로 넘어가 현지 스태프와 소통했다. 원래 2시간 정도의 인터뷰를 허락했지만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갈수록 의욕을 보였고 촬영은 4시간으로 늘어났다.

“처음 본 영화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타이타닉’이었어요. 그 세계를 창출한 사람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떨렸던 것 같습니다. 제가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하게 해주기도 했어요. 처음 등장하실 때부터 한국어로 인사를 해주셨어요. 주먹인사도 나누고요. 코로나19에 예민하시다고 해서 긴장을 했는데 굉장히 촬영에 적극적이이셨던 기억이 납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 편은 여느 연사들처럼 5회차 정도로 기획됐다. 2시간이던 인터뷰가 4시간이 되다 보니 방송 분량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최PD는 미리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작품과 영화인생에 대해 공부하고 영화전문기자에게 조언도 들으며 질문지를 준비했다. 물론 작품 이야기도 있었지만 콘티를 짜거나, 시나리오를 짜는 방법 그리고 스트리밍 시대를 맞이하는 영화감독으로서의 소회 등도 준비했다.

지난 7월과 8월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진행된 EBS ‘위대한 수업’ 녹화에 참여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오른쪽)이 녹화 중 최현선PD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EBS



“‘아바타: 물의 길’ ‘테크놀로지와 휴먼’ ‘스토리텔링에 대하여’ ‘시네마 키드의 도전’ ‘감독과 여전사’ ‘탐험가 카메론’ ‘스트리밍 시대의 영화’ 등 7개의 강의로 나눴습니다. 스트리밍 시대에 대한 의견은 질문을 준비했지만 답변이 길고 깊어 한 편으로 나눴고요. 시네마 키드로서의 도전 역시 충분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도 ‘질문이 신선하다.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는 말씀이 나왔습니다.”

특히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가진 여성 캐릭터에 대한 생각은 역시 여성 연출자인 최현선PD에게는 깊이 있게 다가왔다. 사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각종 인터뷰에서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한 적은 없었다. 당장 ‘아바타’ 시리즈의 네이티리(조 샐다나), ‘타이타닉’의 로즈(케이트 윈슬렛),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 ‘에이리언 2’의 엘렌 리플리(시고니 위버) 등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에는 인장처럼 강력한 여성의 캐릭터가 따라다닌다.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강조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하지만 흥행면에서는 성별이 5대5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조화롭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더라고요. 신인 감독들의 만남 요청에 대해서도 자신을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표현하는 부분도 인상이 깊었습니다. 운을 믿지 말고, 희망을 갖지 말고 연출에 있어서도 ‘플랜 B’ ‘플랜 C’가 아닌 ‘플랜 F’ ‘플랜 G’를 이야기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EBS ‘위대한 수업-그레이트 마인즈 시즌2’ 최현선 PD가 지난 21일 경기도 고양시 EBS 본사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위대한 수업’은 시즌 2 기획과 섭외를 마무리하고 내년 세 번째 시즌 기획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섭외와는 다소 결이 달랐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섭외와 방송 그리고 그에 맞물린 ‘아바타 2’의 흥행에 힘입어 프로그램은 조금 더 대중에게 다가가는 기획을 준비 중이다.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코로나19 시대에서 벌어진 지식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고농도’의 강연을 시청자 분들에게 전해드린다는 것이었어요. 사실 지난해 코로나19가 극심했는데 백신 없이 PD 혼자 해외에 가서 촬영을 감행하기도 했었죠. 첫 시즌이 주로 순수학문을 하시는 학자분들 위주였다면 시즌 2에서는 그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님의 섭외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졌죠.”

원숭이 연구로 유명한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동명의 향수로 유명한 조향사 조 말론 등 조금 더 대중이 잘 알 수 있는 이들이 섭외됐다. 내년 6월까지 시즌 2를 마무리한다는 계획만 있을 뿐 시즌 3의 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조금 더 다양성의 의미를 부여해 섭외의 범위가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있다.

지난 7월과 8월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진행된 EBS ‘위대한 수업’ 녹화에 참여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 사진 EBS



“저는 좀 아닌 편이지만(웃음) 저희 팀에는 박학다식하고, 책을 읽기 좋아하며 인류학에 관심이 많거나 과학을 전공한 PD들이 있습니다. PD라는 직업이 ‘스페셜리스트’이기보다는 ‘제너럴리스트’잖아요.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저도 출연자의 저서나 논문, 인터뷰 등을 다 읽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식의 측면에서 많이 발전한 것 같습니다. 물론 해외를 혼자 다니면서 운전도 늘었고요.(웃음)”

그는 파키스탄의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 콩고민주공화국의 의사로 2018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드니 무퀘게, 디즈니의 CEO 밥 아이거를 섭외하고 싶은 연사로 꼽았다. 최PD가 이렇게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방송 이후 “계절학기가 시작됐다” “수신료 70원의 환경인데도 그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다”는 시청자들의 반응 때문이다.

“요즘 강연의 형식을 가진, 예능과도 접목한 프로그램도 많이 있는데요. 저희는 매일 고농도로 15~20분 동안의 강연을 전해드립니다. 매일 방송하고 있으니 보시면 지식이 올라가고, 견문이 넓어지실 거예요. 하루에 20분만 시간을 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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