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썸바디’ 왜 정작 시청자와 ‘매칭’에 실패했을까[TV와치]

김범석 2022. 12. 25. 06: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넷플릭스가 '카터' '글리치'에 이어 이렇게 독창적인(?) 콘텐츠에 꾸준히 투자하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넷플릭스가 이렇게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괴작들을 꾸준히 내놓는 건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지구촌 장사꾼의 촉인데다 한국이 아직까진 가성비 좋은 생산기지이기 때문이다.

2배속으로 보지 말고 두 번 정주행하면 멜로가 보일 거라고도 했지만, 그보단 4~6부작 압축이 더 나을 뻔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엔 김범석 전문기자]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넷플릭스가 ‘카터’ ‘글리치’에 이어 이렇게 독창적인(?) 콘텐츠에 꾸준히 투자하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회전초밥 레일에 광어, 연어 초밥만 가득하면 얼마나 섭섭하겠나. 넷플릭스가 이렇게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괴작들을 꾸준히 내놓는 건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지구촌 장사꾼의 촉인데다 한국이 아직까진 가성비 좋은 생산기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입자 증가 추세가 한풀 꺾인 마당에 제작비 회수조차 안 되는 망작이 계속 누적된다면? 설상가상으로 비용이 높아져 K 콘텐츠의 효용마저 떨어진다면? 과연 그때도 이런 과감한 투자가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건 직역하면 불호가 높다는 뜻. ‘썸바디’는 아쉽게도 제작진이 권하는 두 번 볼 작품은 아니다. 알고리즘에 이끌려 닷새간 8회를 겨우 완주한 입장에서 ‘안 본 눈’이 부럽다.

먼저 감독이 뭘 얘기하려는지 주제가 선명하지 않다. 재미와 감동, 의미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다. 인간의 소통 부재와 소외를 위로하는 이야기라고 하나 와닿지 않는다. 극 중 그나마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라곤 채팅 로봇 ‘썸원’ 하나다. 자판에 썼다가 지운 글을 속마음으로 해석해 상대를 위로하는 썸원만이 이 갑갑한 고구마밭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환기구다.

타인과 정서적 교류를 못 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천재 개발자 김섬(강해림)과 하반신 마비된 사이버수사대 경찰 기은(김수연), 레즈비언 무당 목원(김용지)이 데이트앱에서 매칭된 여자를 이유 없이 죽이고 다니는 연쇄살인마 윤오(김영광)와 얽히며 벌어지는 스릴러인데 아뿔싸. 범죄물로 이륙해 경유없이 무리하게 멜로로 착륙을 강행하다 보니 연료 경고등이 켜지고 험난한 난기류까지 겪게 된다.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 섬은 윤오가 연쇄살인범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동질감에 취해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 윤오와 정사 후 만신창이가 돼 간신히 살아남은 기은도 놈이 피의자라는 걸 뒤늦게 알게됐지만 체포는커녕 철거지역으로 그와의 재회를 위해 휠체어를 타고 돌진한다. 목숨이 위태로운 섬을 위해 굿까지 벌인 목원 역시 ‘너한테 향냄새 나’라며 겁만 줄뿐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 이 같은 플롯 부재는 피해자를 비난하게 되는 불쾌한 상황을 낳는다.

‘1~2회만 보고 손절한 자가 위너’라는 말이 억지가 아닌 건 아무리 신인이라지만 모노드라마 보는 것 같은 아쉬운 연기 탓이 가장 크다. 게으른 각본도 시청자의 적잖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연애의 참견’ 재연 배우 출신인 강해림은 ‘은교’의 김고은이 될 수도 있었지만, 아직은 좀 더 수련이 필요해 보인다.

김영광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지만 ‘추격자’ 하정우를 넘어설 만큼은 아니었다. 그의 자질 부족이라기보단 예술을 지향하는 욕심 많은 서사 탓이다. 제작진은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인간의 간절한 욕망을 그리고 싶었다’지만 시청자와의 ‘매칭’부터 신경썼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2배속으로 보지 말고 두 번 정주행하면 멜로가 보일 거라고도 했지만, 그보단 4~6부작 압축이 더 나을 뻔했다.

(사진=넷플릭스 드라마 ‘썸바디’)

뉴스엔 김범석 bskim129@newsen.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