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크리스마스 분위기 안 나네”… 고물가·한파에 창신동 완구거리 ‘썰렁’

김민소 기자 2022. 12.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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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1시쯤, 서울 종로구 창신동 완구거리에서 30년 넘게 장난감 도매점을 운영한 김모(65)씨는 야외 매대에 놓인 인형을 정리하며 한숨을 쉬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평소보다 많은 양의 장난감을 준비했다는 김씨는 장난감 상자가 수북이 쌓인 가게 안을 가리키며 "물건이 이렇게 많은데 손님은 기껏 5명 정도 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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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대목인데도 찾는 손님 없어
”코로나19 한창 때랑 별반 다르지 않아”
영하 10도 한파에 손님들도 발걸음 돌려

“날씨도 안 도와주네요. 크리스마스 장사 좀 해보려 했는데…”

지난 23일 오후 1시쯤, 서울 종로구 창신동 완구거리에서 30년 넘게 장난감 도매점을 운영한 김모(65)씨는 야외 매대에 놓인 인형을 정리하며 한숨을 쉬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평소보다 많은 양의 장난감을 준비했다는 김씨는 장난감 상자가 수북이 쌓인 가게 안을 가리키며 “물건이 이렇게 많은데 손님은 기껏 5명 정도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완구거리./김민소 기자

장난감과 각종 문구류를 팔아 어린이 손님이 많은 창신동 완구거리는 일년에 두 번 대목을 맞이한다. ‘크리스마스’와 ‘어린이날’이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 넷째 주, 상인들은 특수를 기대하고 많은 양의 물건을 들여왔지만 가게를 찾는 발걸음은 드물었다.

쿠팡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장난감을 쉽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데다, 물가가 치솟으며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날씨에 외출을 꺼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학용품과 문구류, 책가방 등을 팔아 연말연초 특수를 누렸다는 40대 김모씨는 “올해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0% 넘게 떨어진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김씨는 “이맘때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에게 줄 선물을 고르러 온 손님들이 많았는데 이번 달은 그런 손님도 몇 안 된다”며 “지금까지 5만원도 못 팔았는데, 코로나19 한창 때랑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어린이날보다 훨씬 휑한 분위기를 걱정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장난감 총, 미니게임기 등 각종 오락용품을 판매하는 50대 이모씨는 “어린이날 즈음에는 며칠 전부터 북적북적 했는데, 어제 오늘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안 난다”며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가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이 줄었고, 요즘엔 젊은 친구들이 와서 보드게임 같은 걸 한 두개씩 사간다”고 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완구거리./김민소 기자

크리스마스 용품을 판매하는 상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2시쯤, 완구거리 한 가게 앞 매대 위에선 캐롤이 흘러나오는 인형들이 흥겹게 춤을 추며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게 안을 오가는 손님은 없었다. 계산대를 지키던 직원은 “(크리스마스) 이브 전에 바짝 장사를 해야 되는데 거리 전체가 조용하고 손님이 없다”며 “내일부터는 주말이니깐 아이들도 오고 대목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서운 한파에 손님들도 발걸음을 재촉하는 분위기였다. 서울 은평구에서 음악학원을 운영 중이라는 정지연(38)씨는 “학원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해서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려 왔는데 손발이 꽁꽁 얼어서 이만 들어가보려 한다”며 “슬라임이랑 캐릭터 가방 몇 개만 샀고, 남은 선물은 쿠팡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장난감을 사러 온 최모(43)씨는 “아들한테 완구거리를 보여주고 싶어서 같이 나왔는데 돌아다니기엔 너무 추워 금방 들어가야 할 것 같다”며 “아들이 사고 싶어하던 레고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줘서 다행”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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