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세입자 못 구한 임대사업자…전세보증금 반환 어쩌나 발동동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2. 12. 2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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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1일 서울의 한 구청 주택임대사업자 상담 창구에서 민원인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 [박형기 기자]
전세 세입자 만기를 앞두고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고민하는 임대사업자들이 늘고 있다. 새로 들이는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받아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지만, 최근 전세 대출금리가 6~7%로 뛴 탓에 전세거래 절벽인 상황에 문의 조차 없기 때문이다.

1~2금융권에서 전세퇴거자금용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돌려주려 해도 임대사업자의 주담대 대출 금지 조치 탓에 이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임대사업자는 부기등기로 인해 개인 일반사업자 자격 대출도 받을 수 없다.

임대사업자가 제 날짜에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경우 그 피해는 오롯히 세입자가 입을 수 밖에 없다. 실제 전세사고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22일 한국부동산원의 임대차시장 사이렌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보증사고 금액은 1862억원으로, 지난 10월(1526억원)보다 22% 늘었다. 같은 기간 사고 건수는 704건에서 852건으로 증가했고 사고율도 4.9%에서 5.2%로 상승했다.

전세 매물은 계속 적체하는데 반해 전세수요는 갈수록 줄어드는 수급 불균형 현상이 심화된 데 따른 것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자료를 보면,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서울지역 전세매물은 5만1824건에서 5만4150건으로 4.4% 증가했다.

전세시장은 금리 인상의 여파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직방 자료를 보면 지난달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은 5.2% 하락했다. 전세 거래량은 이달 14일 기준 전국 54만6000여건으로 전년도 59만2000여건과 비교해 소폭 감소했다. 거래금액도 같은 기간 191조6000억원에서 177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임대사업자들은 전세시장 위축으로 세입자 구하기가 어렵다며 전세퇴거자금용 주담대 규제를 풀어달라고 호소한다. 한 임대사업자는 “대출이라도 받아서 임차인들의 전세금을 돌려주고 싶어도 대출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보증금을 못돌려주면 임차인은 전세보증금 못 돌려받고, 임대인은 집이 경매로 넘어간다”고 토로했다.

전세자금반환용 대출은 생활 안정 목적의 주담대로 분류된다. 생활 안정 자금은 현재 한도가 2억원이지만 전세자금반환용도라면 2억원 이상도 대출이 가능하다. 다만 2주택자는 대출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출받으려면 주택 처분 조건으로 매매계약서를 증빙해야 한다. 특히 전세자금 반환용도로 대출을 받으면 3개월 이내에 집주인이 입주해 실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문제는 임대사업자로 등록을 하면 시중은행 전세퇴거자금 대출 자체가 되지 않는다 점이다. 농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에서 취급하는 곳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막혔다.

최근에는 임대사업 부기등기를 하면서 대출 받기가 더 힘들어진 상황이다. 앞서 전정권은 서 세입자 권리 보호를 위해 임대사업자는 소유권등기에 임대주택임을 부기등기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또 다른 임대사업자는 “부기등기된 집은 은행 대출에서 대출을 꺼린다”면서 “나중에 경매넘어가면 절차가 복잡해진다는 게 이유라는데 이게 말이 되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 완화 계획을 시사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1차 국정과제 점검 회의에서 “현재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주담대 허용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향후 시장 상황을 봐서 국토교통부나 기획재정부와 정책 방향을 맞춰서 이분들도 주담대를 쓸 수 있도록 추진하려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보증금 반환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다른 주택을 구매하거나 전세를 끼고 구매하는 갭투자 후 정작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는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세입자 보호 차원에서라도 이 정도의 조치는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심리가 바닥인 상황을 전제로 나온 의견이다.

정부 “다주택자를 건전한 민간 임대 사업자로”
정부는 지난 21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 규제 완화와 함께 ‘등록 임대 사업자’ 제도 정상화 카드도 꺼내 들었다.

현재 등록임대 사업은 아파트를 제외한 단독·연립주택의 장기(10년) 임대만 가능하다. 앞으로는 전용 85㎡ 이하의 이른바 ‘국평’(국민 평형) 아파트까지 이 범위가 확대된다.

당 사업자에게는 맞춤형 세제 혜택도 제공된다. 먼저 신규 아파트를 매입 임대(수도권 6억원·비수도권 3억원 이하)하는 사업자에게 주택 규모에 따라 60㎡ 이하는 85~100%, 60~85㎡는 50%의 취득세를 깎아주기로 했다.

조정 대상 지역 내 매입 임대 주택을 등록하면 양도세 중과와 종부세 합산에세도 배제된다. 법인이라면 법인세를 추가로 내지 않아도 된다.

의무 임대 기간을 10년에서 15년까지 확대 적용하는 사업자의 경우 주택가액 요건이 수도권 9억원, 비수도권 6억원 이하로 추가 완화된다.

규제 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규제도 해제한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은 30%를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등록 임대 사업자에 대해서는 LTV 상한을 일반 다주택자보다 더 높여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다주택자를 건전한 민간 임대 사업자로 전환하고 이에 대해 투명한 절차와 낮은 임대료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전환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대 사업자에게 작은 평형만 허용하면 국민들이 원하는 주택 크기와 환경 등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국민주택 규모까지 확대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아파트 등록임대제도로,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임대차 3법(전월세 5% 상한제·2+2년 계약갱신 청구권·전월세 신고제)을 대체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법으로 임대료 상한을 제한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대적 감세로 임대료 안정을 ‘유도’하는 방안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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