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젤렌스키, 美 지원 재확인 했지만 숙제 남아
바이든과 회동에서 2조원 넘는 무기 지원 받아
바이든, 지원 재확인...첨단 무기 및 휴전 문제는 우크라와 온도차
젤렌스키, 의회 연설에서 러시아 '나치 독일'에 비유하며 지원 촉구
러시아 "서방 무기 늘어나면 전쟁 격화" 경고
젤렌스키는 침공 300일째인 20일(현지시간) 동부 도네츠크주의 최전선인 바흐무트를 방문해 우크라 병사들을 격려했으며 곧장 기차로 폴란드로 이동해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는 21일 미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했다. 이번 방미는 지난 18일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패트리엇 안긴 바이든, 우크라와 온도차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 입구에서 젤렌스키를 맞이했다. 젤렌스키는 바이든과 정상회담을 시작하면서 우크라 무공훈장을 선물했다. 바이든은 이에 미군의 전통 기념 주화인 챌린지 코인을 주겠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약 2시간 넘게 회담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바이든은 회견에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언급하며 "푸틴은 이 잔인한 전쟁을 끝낼 의사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이 이어지는 한 우크라에 대한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바이든은 우크라에 18억5000만달러(약 2조3581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으며 이는 개전 이후 미국의 군수 지원 가운데 단일 규모로 가장 큰 액수다. 바이든은 "이 지원 패키지에는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가 포함될 것"이라며 "우리는 전쟁이 이어지는 한 당신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해당 포대는 미사일 요격용으로 쓰이는 방공망으로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 방어에 쓰일 전망이다.
바이든은 이날 회견에서 우크라에게 최첨단 무기를 포함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제껏 지원한 것과 근본적으로 다른 무기를 우크라에 준다는 생각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전 세계를 분열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체 방어에 필요하고 전장에서 이기는데 필요한 무기를 공급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젤렌스키는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에 대한 모든 도움과 지지에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 종식 방안에 대해 "단지 평화를 위해 내 나라의 영토와 주권, 자유에 대해 타협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젤렌스키가 전장에서 이길 것이기 때문에 그가 러시아와 대화할 준비가 되면 협상에서도 성공할 것"이라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젤렌스키는 바이든과 회담을 마친 뒤 미 국회의사당으로 이동해 상하원 의원들에게 연설했다. 의원들은 젤렌스키가 입장하자 약 2분 동안 기립박수로 환대했으며 젤렌스키는 바흐무트에서 병사들에게 받아온 우크라 국기를 미 의회에 선물했다. 그는 미군이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1944년 성탄절 전후로 벨기에 아르덴숲에서 독일군의 공세를 막아섰던 '벌지 전투'를 언급하며 "용맹한 우크라군이 이번 성탄절에 푸틴의 군대를 물리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추가적인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자선이 아니라 세계 안보와 민주주의에 대한 투자"라며 러시아같은 "테러리스트 국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간선거에서 하원 과반을 차지한 공화당은 우크라에 무기를 무제한 공급하기 어렵다며 원조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2023년 회계연도 예산을 두고 공방을 이어가던 미 여야는 20일 1조7000억달러(약 2186조원) 규모의 예산안에 합의했다. 이번 예산안에는 방위비 8580억달러를 포함해 바이든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 예산과 우크라에 대한 군사적 지원 예산 449억달러(약 57조7414억원) 등이 포함돼 있다. 미 의회는 예산안 처리 시한인 23일 전까지 법안 통과를 서두를 계획이다.
내년 미 하원의장 후보로 유력한 공화당의 캐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캘리포니아주)는 젤렌스키의 연설 이후 "매우 좋은 연설이었지만, 내 입장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를 지지하지만, 백지수표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가 쓴 모든 돈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젤렌스키의 방미에 앞서 미국을 상대로 더 이상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21일 우크라에 대한 서방의 무기 공급에 대해 "분쟁의 강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우크라에게도 좋은 징조가 아니다"고 경고했다. 같은날 푸틴은 러시아 국방부 이사회 연례 확대 회의에 참석하여 서방과 우크라를 비난했다. 그는 "우크라를 포함한 적대 세력과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며 "문제는 그것이 언제 일어날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나는 우크라를 형제 국가로 생각해왔다. 지금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 지정학적 조건 하에서 우크라와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차관을 제공하고 에너지 자원을 거의 무료로 공급하는 등 수년 간 노력해 왔지만 아무 효과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푸틴은 우크라가 나토 가입 및 친서방 정책을 추진하자 우크라 정부를 나치와 같은 극단적 민족주의자라고 비난했다. 이어 우크라의 극단주의자로부터 러시아의 안보와 인근 러시아계 주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월 우크라를 침공한 이후에도 전쟁이 아닌 '특별 군사 작전'이라고 부르며 젤렌스키 정권이 물러나면 침공을 그만두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푸틴 이날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를 조만간 실전 배치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러시아 해군은 다음 달부터 극초음속 미사일 '지르콘'을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같은날 국방부 회의에 참석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법률상의 현역군인 규모 100만명을 150만명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동시에 의무 징병 연령을 현 18~27세에서 21~30세로 상향하자고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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