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美 군용기 타고 조기경보기·전투기 호위받으며 방미(종합)

강병철 2022. 12. 22.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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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통 보안 속 열차로 폴란드 이동…폴란드서 미군 수송기 C-40B 탑승
'러 잠수함 출몰' 북해에선 조기경보기 투입·美공군 F-15E 엄호 비행
비행기 코드명은 'SAM901'…비행경로 추적사이트에 한때 노출되기도
폴란드 기차역서 포착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프세미실[폴란드]AFP=연합뉴스]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러시아와 전쟁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미국 방문 결정은 극비리에 추진됐으며 미국행(行)은 극도의 보안과 철통같은 엄호조치 속에 진행됐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지 300일 만에 처음으로 전장을 비우고 우크라이나에서 8천Km 정도 떨어진 워싱턴 DC를 찾는 상황을 고려해 나온 조치다.

11일 첫 논의뒤 18일 확정…방문 당일 새벽에 발표 =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대한 공식 발표도 21일 새벽 1시(미 동부시간)에 이뤄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백악관 환영식(오후 2시)을 13시간 남겨두고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동시에 미국 방문을 확인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30분에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한 뒤 오후 4시 30분에 공동 기자회견을 한다. 또 오후 7시 30분에 미국 의회에서 연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후 곧바로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귀국 일정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방문 논의도 철저한 보안 속에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1일 통화 때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 가능성을 처음으로 논의했으며 미국행 3일 전인 18일에야 최종 확정됐다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그 사이 약 일주일간 양측은 미국 방문 성사에 필요한 보안 상황 등에 대해 공동으로 협의를 진행했으며, 신변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판단되자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을 그대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논의는 미국 정부 및 의회 내의 극히 일부 인사에만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공군 C-40B/C [미 공군 홈페이지 사진 캡처]

열차로 폴란드로 이동…美수송기 이동에 조기경보기 순찰·전투기 호위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동 경로나 방식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확인이 안된 상태다.

그는 출발 직전인 20일에는 최대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를 찾았다.

10개월 만에 전장을 처음으로 비우는 만큼 격전지 전황을 최종적으로 살피는 한편, 장병들을 격려하고 미국 방문을 위해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먼저 우크라이나에서 폴란드로 열차를 타고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에 인접한 폴란드 프세미실 기차역에서 이동하는 모습이 현지 언론인 TVN24 카메라에 잡혔다.

그는 기차를 뒤로 하고 경호를 받으면서 걸어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탑승했다.

이 자리에서는 브리지트 브링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도 목격됐다.

TVN24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인근 르제스조우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워싱턴으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4월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찾을 때도 폴란드에서 기차로 이동한 바 있는데 유사한 경로를 이용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태운 비행기는 미국 공군 수송기 C-40B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이 비행기는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출발해서 이날 일찍 폴란드에 도착했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태우고 현지 시각으로 오전 8시 15분에 출발했다.

비행경로 사이트 등에 따르면 이 비행기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 동부 시간으로 새벽 1시에 미국 방문을 공식 발표한 직후에 폴란드에서 출발해 독일, 영국 등을 지나 서쪽으로 이동했다.

비행기 코드명이 'SAM910'인 이 항공기의 이동이 비행경로추적 사이트 등에 한때 노출됐다가 사라졌으며, 그린란드 해안을 지날 때 잠깐 다시 관측됐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SAM은 '스페셜 에어 미션'(Special Air Mission·특별공중임무)'을 줄인 말이다.

이 수송기가 북해에 도착하기 전에는 독일 가일렌키르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공중조기경보기(AWACS)가 해당 해역을 순찰했다고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F-15E 전투기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북해는 러시아 잠수함이 활동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 혹시 모를 러시아의 요격에 대비한 조치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을 태운 군용기가 북해로 오자 영국 서포크 밀든홀의 공군기지에서 미 공군 F-15E 전투기가 긴급 발진해 엄호했다.

이 전투기는 C-40B 수송기가 스코틀랜드 상공으로 진입한 것을 확인한 뒤 기지로 복귀했다.

텔레그래프는 "영국 북동 해안 밖에서 이뤄진 공중 활동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외국을 방문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면밀하게 조정된 안보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나토 등의 호위를 받으며 미국 수송기를 타고 이동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정오 가까이에 워싱턴 DC 인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AP 통신은 이날 낮 12시 33분께 젤렌스키 대통령이 도착했다는 속보를 보냈다.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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