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1311> 충북 제천 구담봉~옥순봉

글·사진=이창우 산행대장 2022. 12.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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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김홍도가 탐낸 비경, 그 능선 휘감은 충주호에 푹 ~ 빠졌죠


- ‘공원 지킴터’ 회귀 5.8㎞ 코스
- 구담봉 가파른 철계단 북적북적
- 눈 내렸다면 미끄럼 사고 주의
- 관광객 적은 옥순봉부터 산행을
- 촛대바위 등 기암괴석 발길 잡아
- 호수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핫플’

산 좋고 물 좋고 정자까지 좋은 곳을 꼽으라면 우리나라에 여러 곳이 이름을 올린다. 그중 충북 충주호에 단양과 제천을 경계 짓는 구담봉(龜潭峯·338m)과 옥순봉(玉筍峯·283m)을 빼놓을 수 없다. 기암괴석이 빚은 산과 명경지수(明鏡止水)인 충주호의 물이 합쳐, 이를 수반 위의 수석 같은 경관에 비유한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퇴계 이황이 “중국의 소상팔경(瀟湘八景)이 이보다 더 나을 수 없다”며 극찬한 구담봉과 옥순봉을 연계하는 산행을 소개한다.

충북 제천시 수산면 옥순봉 정상에 서면 조망이 시원하게 열리는데 동쪽 조망이 수반의 수석을 보는 듯 아름답다. 왼쪽이 붕긋한 말목산, 오른쪽에 제비봉, 그 앞으로 거북이가 기어가는 모습을 한 구담봉이 펼쳐진다. 발아래는 충주호인데 제천에서는 청풍의 옛 이름을 따 청풍호라 부른다.


■수반의 수석 ‘구담·옥순봉’

구담봉~옥순봉은 충주호 수상관광으로 유명한, 여름 산행지로 알려졌다. 이는 구담봉 옥순봉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두 봉우리는 흰 눈을 인 겨울철 수묵화 같은 풍경이 펼쳐질 때 더욱 진가를 발휘해 이맘때부터 가장 많은 등산객이 찾는다. 근교산 취재팀은 날씨가 추워진다는 일기예보에 내심 눈꽃 산행을 기대했다. 그 꿈은 죽령터널을 지나면서 산산이 부서졌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흐렸던 날씨가 차츰 개였기 때문이다.

구담봉은 거북이가 절벽을 기어 오르는 모습이며, 물속 바위에 거북 무늬가 있다고 해 ‘구담(龜潭)’이 구담봉이 되었다면, 옥순봉은 죽순과 같이 솟구친 바위에서 유래한다.

길이 222m로 충주호를 가로질러 옥순봉 아래에 연결된 옥순봉 출렁다리.


옥순봉은 제천(옛 청풍) 땅에 속하지만, 단양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 연유를 보면 퇴계 이황 선생이 단양 군수로 재직할 때 정했다는 ‘단양팔경’에 기인하며, 기생 두향 이야기가 전해온다. 옥순봉은 이황이 직접 이름 붙였을 만큼 애착을 가졌다. 이를 안 두향이 이황에게 옥순봉을 단양에 귀속시켜 달라 청원했다. 이황이 청풍 부사에게 이를 부탁하자 부사는 ‘그럴 수 없다’며 거절했다. 이황은 아쉬워하며 옥순봉 아래 바위에 ‘단양의 관문’이란 뜻의 ‘단구동문(丹丘洞門)’ 글자를 새겨 놓았다. 이때문에 단양팔경의 3경이 구담봉이며 4경이 옥순봉으로 돼 있다. 제천에서는 ‘제천 10경’에 옥순봉이 제8경으로 이름을 올렸다.

구담봉 철계단을 오르내릴 때 눈이 내렸다면,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산행경로를 보면 제천시 수산면 계란리 옥순봉 구담봉 공원 지킴터(옥순봉 구담봉 주차장)에서 출발~콘센트형 움막(농장)~구담봉·옥순봉 갈림길~구담봉 정상~구담봉·옥순봉 갈림길~옥순봉 정상~옥순봉 전망대~다시 구담봉·옥순봉 갈림길에서 옥순봉 구담봉 공원 지킴터로 되돌아 오는 원점회귀이다. 산행거리는 약 5.8㎞이며, 3시간 30분 안팎 걸린다.

계란재에 있는 옥순봉 구담봉 공원 지킴터 안쪽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계란재는 조선 중기 문인 토정 이지함이 제천의 금수산에 올라 이곳을 보고는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의 명당이라 한 데서 유래되었다 한다. 상단 주차장 오른쪽에 탐방객 계수대를 빠져나가면 콘크리트 임도와 연결된다. 여기서 본격적인 구담봉(2.0㎞)·옥순봉(2.3㎞) 산행을 시작한다. 완만한 임도는 고개를 넘어 콘센트형 움막이 들어선 농장을 지난다. 나무계단을 올라 고갯마루에서 옥순봉 구담봉은 오른쪽 능선을 탄다.

야자매트가 깔린 완만한 길로 통나무 계단을 오른다. 주차장에서 약 30분이면 구담봉·옥순봉 삼거리인 367봉에 올라선다. 오른쪽이 구담봉 방향이며 왼쪽이 옥순봉으로 간다. 어느 봉우리를 먼저 가느냐는 상관 없다. 모두 오른쪽 구담봉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등산객·관광객이 몰려 복잡한데다 철계단에서는 정체가 된다. 이때는 옥순봉을 먼저 갔다 온 뒤 구담봉으로 가는 게 낫다. 취재팀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해 등산객이 몰려가는 구담봉(0.6㎞)으로 향했다.

■가파른 구담봉 철계단 아찔

335봉에 두 귀를 쫑긋 세운 마이산을 닮은 바위.


구담봉까지는 크게 두 번 오르내림이 있지만 ‘빵빵’ 터지는 전망대로 힘든 줄 모른다. 왼쪽으로 머리를 들면 툭 불거진 ‘어금니’ 같은 금수산이 우뚝하며, 충주호는 울퉁불퉁한 바위 능선인 구담봉을 휘감았다. 철계단을 내려서면 안부, 다시 바윗길을 오른다. 쭈볏쭈볏한 바위가 늘어선 주변 경관은 발걸음을 자꾸 붙잡는다. 두 귀를 쫑긋 세운, 마이산을 닮은 작은 바위를 지나 335봉 전망대에 선다. 왼쪽이 옥순봉이라면, 오른쪽은 가야 할 구담봉이다. 구담봉의 깎아지른 바위절벽에 걸린 철계단은 어릴 때 본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를 연상하게 한다.

구담봉 서벽의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는 등산객 .


구불구불한 철계단에 구담봉을 오르내리는 등산객이 늘어섰다. 취재팀도 합류하려고 철계단을 내려간다. 다시 ‘V자’ 안부에서 사다리를 받친 듯 연속으로 경사진 철계단을 오른다. 코가 닿을 만큼 가파른 철계단을 올라 한숨 돌린 뒤 바윗길을 오른다. 옥순봉 구담봉 삼거리에서 쉬엄쉬엄 경관을 즐기며 약 40분이면 구담봉 정상석과 만난다. 정상석 뒤 구담봉 덱 전망대가 나온다. 왼쪽 금수산에서 시계방향으로 둥지봉 가은산 말목산 두악산 소백산 제비봉 사봉이, 발아래는 유람선 선착장인 장회나루다. 왔던 길을 되돌아나가 30분이면 삼거리에 도착한다.

옥순봉(0.9㎞)으로 직진한다. 아름드리 소나무숲길인데, 구담봉에 비해 한결 완만하다. 옥순봉(0.7㎞) 이정표를 지나 안부에서 다시 바윗길을 오르면서 조망이 열린다. 왼쪽으로 봉황이 날개를 펼쳐 하늘로 비상하려는 듯 창끝같이 뾰쪽한 월악산이 보인다면, 오른쪽에는 옥순봉에 기댄 촛대바위가 볼거리다. 옥순봉 전망대 안내판을 지나 이정표 삼거리에서 약 35분이면 나무 덱이 깔린 옥순봉 정상에 선다. 구담봉 정상 조망과 별반 다르지 않으나 수반에 놓은 수석을 보는 듯 충주호에 솟은 말목산과 구담봉이 한 폭 진경산수화를 보는 듯 아름답다.

이곳 풍경을 이황과 김홍도가 그리 탐을 낸 모양이다. 이황은 이곳의 빼어난 경치에 반해 청풍 땅이지만 ‘단양으로 들어가는 입구’라 했으며, 김홍도는 옥순봉을 화폭에 담은 ‘옥순봉도(玉筍峯圖)’를 남겼다. 서쪽으로 80m쯤 떨어진 옥순봉 전망대를 갔다 온다. 충주호에 놓인 옥순봉 출렁다리와 호수를 가로지른 옥순대교 뒤로 거울 같은 물길이 이어진다. 삼거리로 되돌아 가 오른쪽 공원 지킴 터(1.4㎞)로 왔던 길을 되짚어 주차장에 도착한다.

◆교통편

- 거리 멀어 당일산행 어려워, 승용차로 1박2일 여정 권장

부산 경남에서 충주호까지는 거리가 멀어 대중교통으론 당일 산행을 할 수 없어 승용차 이용이 낫다. 워낙 빼어난 경치라 느긋한 1박 2일 계획을 세워 장회나루에서 충주호 유람과 옥순봉 출렁다리, 청풍호문화재단지 등을 둘러보면 괜찮다. 승용차 이용 때는 충북 제천시 수산면 계란리 6-15 ‘옥순봉 구담봉 주차장’을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설정하면 된다. 주차비 소형 5000원.

대중교통은 버스는 부산 노포동 동부터미널에서 단양으로 가는 교통이 없다. 대신 충주로 간 뒤 단양으로 가는 버스로 환승해 장회나루정류장에서 내린다. 기차는 부산역에서 신경주로 간 뒤 단양으로 연계하는 기차로 바꿔 탄다.

버스는 동부터미널에서 충주로 가는 무정차 우등버스는 오전 8시 10시 등에 있다. 약 3시간 10분 소요. 충주에서 단양 가는 시외버스는 오전 9시10분 오후 2시45분 6시10분 7시30분에 출발하며 장회나루정류장에서 내린다. 기차는 부산역에서 오전 8시 출발해 신경주역으로 간다. 단양은 오전 9시1분 기차와 연계 된다. 단양역버스정류장에서 양당 가는 군내버스는 오전 6시50분 8시25분 11시5분 오후 2시35분 등에 지나가며 장회나루정류장에서 내린다.

장회나루정류장에서 산행 들머리인 계란재까지 약 1.6㎞ 거리, 걸어서 25분쯤 걸린다. 산행 뒤 장회나루정류장에서 충주로 가는 직행버스는 오후 4시45분 한 차례 있다. 충주에서 부산 가는 버스는 오후 2시30분 5시 6시50분에 출발한다. 장회나루에서 단양역으로 가는 군내버스는 오후 3시20분 5시20분 7시40분에 있다. 단양역에서 신경주역으로 가는 기차는 오후 4시40분 있다. 신경주역에서 부산역은 오후 7시37분, 7시55분 기차와 연계 또는 환승 한다.

산행 뒤 옥순봉 전망대에서 발아래 보이던 옥순봉 출렁다리를 가보자. 옥순대교 입구에서 청풍호를 가로질러 옥순봉 아래 벌말마을로 연결한 출렁다리는 길이 222m 폭 1.5m인 무주탑 방식이다. 충주호 건너 가은산의 깎아 세운 벼랑이 아찔하다. 입장료는 1인 3000원인데, 제천 지역화폐로 2000원은 되돌려준다.

맛집 한 곳을 소개한다. 제천시 수산 면소재지에 있는 약채음식 전문점 ‘가람(043-651-2264)’이다. 청정댐인 충주호(청풍호)에서 직접 잡은 민물고기로 푹 고아 내 놓는 어탕과 매운탕이 걸작이다. 어탕(사진)은 비린내가 없고, 진한 국물은 산행으로 언 몸을 녹이기에 충분하다. 어탕 1인 8000원, 어칼국수 1인 9000원.

문의=문화라이프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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