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날아가는 젤렌스키…우크라전 판 바꿀 '깜짝카드' 나올까
바이든 만나 휴전 제안 여부 등 주목…새 전기 마련되나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미국 의회에서 연설하는 계획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배경과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올해 2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이래 진지를 떠나 외국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신변의 위험을 무릅쓴 외국행 강행인 만큼, 방미 기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이든과의 회담 등을 통해 내놓을 깜짝 카드가 있을지, 그의 이번 방미가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는 우크라전의 새 국면을 여는 전기가 될지 주목된다.
미 CNN 방송은 "우크라 정상의 워싱턴 방문은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에 따른 전쟁 발발 이래 10개월만에 중대한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그 사이 침공에 대한 우크라 저항의 국제적 상징으로 부상, 지난해 대부분의 시간을 국제 사회에 지원을 요청하는데 할애했다고 보도했다.
일단 전쟁을 치르는 우크라이나와 젤렌스키의 입장에서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일뿐만 아니라 이번 전쟁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지원 세력이다.
그런 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 미 의회에 우크라 지원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부터는 지금까지 지속된 미국의 전폭적 우크라이나 지원에 제동이 걸릴 공산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간선거를 계기로 내년 1월 3일에 임기가 시작될 제118대 연방의회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될 예정인데 따른 것이다.
지난 8일 업데이트된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의 '우크라이나 지원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월 24일부터 11월 20일까지 각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공여키로 약속한 지원 총액 1천억 유로(137조 원) 중 거의 절반인 48억 유로(66조 원)를 미국이 단독으로 부담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유럽연합(EU) 기구들과 EU 회원국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액을 모두 합한 것보다 규모가 더 크다.
특히 군사 지원 면에서는 질로든 양으로든 액수로든 비중이 압도적이다.
내년 1월 하원의장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케빈 매카시 현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백지수표식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처럼 미국 의회의 세력 구도가 바뀌는 시점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초당적 우크라이나 지지를 호소함으로써 미국 국민들을 감동시키고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려고 노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합동회의 연설이 성사된다면, 미국 의회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포함된 2023회계연도 예산안을 처리하는 시점과 겹치게 된다.
미국 의회가 상·하원 합동회의를 열어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려면 그 전에 이를 위한 결의안을 채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펠로시 의장은 "민주주의에 대해 매우 특별한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21일 밤 회의에 출석해 자리를 지켜 달라는 당부 편지를 하원의원 전원에게 보낸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등 민주당의 입장에서 젤렌스키의 워싱턴 방문과 의회 합동회의 연설은 그간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해 온 우크라이나 지원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미국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 방미 기간 우크라이나에 대해 추가로 18억 달러(2조3천억 원) 규모의 안보 지원을 제공하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CNN이 미 행정부 당국자발로 전했다. 여기에는 패트리엇 미사일 등 새로운 무기 지원 계획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지금까지 거의 200억 달러(26조 원) 규모의 안보 원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했으며, 미국 의회는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450억 달러(58조 원)의 긴급 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만약 이 긴급지원안이 통과될 경우 미국의 대(對) 우크라이나 긴급 원조 누적 총액은 1천억 달러(129조 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아울러 젤렌스키의 워싱턴 방문을 계기로 양국 정상을 포함한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이 현 단계에서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어려운 민감한 주제에 대해 솔직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생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일시 휴전을 하거나 강화 협상을 벌이는 방안 등이 이런 '민감한 주제'에 포함될 수 있다.
미국은 그간 EU 등과 단결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을 이끌어 왔으나,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등의 공급이 줄거나 끊기면서 에너지난 등에 시달리는 프랑스, 독일 등에서 나오는 불만의 목소리를 계속 억누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전쟁 피로도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젤렌스키 방문 때 일시 휴전이나 강화 협상 추진 등의 가능성을 막후에서 타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휴전이나 강화협상 추진 여부나 시기는 전적으로 우크라이나가 결정할 문제라는 게 미국과 EU 지도자들이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입장이어서, 이번 방미 기간 급진전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 전망이 적지 않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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