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헌 옷으로 싸맨 계량기 꽁꽁…"○○ 줘봐요" 교체반의 동파예방 팁

김도균 기자, 원동민 기자 2022. 12. 1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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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낮 12시쯤 서울 중구 을지로동의 한 건물. 계량기 동파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시설공단 산하 중부수도관리소 계량기교체반 소속 남동호(59) 주임이 분리한 계량기의 모습. 내부가 잔뜩 얼어붙어있다./사진=김도균 기자


"큰 비닐 있으면 하나 줘봐요. 여기 덮어놓게."

19일 정오쯤 서울 중구의 한 상가 건물. 이 건물의 주인인 30대 A씨는 앞서 이날 오전 "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120다산콜센터에 신고했다. 주말인 지난 17~18일 수도를 사용하지 않는 사이 계량기가 얼어붙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시설공단 산하 중부수도관리소 계량기교체반 소속 남동호(59) 주임이 현장에 도착해 계량함 뚜껑을 열자 검은 먼지가 피어올랐다. 먼지가 걷히면서 4조각으로 부서진 스티로폼 아래 헌 옷 무더기가 계량함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군데군데 누군가 버려놓은 담배꽁초까지 눈에 띄었다. 파손된 계량함 뚜껑 사이로 빗물 등에 휩쓸려 내려온 쓰레기들로 추정된다.

남 주임은 "헌옷은 눈비로 젖어버리면 같이 얼어버려 동파를 막는 데 별로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수도 사용량을 알려줘야 하는 계량기의 숫자는 몇을 가리키는지 알아보기 힘들었다. 카운터(관측량을 알려주는 부품) 위까지 물이 차올라 얼어붙은 데다 부피가 늘어난 얼음이 유리까지 파손시켰기 때문이다. 남 주임이 계량기를 떼어내자 인입관(수도사업소에서 물이 들어오는 관)과 옥내관(계량기를 거친 물이 건물로 들어가는 관) 안까지 얼어붙어 있었다.

남 주임은 새 계량기로 교체한 뒤 파란색 비닐을 스티로폼 위에 덮고 계량함 뚜껑을 닫으며 "요즘같이 추운 날엔 계량함 안으로 바람이 들어가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수도사업소에 보온재를 교체해달라고 말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A씨의 계량기함은 이미 여러 조각으로 부서져 사실상 보온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12℃를 기록한 이날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7일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전국에서 수도관 동파사고 9건, 계량기 동파 사고 114건이 발생했다. 또 주말새 타이어 공기압 저하, 배터리 방전 등 저온으로 인한 자동차 고장 신고도 대폭 늘었다.

19일 낮 12시쯤 서울 중구 을지로동의 한 건물. 계량기 동파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시설공단 산하 중부수도관리소 계량기교체반 소속 남동호(59) 주임이 계량기 교체를 마치고 계량함을 덮어놓은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한파로 자동차 고장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직장인 김우섭씨(31)는 전날 자동차를 운행하려다 추운 날씨에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계기판에 타이어 공기압 이상을 알리는 경고등이 켜져서 주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보험사 직원을 기다리는 동안 비상등을 켜놨더니 배터리까지 방전됐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주말 배터리 또는 타이어 고장으로 신고 출동한 건수는 급증했다. 국내 한 보험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 17~18일 긴급 출동 중 타이어 교체·수리는 4200건, 배터리 충전은 2만500건으로 집계됐다. 각각 직전 2주 평균 대비 40%, 45% 상승한 수치다.

온도가 저하되면 공기는 수축하는 성질을 띤다. 이에 따라 타이어 내부 공기의 부피가 줄면서 기압 역시 줄어들게 된다. 통상 온도가 10℃ 낮아지면 타이어 공기압은 1psi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의 경우 양극, 음극, 전해액, 분리막으로 구성돼있는데 액체로 전해액이 얼어버리면 방전을 유발한다.

이날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카센터 정비사는 "오늘 들어온 정비 접수는 전부 추워서 들어온 것"이라며 "배터리 방전부터 예열 플러그 문제까지 시동 관련 문제가 많았다"고 했다.

19일 오전 11시쯤 서울 종로구 옥인동의 서울시설공단 산하 중부수도관리소 계량기교체반 사무실. 올겨울 동파돼 회수한 계량기들의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이달 말까지 한파 계속 찾아올 듯…사전 대비해야
북극에서 내려온 한기로 이달 들어 강추위가 연달아 찾아오고 있다. 기상청은 이달 말까지 기온이 짧은 간격으로 큰 폭 오르내리는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당분간 한파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20일과 21일 기온은 소폭 올라 평년 수준을 회복하는 날씨를 보이겠다. 20일과 21일 전국의 최저 기온은 각각 -16~0℃, -4~6℃ 수준으로 예보됐다. 이틀간 낮 최고 기온은 영상권을 회복해 1~10℃, 2~11℃가량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22일부터는 다시 기온이 하강할 전망이다. 22~24일 아침 기온은 -17~-3℃로 평년보다 낮겠다. 25~29일 아침 기온은 -13~2℃ 수준으로 예보됐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한파가 지속된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 고드름이 매달려 있다. 2022.12.16.


계량기 동파 등 한파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선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동파를 예방하려면 계량기 보호통 안에 보온재를 채워 넣어야 한다. 계량함으로 바람이 들어갈 경우 내부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기 때문에 비닐 등으로 주위를 둘러싸 바람을 막는 것이 좋다.

또 장시간 외출할 땐 수돗물을 조금씩 틀어놓는 게 도움이 된다. 계량기가 얼었을 때는 뜨거운 물을 부으면 수도관이 파열될 수 있어 따뜻한 물수건으로 수도관 주위를 녹여야 한다.

자동차가 혹한에 노출되면 배터리, 타이어 외에도 다른 부품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사전에 점검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배터리는 방전이 반복될수록 수명이 더 짧아진다. 배터리 수명을 유지하기 위해선 최소 1주일에 한 번은 운행하는 것이 좋다.

타이어의 경우 기압이 낮아져 접지면이 넓어지면 얼음길에서 잘 미끄러질 수 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겨울철에는 운행하기 전에 육안으로라도 타이어의 접지면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자동차 안의 기계·전자 장치는 추위에 노출되면 성능이 저하돼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사전에 자동차 점검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9일 낮 12시쯤 서울 중구 을지로동의 한 건물 앞. 계량기 동파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시설공단 산하 중부수도관리소 계량기교체반 소속 남동호(59) 주임의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원동민 기자 minimin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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