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오도 짝퉁’...중국·동남아서 팔리는 韓 가짜 화장품 ‘골치’

이신혜 기자 2022. 12.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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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동남아서 한국 위조 브랜드 화장품 ‘만연’
상표권, 디자인권 침해해 정품 오인 사례 늘어
아시아 매출 줄어든 국내 화장품 업계 난감
전문가들 “중국, 동남아 현지 브로커 상표권 선점 전에 해외 상표권 등록해야”
클리오 상표 침해 사례. /특허청 제공

K-뷰티 열풍이 불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 국가 등에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 가품(짝퉁) 유통이 계속되고 있다.

18일 특허청에 따르면 중국과 동남아에서 ‘클리오(CLIO)’의 아이팔레트가 ‘포니 클리오(PONY CLIO)’의 아이팔레트로 둔갑하고, 킬커버(KILL COVER) 팩트 제품이 키스커버(KISS COVER) 팩트 제품으로 유통됐다.

또 ‘홀리카홀리카’의 99% 알로에 젤 제품이 디자인이 유사한 ‘95% 알로에 젤’ 디자인으로 한국 브랜드 제품인 것처럼 판매됐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브랜드를 가장 많이 무단 선점한 출원인의 국적은 중국으로, 총 2920건이 적발됐다. 아세안 지역에서는 ▲인도네시아 840건 ▲베트남 660건 ▲태국 550건 등이 뒤를 이었다.

국제적인 지식재산권 침해 방지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과 베트남 등 국가에서는 외국 브랜드의 상표권 보호와 현지인의 상표권 인식이 미흡한 상황이다.

현지 짝퉁 제조 업체들은 겉표지에 한글을 쓰거나 이미지를 베껴 현지인들에게 저렴하게 판매한다.

그래픽=손민균

특히 중국에서 화장품 위생 인증이 어렵다는 점을 노린 상표권 브로커들의 한국 화장품 브랜드 무단 선점이 이어지고 있다.

유성원 인텔런트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중국에서 위생국 품목 허가를 받으려면 화장품에 들어가는 전체 성분을 밝혀야 해 자체 기술 및 성분을 보유한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고, 위생국 인증 자체도 까다롭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 위생국 품목 허가 인증을 받지 못하면 사실상 정상적인 유통경로로 화장품을 판매하기가 어려워 온라인이나 보따리상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노린 중국 상표권 브로커들이 인증 절차를 앞둔 기업들의 상표권을 미리 선점해 더 비싼 가격에 상표권을 되팔거나, 인증 과정에서 성분을 알게 된 카피 제품을 정품으로 속여 판매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특허청이 지난 10월 18일 국내 화장품 업계 주요 기업의 지식재산(IP) 담당 관계자와의 간담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 기업의 상표가 해외에서 무단 선점된 사례는 최근 3년간 매년 늘었다.

2019년 206건이던 해외 무단 선점 사례는 2020년 754건, 2021년 952건으로 증가했다. 2년 새 4.6배 늘어난 것이다.

해외에서 유통된 한국 화장품 브랜드 위조상품들. /특허청 제공

한국 기업들은 현지 오프라인 매장에서 당장 수익이 안 나와도 짝퉁 유통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철수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 기업의 아시아 지역 매출은 줄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특히 동남아 등 저가 브랜드 화장품이 많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LG생활건강의 경우 한·중·일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매출이 지난해 3분기 2319억원에서 올해 3분기 196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한국 제외 아시아 지역 매출액이 1조3694억원에서 1조64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다만 아모레 측은 중국 매출 감소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입장이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오프라인 매장 대신 온라인에 집중하는 등 타개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화장품 기업의 한 해외 판매 담당자는 “처음에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100개를 주문했다면, 갈수록 주문이 60~70개 수준으로 주는데 그 이유가 정품을 보여주고 짝퉁을 파는 등의 수법을 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변리사는 “동남아 국가 등에서는 외국 상표권을 보호하는 상표법 조항이 미흡하다”며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국가에서는 브랜드 상표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고, 온라인에서 짝퉁 판매가 이뤄질 경우 플랫폼 내 상표권 침해 신고를 통해 짝퉁 제조업체가 퇴출당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태영 엘앤비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은 국제 표준보다 특허법이나 상표법이 발달하지 않아 브로커들이 상표권을 선점하기 전에 해외 상표권을 함께 등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그는 “현지 브로커가 상표권을 이미 선점했다면 국내 및 현지 로펌과 협력해 상표권 효력 상실 등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데 기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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