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후폭풍]②'발등의 불' 수도권·지방…줄도산 '우려'
분양가는 오르는데 미분양 '악순환'…중소건설사 '위기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로 인한 자금난에 '미분양 공포'까지 더해지면서 수도권과 지방 건설업계의 시름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서울에 비해 주택 수요가 빠르게 위축할 가능성이 큰데 공급이 지속해 미분양 주택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분양가를 낮추기도 어려워 건설사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최근 일부 지방 중소 건설사들이 줄줄이 부도가 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분위기다. 미분양 증가는 물론 PF 대출 중단 등으로 인한 자금난이 심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방·수도권 미분양 4만6000여가구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4만7217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1만4075가구)보다 2배 이상, 지난달(4만1604가구)에 비해 13.5% 증가한 수치다.
부동산 침체 기준으로 여겨지는 5만가구 진입을 앞둔 셈이다. 업계에서는 미분양 가구 수치가 5만~7만가구에 달할 경우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고 본다. ▷관련기사: [둔촌주공 후폭풍]①'서울불패' 끝났다…내년 래미안원펜타스는?(12월12일)
이중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미분양 물량의 경우 6746가구로 지난해 10월(1235가구)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미분양 주택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지난 10월 지방 미분양 물량은 3만9605가구로 1년 전(1만2785가구)보다 2배 이상, 전월(3만3791가구)에 비해 17.2%가량 증가했다.
대구는 전국에서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은 도시로 꼽힌다. 대구 미분양 주택은 10월말 기준 1만830가구로 집계되면서 작년 10월(1933가구)에 비해 5배 넘게 증가했다. 아울러 대구에선 올해 하반기 분양한 단지 16곳 중 15곳이 미달했다.
강원도도 10월 미분양 주택이 2287가구로 전달(1262가구)에 비해 80% 이상, 지난해 10월(1172가구)보다 95% 각각 증가했다. 특히 지난 9월까지만 해도 미분양 가구가 없었던 강원도 원주에서는 10월 한 달동안 1000가구가 넘는 미분양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 외 △전북(708%) △충북(464%) △인천(289%) △부산(158%) 등에서 지난해 10월에 비해 미분양 주택이 크게 늘었다.
수도권·지방 분양 4만7002가구(71%)…'밀어내기 분양'
미분양 물량을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수요가 위축했는데 분양 예정 물량은 상당한 영향이다.
우선 주택 구매 수요가 지속해 위축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둘째주(9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8.0으로 전주(69.4)보다 1.4포인트 떨어졌다. 지방 매매수급지수도 같은 기간 79.1에서 77.8 하락했다. 두 권역 모두 반년 넘게 하락세가 지속하고 있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분양 물량은 크게 줄지 않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2월 분양 물량(예정 물량 포함)은 총 6만6033가구다. 지난해(6만5282가구)와 유사한 수준이지만, 청약 심리가 얼어붙은 현 상황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그 중 서울 분양 물량(1만9031가구)를 제외하면 총 4만7002가구(71.2%)가 수도권·지방 물량이다. ▷관련기사: [다시, 미분양 공포]②벼랑 끝 건설사, 미분양 '눈물의 털기' 재현(12월6일)
당장 이달에도 우선 경기 광명에 철산주공 8·9단지를 재건축하는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가 오는 26일 특별공급을 시장으로 분양절차에 돌입한다. 전체 3804가구 중 1631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인천 남동구 '힐스테이트 인천시청역'도 오는 19일 특별공급에 이어 20일 일반공급이 예정됐다. 총 485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은 232가구다.
수도권과 지방의 경우 수요가 서울에 비해 적고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도 큰 만큼 이 단지들 역시 청약 흥행이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대기업 브랜드에서 입지 좋은 곳에 아파트를 지어도 미분양이 발생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며 "분양 예정이었던 곳들도 분양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후분양'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 '시그니티 인덕원 오피스텔'은 최근 견본주택까지 만들었지만, 후분양으로 전환했다. 지난10월 분양했던 전남 광양시 마동 '더샨 광양라크포엠'도 분양을 중단했다. 이 단지는 올해 10월 초 청약에서 미분양 물량이 발생했는데 당첨자가 계약을 하지 않는 사례가 늘어 분양을 취소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자재비가 계속해서 오르는 상황에서 선분양으로 자재비 상승분을 예상해 분양가에 포함하기 쉽지 않다"며 "후분양으로 전환하면 분양가를 현실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중소 건설사부터 타격...'도산 가시화'
이처럼 시장이 빠르게 악화하면서 실제 부도가 나는 건설사들도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설사 8개가 문을 닫았다. 여기에 더해 지난 9월 충남지역 종합건설업체 6위였던 우석건설이 '서충주신도시 월드메르디앙' 아파트를 짓던 중 부도 처리됐다. 11월 말에는 경남지역 도급 순위 18위인 동원건설산업이 도산했다.
지방 건설 업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지방 건설업체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에서 수요자는 없는데, 원자잿값 상승으로 건설 원가는 상승하고 있다"며 "분양가를 올려야하지만 (수요가 부족한) 현 상황에서 분양가를 마냥 올릴 수 없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중소 건설업체 주축의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중견·중소 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PF 금융기관에서 신규 대출을 금지하면서 자금난이 심해지고 있다"며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분양가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사들인 뒤 나중에 사업자가 원하면 다시 되파는(환매조건부 주택 매입) 등의 방식으로 지방 건설사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재민 (makm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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