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도 참패한 마당에 '완판'…미분양 공포 뚫은 아파트 이게 달랐다

배규민 기자, 김희정 기자 2022. 12.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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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커지는 미분양 공포(下)

[편집자주]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는 둔촌주공 분양 성적표는 초라했다. '10만 청약통장' 전망까지 나왔지만 1순위 마감도 실패했다. 분양 대박 기대는 미계약 우려로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둔촌주공도 이 정도면 앞으로 미분양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부동산 시장의 미분양 공포와 대책을 짚어본다.

"청약 4만명 몰렸다"…이 와중에 완판된 아파트, 공통점 있었다
-입지 좋은데 가격도 착하면 청약 불패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한 달 만에 역대 최저치를 새로 썼고, 미분양은 한 달 사이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우려로 주택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31일 국토교통부의 '9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전국의 주택 매매량(누계)은 41만779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했다. 9월 한 달간 주택 거래량은 3만2403건으로 1년 전보다 60.3% 줄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2022.10.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할인 분양은 물론 분양 취소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일부 청약단지는 수 백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이들 단지의 공통점은 입지가 좋지만 분양가는 시세 보다 저렴한 곳이다. '선당후곰'(우선 당첨된 후에 고민하라)에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대전·부산·인천 청약 단지에 3만~4만명씩 몰린다…"선별 청약 기준은 가격"

12일 청약홈에 따르면 대전 유성구 원신흥동 '갑천2트리풀시티엘리프'는 지난달 청약 접수 결과 총 474가구 모집에 4만7055명이 접수해 경쟁률 99.7대 1을 기록했다. 전 타입 모두 1순위 마감됐다. 이달 12일 기준 올해 대전 지역 청약 단지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최고 경쟁률은 230.88대1(전용 84A타입)에 달했다.

이 단지는 대전 시민들의 선호도가 높은 유성구 도안신도시 내에 위치한다. 왼쪽으로는 산과 천, 남쪽으로는 호수 공원을 품고 있다. 인근에 초중고등학교가 모두 있다. 무엇보다 공공분양단지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전용 84㎡ 분양가는 4억6000억원대다. 같은 달 분양한 대전시 서구 용문동 둔천 더샵 엘리프와 비교하면 같은 평형 기준으로 1억7000만원이 저렴하다.

같은 지역이라도 분양가에 따라 청약 성적은 엇갈렸다. 인천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저렴한 검단 신도시 아파트는 1순위 마감 행진을 이어간 반면 다른 지역은 미달 사태가 지속됐다.

시장 침체가 심화된 9월 '검단신도시 우미린 클래스원'은 평균 25.66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면서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전용 84㎡ 분양가는 4억1000만~7000만원대다. 인근 2021년 신축 단지인 검단신도시푸르지오더베뉴 전용 84㎡ 실거래가가 8억원대, 호가가 6억~9억원대인것과 비교하면 최소 2억원 이상 낮다.

반면 10월에 분양한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연수 월드메르디앙 어반포레'와 중구 운남동 ' 영종 제일풍경채 디오션'은 모두 미달됐다. 연수 월드메르디앙 어반포레는 130가구 모집에 40건 신청에 그쳤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전용 60㎡이 4억원대, 전용 74㎡는 5억원대다. 영종 제일풍경채 디오션 전용 84㎡의 분양가는 4억원 중후반대로 인근 e편한세상영종하늘도시 전용 84㎡의 실거래가(3억원 후반대)보다 높다.

합리적인 분양가와 브랜드 대단지 아파트가 만나면 청약 흥행을 몰고 온다. 부산시 부산진구 양정동 '양정자이더샵SK뷰'는 지난 10월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3만1793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 58.88대 1, 최고 167.19대 1을 기록했다. 122가구가 무순위 청약으로 나왔으나 지난달 16일 모든 가구가 완판됐다. 이 단지는 GS건설, 포스코건설, SK에코플랜트 3사 컨소시엄으로 짓는 총 2276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전용 84㎡ 분양가가 6억원대로 인근 연산롯데캐슬골드포레 전용 84㎡의 실거래가격이 7억~8억원대인 것에 비하면 저렴하다. 부산 부동산 시장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낙폭이 크지 않고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가 높았던 것도 조기 완판의 요인으로 꼽힌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청약시장은 지난해 '묻지 마'에서 올해 '선별 청약'으로 바뀌었다"면서 "청약에서 우선 순위는 가격"이라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입지가 떨어져도 가격 이점이 크면 수요가 쏠릴 수 있고 같은 지역 내에서도 가격 경쟁력 여부에 따라 청약 성적은 분명하게 나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점이 있는 사업단지를 선별해서 청약하는 지금 시장이 정상적"이라면서 "내년에도 기본형건축비 인상 등 분양가가 오를 요인이 더 많기 때문에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의 인기는 여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분양 우려에도 규제 못 푸는 서울, 급등기 트라우마?
-주택시장 급등기에 맞춰진 규제 풀어야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고강도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청약시장 흥행불패 지역이던 서울에서도 미계약,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29일 부동산R114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27일 기준 올해 전국에서 1·2순위 청약을 진행한 211개 단지 가운데 1개 주택형이라도 미달이 발생한 단지는 총 63곳에 달했다. 전체 단지의 29.85%가 미달이 발생했다. 특히 같은 기간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들어선 ‘칸타빌 수유팰리스’의 미분양은 179가구에 달했다. 현재 미계약 물량은 줄고 있지만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지의 경우 내달 1일 5번째 무순위 청약이 진행된다. 사진은 2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 팰리스’. 2022.7.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해 초 2만여채에 그쳤던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 10월 기준 4만7200여가구로 급증하자 정부가 주택가격 급등기에 맞춰 도입했던 규제를 속도감있게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발 위기가 미분양을 통해 재확대되는 악순환을 막으려면 PF대출 보증 확대와 함께 미분양 물량이 급속히 늘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정부는 앞서 11·10 대책에서 내년 1월부터 준공 전 미분양 사업장도 PF 대출을 받을 수 있게 5조원의 보증 상품을 신설하고 기존 PF 대출 보증대상 요건도 완화해 보증규모를 10조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단, 분양가격 할인 등 건설사업자의 자구 노력을 전제로 지원키로 했다.

대책 발표 이후 한 달여만에 미분양 물량이 전국적으로 5000가구 이상 늘어나는 등 미분양 증가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서울 재건축 최대어인 '둔촌주공'조차 분양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지난 10월 기준 서울의 미분양 물량은 719가구에 그치지만 대구에선 이미 1만가구가 넘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경착륙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미분양 물량 자체의 급증을 막기 위한 규제완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수백 대 1에 달하는 시장 과열기에 맞춰진 청약제도도 개편이 필요하다. 실거주 의무로 섣불리 청약에 참여하기 어려운 만큼 분양가 상한제 단지의 실거주 의무를 완화하고, 지방광역시는 전매 제한을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을 비롯 경기도 일부지역에 남아있는 조정대상지역도 전면 해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토부 내부에서도 주택가격 급락으로 규제지역 지정 취지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익명의 국토부 관계자는 "당장 서울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해도 집값이 오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면서도 "시장 급등기의 트라우마가 (국토부 내부에서) 강해 섣불리 해제하지 못한다"고 했다.

등록임대사업자 혜택 부활 등 이미 방향을 확정한 정책은 속도감 있게 발표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위기 장기화에 대비해 신규 기금이나 유동성 공급을 위한 지원책을 만들되 민간매입형 임대사업자를 지원해 월세시장 안정과 수요 진작을 동시에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택산업 종사자들(한국주택협회, 회원사 등 건설·주택사업 경력자 70명 대상 설문 결과)들은 LTV(담보대출비율) 및 DSR(원리금상환비율) 완화를 1순위 우선과제로 꼽는다.

다만 DSR은 채무자의 상환부담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지금같은 고금리 시기엔 대출 규제를 풀어줘도 실제 대출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단기적으로 일시적 2주택 기간을 연장하고 취득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해야 실수요자의 신규 아파트로의 갈아타기가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 연구위원은 "주택사업장의 부실이 확산되면 공공의 미분양 매입, 취득세, 양도소득세 한시 감면 등의 정책수단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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