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TV…연애 예능 박 터졌다[2022 결산⑧]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happy@mk.co.kr) 2022. 12. 13.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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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만 30여개…‘남의 연애’에 빠진 TV
올 한해 제작된 연애 예능. 사진 ㅣ각 방송사
2022년은 연애 예능 전성시대였다. 연애, 결혼, 재혼, 첫사랑, 성소수자 소재 예능이 제작돼 화제를 모았다. 올 한해 방송사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공개한 연애 예능만 해도 30여개에 이른다.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도 타율이 좋았다. 방송이 끝나면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소셜미디어를 장악하며 출연진의 이야기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반면 혼숙, 결박, 거짓말 등 선정성 소재로 시청률 경쟁을 벌여 논란이 일기도 했다.
‘환승연애2’ . 사진 ㅣ티빙
13일 ‘한국판 투핫’으로 기대를 모은 넷플릭스 ‘솔로지옥2’가 돌아온다. 커플이 되어야만 나갈 수 있는 외딴 섬 ‘지옥도’에서 펼쳐지는 솔로들의 이야기를 다룬 데이팅 리얼리티 쇼로, 넷플릭스 한국 예능 최초로 글로벌 톱10 TV쇼(비영어) 부문 4위에 2주간 오르는 기록을 세운 히트작이다.

MBN ‘돌싱글즈’는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방송돼 시청률 5.3%(닐슨코리아 집계 7회 방송분)를 기록했다. 시즌2에 이어 시즌3까지 재혼 커플을 탄생시키면서 미주 편 제작 준비에 들어갔다. 단순한 프로그램의 인기를 넘어 재혼 시장에까지 변화를 몰고 왔다.

지난 10월 종영한 티빙의 ‘환승연애2’는 대표적인 히트작이다. ‘환승연애2’는 전편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티빙의 유료가입자수 폭증을 끌어냈다. 16주 연속 유료가입자 기여도 1위는 물론 TV와 OTT 예능을 통합한 화제성 순위에서 3주 연속 1위(굿데이터 기준)를 차지했다. 주요 출연자들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70만에서 100만에 달한다. ‘환승연애’의 성공은 심리게임을 기반으로 한 ‘러브캐처 인 발리’ 제작으로 이어졌다.

‘나는 솔로’는 10기 돌싱특집은 수도권 유료방송가구 기준으로 5.7%(ENA PLAY, SBS PLUS 합산 수치)를 기록해 프로그램 론칭 이래 자체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SBS PLUS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 기록도 갈아치우며 새 역사를 쓰고 있다.

SBS ‘짝’ 출신 남규홍 PD가 새롭게 선보인 이 프로그램으로 ‘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포맷이지만, 극사실주의 미팅으로 리얼한 감정선을 보여준 게 주효했다. 출연자들의 연령대도 30대 40대로 타 연애 프로그램 보다 높아 보다 현실적인 감정들을 끌어낸다. 11기 출연자까지 나왔다.

카카오TV ‘체인지 데이즈2’는 지난 시즌에 비해 글로벌 시청자들의 관심이 더 컸다. 매회 조회수 200만을 찍은 ‘체인지 데이즈2’는 일본, 싱가폴, 대만, 홍콩에서도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쿠팡플레이도 연애 예능 대전에 합류했다. 지난 달 첫 선을 보인 ‘사내연애’는 12명의 신입사원이 10일간의 회사생활을 통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로맨스를 펼치는 리얼리티 예능이다. 기존 연애 예능처럼 남녀 출연자들을 모아놓고 ‘가상회사’라는 설정을 덧입혔다. 김한규 PD는 “회사라는 공간에서 연애가 주는 아슬아슬한 밀회의 느낌을 충분히 살려 보다 현실적인 연애를 보여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SBS는 지난 10월부터 청춘 남녀와 반려견이 함께하는 연애 리얼리 ‘펫미픽미’를 선보였으나 큰 반향을 얻진 못했다.

카카오TV는 최근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반경 10m 안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알람이 울리도록 제작진이 자체 제작한 애플리케이션 ‘좋알람’을 활용한 예능 ‘좋아하면 울리는’을 공개했다. 천계영 작가가 카카오웹툰에서 연재한 동명 웹툰의 실사판 연애 예능으로, ‘좋알람’ 앱을 설치한 남녀 8인의 ‘하트 쟁탈’ 판타지 연애 게임을 담았다.

그밖에 국내 최초 리얼 커밍아웃 로맨스 ‘메리 퀴어’와 남자들의 연애 리얼리티 ‘남의 연애’가 지난 여름 방송돼 연애와 결혼을 향한 다양성(性) 커플들의 도전기를 보여줬다. KBS2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 MBC 에브리원 ‘다시 첫사랑’ 등 JTBC ‘결혼에 진심’ 등 다양한 종류의 연애 예능이 시청자를 만났다.

혼숙·사슬·노출·거짓말…과열 경쟁 속 선 넘는 연애 예능
과도한 경쟁으로 선정성 논란에 휩싸인 연애 예능. 사진 ㅣ각 방송사
우후죽순 비슷한 형태의 연애 예능이 제작되다 보니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한다. ‘수위’에 적신호도 켜졌다.

특히 OTT를 중심으로 신상 연애 예능들이 쏟아지면서 시청자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쇠사슬, 거짓말 등 아슬아슬한 포맷과 파격적인 장치들이 등장해 우려를 샀다. 또 과도한 노출과 낯뜨거운 스킨십, 남녀 혼숙, 출연자 과거 논란 등으로 여러 차례 논란을 빚으며 아슬아슬한 수위를 넘나들었다.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잠만 자는 사이’는 티저 예고편을 공개했다 뭇매를 맞았다. 예고편에서 출연자들은 “벗을까 그냥” “나 잘 때 손 넣는 버릇이 있어”(여) “내가 그 만족을 채워주고 싶은데 그 여자한테”(남) “나는 왁싱 한 사람이 좋더라”(남) 등 한 침대에서 나눌 법한 은밀한 성적 취향을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 9월 첫 공개된 쿠팡플레이 ‘체인리액션’은 결박을 키워드로 전면에 내세웠는데 남녀가 체인으로 묶인다는 설정만으로도 불편함을 준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손목이 체인으로 묶인 남녀는 한 침대에서 밤을 보내고,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도 따라가 문고리에 묶여 있어야 했다.

‘에덴’은 시즌2에서 전 시즌보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노출과 편집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달 공개된 디즈니+ 연애 리얼리티 ‘핑크 라이’는 출연진이 거짓말을 하나씩 숨기고 있다는 설정에서 출발했는데, 무리수 설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솔로지옥2. 사진 ㅣ넷플릭스
연애 예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지만 내년에도 이같은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썸을 타던 수준에서 벗어나 실제 연애 모습을 사실적으로 다루면서 대세 장르로 완전히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해피엔딩 혹은 권선징악의 뻔한 결말이 예상되지만 연애 예능은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그 어떤 멜로 드라마나 연애소설 보다 ‘리얼’하고 짜릿하다. 추리하는 재미까지 있다.

방송 이후엔 높은 화제성을 보장할 뿐 아니라, 출연자들이 단숨에 유명해져 인플루언서나 셀럽 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해외 반응도 좋다. 넷플릭스 ‘솔로지옥’에 이어 카카오TV 오리지널 ‘체인지 데이즈 시즌2’는 K드라마의 뒤를 이어 글로벌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환승연애’는 국내 토종 OTT 중 최초로 아시아 최대 콘텐츠 시상식 AACA 본상 후보에 오르고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대만, 호주, 필리핀 등 약 20개국에 판권이 판매되는 등 해외에서 주목받았다.

제작 문턱이 낮다는 것도 연애 예능에 쏠리는 이유다. 스타 캐스팅이 필요 없고, 저비용을 투자해 고효율을 낼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장르다. ‘나는 솔로’의 경우 출연진 한 명당 출연료는100만원으로 알려졌지만, 제작사인 KT스튜디오지니의 연간 매출은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연애 예능의 다양한 변주와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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