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사설] 더탐사 보도 어떻게 볼 것인가

미디어오늘 2022. 12. 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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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1380호 사설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언론보도로 인해 명예가 훼손됐다고 해도 보도의 목적이 공익을 위한 것이고 진실한 사실 혹은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상당성)가 있으면 위법하지 않다는 게 우리 대법원의 판례다. 언론보도 명예훼손 사건은 원고 즉 언론보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피해 정도에 대한 입증을, 피고 언론매체 기자에게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에 대한 입증을 요구한다. 두가지 판결을 들어보자.

2004년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전여옥은 오마이뉴스에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오마이뉴스는 전여옥이 쓴 '일본은 없다'라는 책에 대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무단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유아무개씨를 인터뷰했다. 법원은 해당 보도는 유력 정치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봤지만 정치인의 도덕성과 연결되는 공익을 위한 것이며 인터뷰 내용 등은 진실한 사실로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반면 1998년 유명 연예인이 접대를 했다는 보도와 관련 법원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검찰 수사기록이나 담당 검사로부터 얻었다고 해도 추가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보도했다면 충분한 사실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어서 그 내용이 허위로 드러난 경우 상당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보도 근거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한테 얻었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사실확인 절차를 거쳐야한다는 판결이다. 일방적 진술만 있는 상황에서 진술의 근거를 찾으려는 또 다른 절차 즉 복수의 확인을 거치지 않으면 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참고문헌_언론분쟁 뛰어넘기 (이상록))

두 판결은 정황 증거를 캐려는 취재 행위 혹은 취재 기록물 등 '믿을만한 상당성'이 큰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월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자신을 포함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과 술을 마셨다'고 보도한 더탐사에 소송을 제기했다. 장관이라는 지위에서 법적 대응의 이해충돌 문제와 압수수색 등 과도한 수사당국 대응 등을 차치하고 이번 소송은 '믿을만한 상당성'에 대한 법리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쟁점은 챌리스트 A씨가 연인관계에 있었던 B씨에게 말한 전언이 믿을만한 정황을 담고 있는지 여부다. 향후 수사당국이 확보한 객관적 물증도 중요하지만 보도 시점에서 전언을 기사화하는데 무리가 없었는지에 대한 판단이 핵심이다. 더탐사 측은 자리에 함께했다던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총재 권한대행의 증언이 의혹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정황이기 때문에 보도를 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주장하는데 법원이 이런 대목을 '믿을만한 상당성'으로 인정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더탐사 보도를 냉정히 평가해보자. 최초 의혹 제기 발화자였던 A씨의 증언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보도 근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수사당국이나 다른 매체에서 B씨에게 거짓말을 했다라고 한 A씨의 진술이 거짓말이라고 뒤집어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빠진 이유다. 이세창 전 직무대행이 부인하지 않는 듯한 증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전언 형식이면서 사적으로 오고 간 대화 내용의 제보는 본인 진술을 포함해 소위 외곽취재를 통해 충분히 검증됐어야 했다. 모임의 장소도 찾지 못했고 모임에 참석했다는 복수의 증언도 전무했다.

취재과정에서 발생한 윤리적인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탐사는 지난 3일과 7일 A씨를 찾았지만 기자 신분을 처음부터 밝히지 않았다. A씨와 첫 대면해 신분을 밝히고 공식 인터뷰를 통해 진술의 신빙성을 따질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A씨와 대면한 더탐사 권아무개 기자는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7일 만남에서 (A씨가) 거짓말이어서 힘들었다라고 말을 뒤집긴 했다”면서 “제 입장에선 어떤 단정도 하기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 더탐사 “첼리스트 드디어 입 열었다. '더탐사 압수수색후 또 달라진 진술'” 유튜브방송 썸네일

만남 이후 더탐사는 A씨가 마치 '술자리의 진실'을 말했기 때문에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방송했지만 당사자는 오히려 반발했다. 정치권 진영에 따라 보도 내용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향후 법원의 판결도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더탐사 보도는 여러모로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저널리즘 가치를 스스로 높이려면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성찰해야함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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