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늘어나는데…PF보증 사상 최대
HUG·주금공 보증 7조 육박
금융권 대출 받으려면 필수
전국 미분양 5만가구 달해
공공택지도 미계약 증가세
"침체 장기화땐 부메랑" 우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올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실적이 최근 5년래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통상 PF 보증이 발급되면 주택 사업자는 착공을 시작해 2~3년 뒤 주택을 공급한다. 최근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는 가운데 주택 공급량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부동산시장 한파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HUG와 HF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두 공사에서 발급된 PF 보증 규모는 약 6조원으로 연말까지 증가하는 규모를 감안할 때 보증액은 6조9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PF 보증은 2017년 약 5조원에서 올해 약 20% 늘어나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주택 사업자가 토지 매입과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소요하는 비용은 리스크가 높아 제2금융권 등의 브리지론을 이용한다. 이후 사업계획승인을 얻은 사업장은 HUG와 HF에서 PF 보증을 받은 뒤 금리가 낮은 시중은행의 PF로 전환해 착공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두 공사에서 발급한 PF 보증 규모가 확대되면 2~3년 뒤 주택 공급이 늘어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PF 보증 실적은 공사에 따라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HUG의 경우 2019년(2조7771억원) 대비 올해 10월까지 발급된 보증 규모(9768억원)가 절반에 불과하다. 반면 HF은 올해 10월까지 PF 보증 규모가 4조7154억원에 달해 3년 전(3조6354억원)에 비해 약 29.7% 늘었다. 이처럼 공사마다 보증 실적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PF 금리 수준 때문이다. HUG의 경우 보증 대상 금리를 CD금리+1.5%포인트 이하로 제한을 둔다. HUG의 보증을 바탕으로 더 낮은 금리로 PF를 받을 수 있지만 시중은행이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HUG 보증 기반 대출을 거절하는 사례가 늘며 HF 보증 실적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연말 HUG의 보증 대상 금리 요건을 해제하기로 했다.
최근 청약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며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 PF 보증을 받은 사업장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4만7217가구로 전월 대비 13.5% 증가했다. 주택 수요 급감에도 공급이 늘어나 부동산 경기 침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최근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아파트에서도 미계약 사례가 늘고 있다. 일례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9월 말 분양한 경기도 화성비봉지구 A-3블록의 경우 당첨자 523가구 중 실제 계약을 체결한 가구는 271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의 재당첨 제한 기간은 10년이다. 당첨자 중 절반가량이 10년간의 청약 당첨 기회를 상실하는 불이익을 감내하면서도 계약을 포기한 셈이다.
한편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도 부동산시장이 침체기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원 장관은 "(시장 침체는) 어쩔 수 없다"면서도 "부동산 가격 하락 우려 속에서 건설 공급 사이클이 예측 가능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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