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직관 오픈 뉴스룸은 위기의 JTBC를 구할 수 있을까

윤수현 기자 2022. 12. 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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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D 참관기] 유례없는 메인뉴스 제작 현장 공개…방송사 문턱 낮춰
'차가운 냄새' 나던 방송사 이미지 개선 "뉴스 살아있다고 느껴진다"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시청률은 방송사의 성공 척도다. 시청률 조사에 대한 여러 의문이 제기되지만, 아직은 '시청률'이 곧 성적표다. 이 기준에서 보면 JTBC 뉴스룸은 '한때 우등생'이다. 한때 JTBC 뉴스룸 시청률은 지상파를 능가했다.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국정농단 파문'이 불거진 2016년 11월에는 9%대 시청률을 기록해 MBC·SBS를 뛰어넘었다. 현재는 과거의 흔적을 찾기 힘들다. 최근 2주(11월21일~12월4일) 동안 종합편성채널 주간 시청률 상위 20위 명단에서 JTBC 뉴스룸을 찾아볼 수 없다. TV조선·MBN·채널A 메인뉴스는 순위권에 있는 것과 비교되는 상황이다.

JTBC는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최근 뉴스룸 개편을 단행했다. 핵심 개편 중 하나는 '오픈 뉴스룸 뉴스룸D' 도입이다. 매주 금요일 시청자를 생방송 스튜디오로 초청하고, 정규방송이 끝난 후 앵커·기자와의 대담을 진행하는 콘셉트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변수를 차단해야 하는 메인뉴스를 공개형으로 전환하는 건 유례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메인뉴스 제작 현장을 보는 건 미디어전문지 기자라도 경험하기 힘든 일이다. 2일 '방청객' 신분으로 JTBC 뉴스룸 제작 현장을 참관했다.

▲12월2일 JTBC 뉴스룸 방송화면 갈무리. 오른쪽 상단 붉은색 원에 취재기자가 있다

살얼음판 생방송 공개방청…제작진도 시청자도 긴장

“방송국이라 그런가, 차가운 냄새 난다.”

방송은 친근할지라도, 방송국은 낯선 공간이다. 2일 오후 6시40분경, JTBC 빌딩에 들어선 한 방청객은 '차가운 냄새'가 난다고 했다. 방송국의 분위기가 냄새로 전해지는 것이다. 방청객이 모인 2층 대기실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약속 시간인 6시 50분까지 모든 사람이 모이지 않았고 PD와 작가들은 예민해졌다. 방청객들 역시 긴장한 기색을 보였지만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이야기하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냈다.

JTBC는 뉴스룸 홈페이지에서 방청객을 모집하고 있다. 신청 이유와 간단한 인적 사항을 적으면 된다. 제작진은 사전 전화인터뷰를 통해 방청객을 선정하며, 연령과 성별 등도 고려된다. 2일 방청객은 총 18명.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학생·방송기자연합회 저널리즘스쿨 수강생·충북대 사회학과 학생·축전지 제조회사 직원 등이 뉴스룸을 찾았다.

7시 2분이 되자 방청객들이 순서대로 9층으로 향했다. 9층에는 일기예보 방송을 하는 기상센터와 온라인 뉴스 편집부서, 그리고 관람석이 있다. 뉴스룸은 8층에서 진행된다. 8층부터 10층까지 개방된 구조다. 9층에서 뉴스룸 제작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김영환 뉴스룸 PD는 “공개 방청 판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시청자가 매주 방송국에 오는 건데, 피곤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김 PD는 “신경 쓸 일이 많은 건 사실”이라고 했다. 김 PD는 방송이 끝날 때까지 방청객 옆을 지켰다.

▲JTBC 사옥 9층에서 바라본 뉴스룸 전경. 사진=윤수현 기자.

7시 30분. 방송 15분 전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김 PD는 “이제부터 화장실 가기 힘드니 미리 다녀오라”, “물은 발 뒤에 둬야 한다” 등 안내를 했다. 방청객들도 긴장된 얼굴이었다. 안나경 앵커와 오선민 기자는 스탠딩 리허설을 했고, 이재승 기자는 기상센터로 가 방송을 준비했다. 박성태 앵커가 의자에 앉은 채 스튜디오를 돌아다닐 때는 웃음소리가 나왔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7시 45분 방송이 시작됐다. 현장과 방송 송출 시차는 유튜브 기준 20초에 불과했다. 방청객들은 침묵을 유지한 채 방송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봤다. 방송 중간 화장실을 다녀온 한 방청객이 의자 소리를 내자 모두가 움찔했지만, 방송에 소리가 들어가진 않았다.

8시 38분, 방송이 끝나자 방청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한 건 스태프만이 아니었다. 곧바로 방청객들은 8층으로 내려가 자리를 잡고, 앵커와의 대담을 기다렸다.

▲뉴스룸D 촬영 현장. 사진=윤수현 기자.

방청객과 앵커의 자유로운 대화 오가는 뉴스룸D

앵커와 방청객들의 대담 '뉴스룸D'는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됐다. 대형 카메라 4대가 앵커, 방청객들을 비추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성태·안나경 앵커가 방청객 앞으로 왔다. “가까이서 보니까 다르다”, “신기해” 등 반응이 나왔고, 곧 방송이 시작됐다. 앵커와 방청객들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왜 JTBC에 오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 방청객은 전임 앵커인 오대영 기자가 보고 싶다고 밝혔고, 박성태·안나경 앵커의 캐리커처를 준비해온 방청객도 있었다.

이날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을 앞두고 있었다. 이에 박민규 스포츠문화부 기자가 스튜디오로 찾아와 16강 진출 경우의 수에 대한 '강의'를 했다. “포르투갈전 몇 대 몇을 예상하는가?”, “조규성 선수의 강점은 무엇인가” 등 질문이 이어졌다. 마지막 질문은 “방송기자가 꿈인데, 생방송 중 시간을 끌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였다. 돌발 상황에서도 '시간 끌기'를 잘한다는 박성태 앵커는 자신의 비법을 전수해줬다. 수천 명이 유튜브에서 이 광경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9시 17분 뉴스룸D가 마무리됐다. 사진 촬영에 주어진 시간은 3분. 하지만 앵커와 방청객은 스튜디오를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박성태 앵커는 스튜디오 중앙에서 방청객들과 사진을 찍어줬다. 한 방청객은 안나경 앵커에게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이들의 대화는 9시 25분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방송 문턱 낮춘 뉴스룸D…“딱딱하기 보인 뉴스, 평화롭게 느껴져”

JTBC 빌딩에 들어올 때 났던 '차가운 냄새'는 사라졌다. 뉴스룸D가 끝난 뒤 방청객들에게 미디어오늘 기자라는 것을 밝히고 소감을 물었다. 강예린(학생)씨는 이번 방청으로 방송사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었다고 밝혔다. 강 씨는 “사실 방송사는 직업 선택에서 후순위였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재밌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며 “집에서 뉴스를 보면 딱딱하게 느껴졌는데, 현장은 오히려 평화롭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조홍근(회사원)씨는 “뉴스 제작과정을 실제로 보니 만들어지는 과정이 인간적으로 느껴졌다”면서 “제작진과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장소에 있었던 것이 좋았다. 뉴스는 '만들어낸 것', '차가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뉴스가 살아있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한 조 씨는 “손석희 앵커가 진행할 때는 중량감이 있었는데, 이제는 젊어진 것 같다. 뉴스룸D와 같은 실험과 도전을 하는 JTBC에 애착이 생긴다”고 했다. 박종주(회사원)씨는 “원래 JTBC를 좋아했는데, 더 좋아하게 됐다”면서 “다른 시청자들도 뉴스룸을 참관했으면 한다. 경쟁 매체도 시청자를 참여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청객들 말처럼 '수용자와의 접점 확대'는 언론사에게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준다. 프랑스 유력일간지 르몽드 역시 정기적으로 독자를 본사에 초대하고 있다. 르몽드는 매달 12명~15명 독자를 본사로 초청해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질 반 코트 르몽드 독자서비스국 책임자는 지난달 열린 '2022 저널리즘 주간'에서 “언론인과 독자가 시간을 공유하는 건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뉴스룸D 방청객 목걸이. 사진=윤수현 기자.

“시청자와 얼굴 마주보고 이야기, 기자들 동기부여”

김진우 JTBC 뉴스제작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뉴스룸D에 대해 “시청자층을 넓혀보자는 고민에서 시작된 기획”이라면서 “언론의 영향력·신뢰도가 중요한데, (뉴스룸D는) 이를 높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개인적인 소망은 시청자를 스튜디오로 부르는 것을 넘어서, 스튜디오가 밖으로 나가는 것”이라며 “6월에 현충원으로 가고, 12월에 명동성당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포맷이 나오면 뉴스가 더 친근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진우 부장은 뉴스룸D가 JTBC 내부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김 부장은 “뉴스룸D를 통해 기자들도 '시청자들이 우리를 보고 있다'고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기자들이 받는 피드백은 댓글, 이메일, 시청자상담실 의견 등인데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뉴스룸 제작진은 미디어오늘에 “생방송은 사고의 최소화, 제작의 완성도를 중점에 두고 일하고 있는데, 생방송 뉴스를 방청객과 함께한다는 건 예기치 못하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안고 가야하는 것”이라면서 “인력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긴 한다. 금요일에는 뉴스룸 구성, 주제 선정, 스튜디오 동선 등도 많이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업무는 늘어났지만 뉴스룸D를 계속해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제작진은 “시청자와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콘텐츠의 방향에도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다른 형태가 되더라도 시청자와 함께하는 콘텐츠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일방적인 공급의 형태보다는 소통이 함께하는 쌍방향 콘텐츠가 결국에는 더 선호도가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궁욱 JTBC보도국장은 미디어오늘에 “오픈뉴스룸은 '방송사 메인뉴스는 이래야 한다'는 틀을 깨온 JTBC 뉴스룸의 전통을 다시 한번 새롭게 이어갈 방안을 고민한 결과”라면서 “뉴스 생산자로서 그 소비자인 시청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기회를 마련해보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도 함께 가지고 있다”고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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