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exclusive] ‘발롱도르’ 벤제마, “나는 레알의 전설이 되고 싶었다” (1편)

정지훈 기자 2022. 12. 1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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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그냥 묻히기에 아까운 기사만 모았다. 영국 최고의 풋볼매거진 '포포투'의 독점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전달한다. '별'들의 단독 인터뷰부터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442.exclusive'를 통해 함께 한다. 기대하시라. [편집자주]


카림 벤제마는 각종 개인상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영광을 차지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비록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는 부상으로 나서지 못했지만 2022년이 벤제마의 한 해였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벤제마는 모든 도전에 맞섰고 모든 장애물을 극복했다. 경이로운 올 한해를 보낼 때까지 한발 한발 전진했다. 그는 올해 자신의 4번째 라리가 타이틀과 5번째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차지했고 두 대회 모두 득점왕에 올랐다. 덕분에 큰 득표차로 대회 최우수 선수에 선정되었고, 결국 발롱도르의 주인공이 됐다.


벤제마는 레알의 구원자였다. 특히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홀로 빛났다.


파리 생제르맹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경기 종료까지 30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총계 0-2로 끌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벤제마는 17분 만에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로스 블랑코스(레알 마드리드 별칭)를 구했다. 벤제마는 첼시와의 8강 1차전에서도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레알 마드리드가 스탬포드 브리지를 장악하는 데 일조했다. 베르나베우에서 팀이 오히려 경기 장악력을 잃었을 때, 후반 추가시간에 헤딩골을 넣어 승부를 연장으로 이끌었던 것도 벤제마다. 그는 맨시티를 상대로 3골을 더 넣었다.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2골을 터뜨렸고, 홈에서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팀을 결승에 진출시켰다. 벤제마는 지난 시즌 도합 44골을 기록했다. 자신의 기존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보다 13골이나 많다. 게다가 도움도 15개나 올렸다. 항상 일관된 활약을 펼쳤으며, 종종 그를 막을 수 없어 보였다.


올림피크 리옹 유스 팀의 코치였던 피에르 나바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가 처음으로 1군 선수들과 훈련을 했을 때, 계속해서 1군에 남고자 했던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벤제마는 야망이 넘쳤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고자 했고 발롱도르를 수상 받기를 원했다. 또한 가능한 모든 우승 트로피를 획득하고 위대한 일을 성취하고 싶어 했다.”


벤제마는 리옹의 교외 지역인 브홍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그는 부모님과 여자 형제 5명, 남자 형제 2명과 함께 테레용 공영 주택단지에서 자랐다. 벤제마는 다문화 동네의 도로 주변에서 끊임없이 공을 찼다.


나바로는 동나이대 선수들 중 가장 뛰어났고,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활약을 펼치던 어린 영재를 회상했다. 그는 웃으면서 “정말 놀라웠다. 그는 어렸음에도 매우 뛰어났다. 여기서 수년간 재능 넘치는 선수들을 봐왔지만 벤제마에게는 뭔가 특별한 게 있었다. 그는 16세가 되어서야 신체적으로 발달했는데, 꽤 늦은 편이었다. 그 전까지는 조금 가벼운 편이었다. 소심하고 말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그의 재능은 너무나도 출중했다”라고 말했다.


리옹의 1987 황금세대(왼쪽 위 사진)에 하템 벤 아르파와 로익 레미도 있었지만, 그중에서 벤제마가 가장 빛났다. 리옹 1군과 첫 훈련을 할 때 벤제마가 했던 발언이 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리옹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최고의 팀으로 손꼽혔으며, 국가대표급 선수들로 즐비했다.


벤제마는 실뱅 윌토르, 지오반니 에우베르, 그리고 니우마르를 비롯해 모든 1군 선수들 앞에서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나는 여기 있는 공격수들의 자리를 빼앗으려 왔다. 정말이다. 나는 헌신하고 노력하기 위해, 그리고 당신들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왔다.”


그의 발언은 사람들의 관심을 샀다. 나바로는 “오만함이나 무례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그의 야망을 보여줬다. 벤제마는 자신이 얼마나 잘하고 얼마나 발전할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한 것이다”라고 이어서 말했다.


1군에 정착한 벤제마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이미 리옹은 3시즌 연속 리그 1에서 우승했다. ‘로컬 보이’ 벤제마는 레 고네스(리옹 별칭)의 연속 우승 기록을 7시즌까지 늘렸다(왼쪽 위 사진). 그 과정에서 제라르 울리에 감독의 지도를 받기도 했다. 2007-08시즌, 벤제마는 31골 10도움을 기록했다. 2009년 여름 무렵에는 전 서계를 평정했다. 곧이어 두 개의 구단이 그를 영입하기 위해 경쟁했다.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알 마드리드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일찌감치 이 떠오르는 스타를 영입하길 희망했다. 그는 당시 벤제마의 에이전트였던 카림 자지리와 끈끈한 관계였다. 퍼거슨 감독은 2007-08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벤제마가 레드 데블스(맨유 별칭)를 상대로 득점을 터뜨렸을 때부터 눈독을 들였다.


하지만 벤제마는 맨유만큼 매력적이었던 다른 구단에 합류하기로 빠르게 결정했다. 그는 자신의 우상 호나우두의 친정팀이었던 레알 마드리드로 향했다. 퍼거슨 감독에게는 암울했던 여름이었다. 벤제마가 베르나베우에 도착한 지 며칠이 되지 않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왼쪽 가운데 사진)까지 합류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불과 한 달 전, 5,600만 파운드를 들여 밀란으로부터 카카를 영입하며 역대 최고 이적료를 경신했었다. 하지만 호날두를 8,000만 파운드에 데려오면서 그 기록을 한 달 만에 새로 쓴 레알 마드리드다.


3,000만 파운드에 이적한 벤제마를 향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회의론자들은 그가 세계최고의 구단에서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다. 이미 구단에는 이케르 카시야스, 세르히오 라모스, 라울, 노쇠화 하는 뤼드 반 니스텔루이, 그리고 어린 곤살로 이과인과 같은 스타 선수들로 가득했다. 떠오르는 샛별이었던 리옹 시절에 했던 발언처럼 벤제마는 주전 경쟁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레벨이었다.


그는 처음으로 가족의 품에서 벗어났다. 게다가 자신이 알던 언어, 문화와 현격히 다른 국가로 떠나야 했다.


당연하게도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벤제마는 리그 첫 두 경기에서 선발로 나섰다. 데포르디포전에서는 4-4-2에서 라울과 함께 공격수로 나섰고 카카와 호날두가 측면을 담당했다. 에스파뇰전에서는 이과인과 선발로 출전했다. 그는 두 경기 모두 득점을 올리는 데 실패했고 후반 중반에 교체되었다. FC 취리히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는 나서지도 못했다. 네 번째 경기에서 중요한 순간이 찾아왔다. 헤레스전에서 데뷔골을 넣은 것이다.


벤제마는 지금도 그 순간을 뚜렷하게 기억한다. 그는 작년에 “당연히 기억한다. 당시 등번호가 11번이었다. 나는 오른발 헛다리 후 박스 안에서 왼발로 슈팅을 때렸다. 득점 이후 내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았던 기관총 세리머니를 했었다”라고 설명했다.


스카이스포츠 해설 위원 롭 팔머는 벤제마가 득점했을 당시 “그는 막대한 책임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라고 해설했다. 팔머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정확했던 것도 아니었다. 벤제마는 나중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데뷔골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 않았다. 나에 대한 기대를 알고 있었고, 금방 데뷔골을 넣으리라 예상했다. 속으로 계속 득점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는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이 되고 싶었다.”


벤제마는 그 시즌 선발로 14경기 출전해 8골을 넣었다. 호날두와 이과인은 리그에서 각각 26골과 27골을 터뜨렸다. 레알 마드리드는 펩 과르디올라가 이끄는 바르셀로나에 밀려 리그 2위에 그쳤다. 챔피언스리그는 16강에서 탈락했다. 리옹이 그들을 떨어트린 것이다.


그는 “나는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 당장 다음 시즌이 시작되길 바랐다. 더욱 강해지길 원했고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싶었다”라고 인정했다.


그해 여름, 마누엘 펠레그리니의 뒤를 이어 조세 무리뉴가 블랑코스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본격적으로 벤제마와 이과인이 경쟁하면서 벤제마의 두 번째 시즌이 시작되었다. 무리뉴 감독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만약 사냥하러 갈 때 개가 없고 고양이밖에 없다면 고양이라도 데려가야 한다. 혼자 갈 수는 없다. 지금 우리 상황도 비슷하다. 우리는 벤제마라는 공격수가 있으며 그가 경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과인이 없다면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칭찬처럼 들리지 않았다. 스페인 언론들은 즉각적으로 무리뉴와 벤제마 사이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했다. 벤제마는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감독에게 자신에 대한 비판을 잠재울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무리뉴 감독은 나중에 “벤제마와 갈등이 없었다. 나는 굉장한 재능을 가진 그의 사고방식에 변화를 줘서 최대치에 도달하게끔 돕고 싶었다. 확실한 해결사이자 공격수가 되도록 말이다. 그와 함께 하던 시간이 정말 즐거웠다”라고 주장했다.


글=Julien Laurens


에디터=신정현


사진=게티이미지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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