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상은 존재하고 형태는 사라진다-건축가 정의엽(下) [효효 아키텍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은 1970년대~1980년대 지어진 주택과 인프라가 노후화 되었다. 대림동은 전세계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차이나타운과는 결을 달리하나 국내 유일의 ‘타운’ 명칭을 붙일 수 있는 외국인 집단거주지이다.
갤러리와 카페 용도의 로스톤(2022 준공예정) 모티프는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1년 봄 등산 중에 얻었다. 산 정상 아래에는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큰 바위에 자리 잡으며 휴식을 취했다. 항상 그렇듯 정의엽은 자문하고 있었다.
‘바위가 현대 건축이 상실한 유토피아를 회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을까?’
설계중 이어진 또 다른 자문자답, ‘형상은 존재하되 형태는 사라지게 한다.’
3차원으로 리모델링한 바위 형태를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만들기 위해 거푸집을 CNC 절단기로 정교하게 절단하여 제작하였다. 단순하게 얇은 각층의 슬라브를 받치고 있는 바위의 탑, 절벽처럼 보여지며 드러났다.
산이 둘러싼 서울 도심, 산 정상 아래에 펼쳐진 마치 바람이 흐르는 잠시 동안의 고원의 고요와 평화를 끌어다 가져온 듯 하다.
‘녹아 내리는(경계의) 집’(MELTING HOUSE, 멜팅하우스 2022)은 제주시 한림읍 협재 해수욕장 인근 갯바위, 바람, 노을을 만나는 별장(세컨 하우스)이다.
사용자의 간헐적 거주 용도를 고려하여 정의엽 건축가는 관습적 거주 방식을 벗어나 새롭고 낯선 감각을 불러일으킬 공간을 생각했다. ‘견고한 관성적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거주의 경험을 확장해야 하는가?’
정의엽은 이 집의 경계를 3가지 층위(환경과 인간, 내부와 외부, 목적성과 무목적성 사이)에 존재한다고 보았다. 이 경계는 모호하거나 상호 침투하여 녹아 내린다(Melting)고 보았다.
‘‘자연의 변화가 동기화되어 그 일부가 되고, 그 순간 자체를 있는 그대로 지각하는 장소가 된다.’’(정의엽)
멜팅 하우스는 대지가 품고 있는 특유의 자연 환경을 해석한 정의엽 건축의 또 다른 사례이다. 그의 첫 수주 프로젝트이기도 한 경기도 양평 문호리 ‘지형부양집’ (2010)의 맥락을 잇는다. 안과 밖이 모두 건물로 주목받는 것을 피하고, 자연에 스며들게 하는 무경계를 추구하는 일본의 건축 그룹 사나(SANAA)의 건축 언어를 가져온 듯도 하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제일리의 하늘문집(2016)은 젊은 건축주의 개인적 경험과 성경 말씀이 모티프가 되었다.
(그 때에 사람들이 어떤 중풍 병자를 그 분께 데리고 왔다. 그 병자는 네 사람이 들 것에 들고 있었는데) 군중 때문에 그 분께 가까이 데려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분께서 계신 자리의 지붕을 벗기고 구멍을 내어, 중풍 병자가 누워 있는 들것을 달아 내려 보냈다.(마르코 2장 4절)
천창으로 빛을 드리우는 방식은 ‘판테온’과 같은 종교적 건축에 역사적으로 많이 쓰여져 왔다. 정의엽은 중심 공간에 태양빛과 날씨의 변화를 하루 종일 지속적으로 내부에 전달하는 건축적 산책로는 르 코르뷔지에의 ‘빌라 사보아’( Villa Savoye, 1929) 처럼 또는 사나(SANAA)의 글라스 파빌리온(Toledo Museum of Art‘s Glass Pavilion. 2004) 같이 사람의 움직임이나 자연의 빛을 받으며 경험되는 현상적 공간이다.
[프리랜서 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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