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 올해도 진행 미숙 대충상..틱토커 시상이 혁신? [김미화의 날선무비]

김미화 기자 2022. 12. 1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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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선시각, 새로운 시선으로 보는 영화계 이야기
[스타뉴스 김미화 기자]
/사진=대종상 시상식

매년 '쇄신'을 외치는 대종상. 점점 쇄신이 요원해 보인다. 6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시상식이 미숙한 진행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올해도 '대충상'의 오명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새천년홀에서 제58회 대종상 영화제가 열렸다. 지난 57회 대종상 영화제가 코로나19 이슈로 인해 개최되지 않은 가운데, 올해는 2년 만에 열렸다.

대종상은 58회라는 역사가 나타내듯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 시상식이다. 오랫동안 이어진 만큼 논란도 문제도 많았다. 영화제의 공정성 논란은 물론 크고 작은 내부 문제들로 그간 숱한 논란에 휘말렸다. 이런 논란으로 배우들과 감독, 스태프 등 수상자들의 불참이 계속되자 대종상 측은 지난 2015년,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고 발표해 논란을 키웠다. 이후 비참석자에게도 상을 줬지만 대리수상을 없애고 사회자인 신현준이 진행을 하다가 내려가서 상을 대신 받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2017년에는 수상자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는 도중, 영화감독과 배우를 비하하는 발언이 그대로 송출 되기도 했다.

대종상은 매년 그랬듯 올해도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겠다고 '쇄신'을 다짐했다. 남녀주연상을 여남주연상으로 바꾸겠다며 변화를 시도했지만 사실상 매년 진행마저 미숙한 모습으로 빈축을 더하고 있다.

올해도 시상식 시작 전부터 대종상 위탁업체인 다올 엔터테인먼트가 올해 대종상영화제의 주최 측인 한국영화인총연합회(이하 영협)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과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잡음이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 영협은 올해 '혁신'을 앞세워 NFT(대체 불가 토큰)를 앞세운 대종상 국민심사단 제도를 도입했다. 요는 대종상 국민심사단은 약 1만 여개의 대종상 NFT 발행을 통해 선정되며 이를 보유한 사람은 6개 시상(남녀 주연·남녀 조연·신인상)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종상을 둘러싸고 꾸준히 제기됐던 공정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개편 방안이었지만, NFT를 많이 보유한 사람에게 객석 초대권부터 리셉션 및 애프터파티(뒤풀이) 참여는 물론 신인상 무대 시상 권한까지 준다고 밝히며 대종상으로 '장사한다'는 논란까지 불러 일으켰다.

대종상 수상자와 시상자 단체사진 / 사진=대종상

여기에 대종상은 틱톡 크리에이터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NTF 작가 등을 앰배서더로 내세워 글로벌한 홍보까지 예고했다. '국민이 봅니다, 세계가 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세계에서 봤을까 무서운 졸속 시상식이 진행됐다.

대종상 영화제의 앰배서더라는 틱톡 크리에이터, 일명 틱토커들이 레드카펫을 점령하는가 하면 시상식에서 이들의 홍보 영상을 틀고 심지어 이들이 무대에 올라가 "한국 영화 화이팅"이라고 외치며 시상까지 진행했다. 아프리카TV나 유튜브 시상식도 아니고 6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대종상이 영화인들의 축제에 '혁신'이라는 명분만 앞세워 관계없는 손님들을 초대해 시상식 참석자와 시청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이들의 이름 자막도 틀렸다.) 이 인플루언서들은 잘못이 없다. 잔치에 불러주니 와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앞서 대종상은 지난 2018년 시상식에서 '남한산성'의 류이치 사카모토가 음악상을 수상하자, '남한산성'이나 류이치 사카모토와 전혀 상관없는 트로트 가수 한사랑을 초대해서 대리 수상을 하게 만들었다. 이후 '남한산성'의 제작자인 김지연 대표가 남한산성'이 촬영상을 받게 되자 무대에 올랐고 "시상식 진행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제가 대리수상을 위해 참석했는데, 상관없는 분들이 수상했다. 매끄럽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대종상 측은 공식 입장을 내고 "대리수상에는 문제가 없다"라며 오히려 영화제 진행 미숙을 지적한 김지연 대표를 향해 "김지연 대표의 행동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라고 전했다. 수상자의 절반 이상이 불참해 대리수상이 이어진 가운데, 그 대리수상도 작품과 상관없는 사람에게 '대리 수여'하고 "문제 없다"고 당당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후보에 오른 후보작을 제대로 소개하지도 않고 한꺼번에 영화 포스터를 띄우는 걸로 대신했다. 새로 신설된 다큐멘터리 수상작인 '모어'의 이일하 감독이 불참하자, 대리 수상자가 무대에 수상을 위해 올랐으나 트로피가 준비되지 않아 받지 못했다. 사회를 맡은 팝칼럼니스트 김태훈이 트로피를 준비 중이라고 수습했지만, 결국 준비되지 않아서 시상하지 못했고 "오늘은 대리 수상이 없다"라고 어영부영 넘어갔다. 이미 수상자를 화면에 띄워놓고 "이제 수상자를 발표하겠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중간에 음악이 끊기고 음향이 나오지 않는 일이 이어졌다. 시상식 진행 역시 김태훈 혼자서 진행하다가, 나중에 여성 진행자가 등장해 함께 진행 하는 등 전반적으로 매끄럽지 못했다.

이날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박지환과 오나라는 "대종상 시상식이 참 재밌네요"라고 일침했다. 진행을 맡은 김태훈 역시 진행상의 실수가 이어지자 "실수와 진행상의 미숙함이 있다. 새로운 변화를 위한 작은 몸부림이라고 생각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시상식 즐겨주시길 바란다"라고 사과를 하고 양해를 구했다.

매년 달라지겠다고, 쇄신하겠다고 말하는 대종상. 틱토커 홍보와 NFT발행이 혁신인가. 영화제의 권위는 58회라는 숫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대종상을 살리기 위해 참석한 배우들 덕분에 올해 영화제를 개최할 수 있었지만, 기본을 지켜야 하는 시상식이 가장 기본인 진행마저 매끄럽지 못해 사회자가 연신 사과를 해야한다니 참 안타깝다.

김미화 기자 letmein@mt.co.kr

김미화 기자 letme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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