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대란, 보증금보다 세금 먼저 챙긴 정부도 책임 있어”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2022. 12. 1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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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봉 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 인터뷰
“전체 거래의 40%가 무자격 거래, 사고 빈발”
“중개사협회의 법정단체화는 국민 재산권 보호 수단”
“거래 냉각으로 휴폐업건수가 개업건수 압도”
“매년 40만명 시험 응시, 미래 불안의 반영”

“기획부동산, 깡통전세 등 부동산 사기는 대부분 무자격자의 중개 거래에서 발생한다. 부동산 거래의 40%가 무자격 중개 거래인데도, 모두 공인중개사의 잘못으로 비춰지고 있어 안타깝다.”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본지와 만나 “정부는 무자격 거래, 부동산 사기를 단속할 인력도, 방법도 없다”면서 “정부가 부동산 전문가 조직인 공인중개사 협회에 관련 권한을 일부 위임해야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법정단체화를 통해 중개업의 전문직화, 서비스 품질향상, 시장 교란행위 근절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1986년에 설립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한공협)는 개업중인 공인중개사 11만8000명 중 11만3000명이 가입해 있다. 부동산학 박사로 단국대, 목원대 등에서 교수·강사로도 활동했던 이 회장은 지난 1월 한공협 회장에 취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 관계자 등이 최근 인천시청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책 마련 촉구를 하고 있다.전세사기가 빈발하고 있지만 정부가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고 있어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뉴스1

-전세보증금을 돌려 받지못해 피해를 보는 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전례 없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피해를 당하는 서민들이 급증하는 것은 매매가와 전세가 하락이 겹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부세, 재산세 등 체납 세금이 전세보증금보다 우선하는 현행 제도도 피해를 부추기고 있다. 전세 계약을 맺었을 때 없었던 집주인의 세금 체납이 뒤늦게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2~3년간 종부세가 폭증하면서 피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작년 다주택자들의 종합부동산세 체납액이 5600억원에 달한다.

가령, 20채의 임대주택사업을 하다가 5억원의 종부세를 부과받고 체납한 경우, 각각의 빌라에 모두 5억원씩 체납한 것으로 간주된다. 20채인 점을 감안하면 각 물건에 2500만원씩 체납된 것인데, 5억원 전액을 납부해야 등기부상 압류가 말소된다. 숨어 있던 세금이 현 임차인보다 우선하여 세입자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뒤늦게 이런 문제점을 인식, 체납세금보다 보증금 배당을 우선하도록 법률의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개업계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매매를 기준으로 연간 170만~ 200만건의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그 중 공인중개사를 통한 거래가 50~56%, 당사자 거래가 5%~7% 정도이다. 나머지 40% 정도의 거래가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은 컨설팅업자, 기획부동산,일부 유튜버 등 무자격자들을 통한 거래이다. 사기 사건의 상당수는 무자격 거래에서 비롯됐다. 사기극이라고 경찰이 수사를 벌이는 신축빌라의 깡통 전세는 정상적인 중개업소에서 중개한 사례는 많지 않다. 매매가 2억5000만원 하는 빌라를 보증금 3억원이라고 속여 계약을 맺는 식의 사기극은 대체로 갭투자를 조직적으로 부추기는 기획부동산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상적인 중개사들은 피해가 발생할게 뻔한 그런 매물을 중개하지는 않는다. 공인중개사들은 사고가 발생하면 공제에 가입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피해가기 어렵고 지역사회에서 영업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이종혁 한국 공인중개사협회 회장.

-공인중개사는 현장 전문가들이다. 대책은 없나?

“사고가 발생하면 국민은 피해를 면하기 어렵다. 그래서 예방이 중요하다. 국토부와 지방 자치단체는 사기 거래 등 부동산의 이상 거래를 적발할 능력도, 인력도 없다. 정부가 복잡한 부동산 시장의 이상 거래를 제대로 체크하기가 쉽지 않다. 전국 개업중개사 11만8000명 중 11만3000명이 가입한 한공협에 관련 권한과 책임을 일정 정도 공유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권한의 남용이 우려된다면 남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시스템의 구축으로 풀어야지 모든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방법은 옳지 않다.

변호사협회, 법무사협회, 세무사협회 등 법정 단체들이 회원들의 윤리 위반을 심의해서 자격을 중지시키는 등 강력한 자정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생활과 밀접한 공인중개사협회는 아직도 법정단체의 지위를 부여받지 못했다. 한공협의 법정단체화는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공협이 법정단체가 되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나?

“지난 10월 의원 입법으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법안은 한공협을 법정 단체로 지정하고, 앞으로 개업하는 공인중개사는 협회에 의무 가입하도록 했다. 한공협이 윤리규정을 강화해 중개사들을 지도·감독할 수 있다. 또 ‘부동산 질서 교란행위’를 단속할 수 있고 회원이 법을 위반하면 시·도지사와 등록관청에 행정처분을 요청할 수도 있다. 협회 내부에 고발시스템을 구축, 협회가 당국과 함께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자발적 제보를 바탕으로 불법행위를 단속할 수 있다. 공인중개사들은 이미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10년전에 설립됐던 새대한공인중개사협회가 자진 해산한 것도 한공협의 법정단체화를 위한 것이다. 법정단체화를 통해 중개사협회가 전문가 집단으로 발전하는 전기가 될 것이다.”

- 기술 기반 부동산 서비스업체 모임인 프롭테크포럼이 한공협의 법정 단체화를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개업에 진출한 직방을 견제하기 위해 법정단체화를 추진한다고 주장한다. 터무니 없는 주장이다. 얼마전 프롭테크 포럼의 일부업체에서 공인중개사협회의 법정단체 추진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려고 했지만 대다수의 프롭테크기업의 반대로 성명서를 발표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장 공인중개사와 프롭테크 업체는 부동산 유통시장의 양 수레바퀴이다. 서로 협력해야 한다. 프롭테크 업체 다방이 한공협과 ‘부동산 거래 시장 활성화 및 부동산 중개업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도 그 때문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중개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중개업계와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직방은 공인중개사들의 부동산매물을 인터넷에 실어주고 광고비를 받아 성장해온 회사이다. 적게는 연간 1000만~2000만원에서 많게는 3000만원 이상의 광고비를 지불하는 공인중개사들이 있다. 그런데 직방이 중개업에 직접 진출하는 것은 심판이 선수로 뛰겠다는 발상이다. 돈이 된다고 대기업이 로펌을 만들어 변호사업에 직접 진출하는 것과 다름 없다.

직방이 첫 거래에 대해 반값 중개료를 받겠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몇 년이 지나 독점하면 수수료를 터무니 없이 올리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카카오가 택시호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다가 독점체제를 형성하면서 수수료를 큰 폭으로 올렸다. 더군다나 첫 거래 반값 중개 수수료는 소비자를 현혹시켜 독과점 체제를 구축하려는 플렛폼기업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작년 10월 정부가 부동산 중개보수 최고 요율을 최대 절반 수준으로 인하했다. 중개업소들이 치열한 경쟁 탓에 수수료 인하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공협이 반값 수수료 업체를 검찰에 고발한 적이 있지 않은가?

“반값 중개 또는 무료 중개를 문제 삼아 협회 차원에서 고발한 적은 없다. 다만 지역에서 명예훼손, 표시광고법위반 등을 이유로 문제삼은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값 중개료는 마케팅 기법의 하나로 고소 고발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반값 중개보수는 서비스질을 저하시키고 과당경쟁을 유발시켜 소비자나 중개업소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장 안정 차원에서도 자제 되었으면 한다”

- 공인중개사들의 서비스 품질이 낮다고 불평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다른 전문자격은 정기적인 교육을 이수해야 하지만, 공인중개사는 자격증을 취득하면 활동을 안 해도 32시간 교육만 받으면 개업이 가능하다. 중개업계도 경험이 중요하다. 실제 중개 사고의 대부분이 개업 1~5년차에서 발생한다. 정기적으로 교육을 이수해야 자격이 유지가 될 수 있는 법안도 추진하겠다. 법정단체가 된다면 공인중개사 과실로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금액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 협회 차원에서 공인중개사의 자질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토지, 상가, 공장, 권리분석 전문교육 과정 등 자질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최근 한국부동산원과 ‘건전한 부동산 시장 조성과 상생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전세사기 피해방지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허위매물 모니터링과 전자계약 활성화, 부동산 가격정보 공유, 교육 등에 대해서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한공협도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전세사기 및 불법중개 신고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해 공인중개사 시험에 40만명 정도가 응시한다. 응시자가 왜 이렇게 많은가?

“올해 시험 합격생 2만8000명중 20대가 3200명, 30대가 6800명, 40대가 8900명, 50대가 7300명, 60대가 1500명대이다. 20~ 40대 합격생이 많다. 중개업이 돈 잘 벌고 유망해서라기 보다는 그만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불안이 크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자가 52만명이다. 그런데 실제 개업한 중개사는 11만8000명에 불과하다. 중개업 개업자 중에 실질적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5% 정도에 불과하다. 간판은 같지만, 주인이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 1년에 약 1만개 업소가 손바뀜이 일어난다.”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고 있다.

“거래가 4분의 1로 줄어들면서 계약서를 몇 개월을 쓰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주로 아파트만 거래하는 아파트 단지내 중개업소는 그야말로 고사직전이다. 지난해 공인중개사 개업은 1만6806건이었고 휴폐업은 1만1969건이나 됐다. 올 6월부터 휴폐업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8월부터 휴폐업 건수가 개업건수를 넘어섰다. 1월 개업이 2000건, 휴폐업이 1200건 정도였다. 그런데 8월 개업이 900건, 휴폐업이 1100건이었다.”

-거래 감소가 집값 하락과 대출 규제 등이 겹쳤다. 제도적 개선점은 있는가?

“주택거래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부동산 관련 세금과 규제를 정상화해야 한다. 다주택자들의 취득세를 12%까지 중과세하는 것은 징벌적이다. 집값이 급락하면 결국 주택공급이 줄어들고 장기적으로 전세가격과 집값을 폭등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또한 농지거래 규제로 귀농희망자들의 농지 구입조차 막는 것은 지나친 규제이다. 규제를 합리적으로 해서 정상적인 거래는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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