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동지 섣달’과 ‘설날’

2022. 12. 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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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
‘동지’와 ‘섣달’ 그리고 ‘설날’의 개념에 관해서는 과거에 각각 하나씩 분리해서 칼럼으로 올린 전이 있다. 12월이 되면서 ‘섣달’에 관한 질문이 많이 들어오길래 이 세 가지를 하나로 묶어서 정리해 본다. 우리 노래에도 “날 좀 보소. /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 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라는 가사가 있다. ‘동지 섣달에 꽃을 본다’는 것이 과거에는 참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희한하게 새로운 것을 보듯이 나를 좀 봐 달라는 표현을 할 때 ‘동지 섣달의 꽃’에 비유한 것이다.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이다. 동지가 지나고 나면 다시 날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관계로 그날을 새해의 첫날로 여겼다.
나라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주로 24절기에 기준을 두고 살던 동양 사람들은 처음에는 동지를 새해의 기점으로 보고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을 동지에 시작했다. 그러므로 동지가 새해의 시작이었다는 것에는 큰 의문이 없다. 참고로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춘분을 ‘나르기자’라고 해서 우리의 설날처럼 행사를 한다. 그러니까 춘분을 새해의 시작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나라가 양력으로 새해를 인식하지만 과거에는 나라에 따라 새해의 시작도 다르고 시간의 개념도 달랐다. 현재의 시간과 조선시대의 12시간(자시부터 오시까지) 개념이 다르고, 성경에 나오는 시간이 달라서 현대인들이 어리둥절하는 경우도 있다.

섣달은 일반적으로 ‘설이 든 달’을 말한다고 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동지에 설이 들어 있기 때문에 12월이 이에 해당한다. 이에 대한 설명으로는 김성현의 글이 설득력이 있어 인용해 본다. ‘설달’은 설+달의 합성어다. ‘설달’을 발음해보면 ‘설’이 길게 발음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설’의 ‘ㄹ’이 길게 발음된다. ‘ㄹ’이 발음될 때 혀의 위치를 그대로 두고 짧게 발음할 수 있는 게 ‘ㄷ’과 ㅅ’이다. 이 둘 중 한글에서는 ‘ㄷ’을 대표음으로 선택했다. 그래서 합성어인 ‘설달’ ‘섣달’로 발음한다. 영어에도 이런 현상이 있다. 크리스마스(Christmas)는 Christ(예수)+mas(축제)의 합성어이다. Christ(크라이스트[kraist])는 이중모음(ai)으로 발음되지만, mas가 첨가되면 크리스마스(Christmas[krísməs]) 즉 단모음(i)으로 발음된다. 그리고 Christmas의 ‘t’는 묵음 된다. 자음이 3(Chri-stm-mas)개 연속되면 가운데 있는 자음 발음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출처 : 김성현, 위클리 김천(http://www.weeklygc.com))에서 요약 인용함)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섣달이나 설날이나 모두 동지와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동지는 과거에 큰 의미를 지닌 날이었다. 우리도 지금까지 동지 팥죽을 먹기도 하고(팥죽의 붉은 색이 양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음기(귀신)를 쫓아낸다는 의미가 있다), 여러 가지 행사를 하기도 한다. 동지는 대설과 소한 사이에 있으며 음력 11월 중, 양력 12월 22일경이다. 고대인들은 이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축제를 벌여 태양신에 대한 제사를 올렸다. 중국 주(周)나라에서 동지를 설로 삼은 것도 이 날을 생명력과 광명의 부활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며, 역경의 복괘(復卦)를 11월, 즉 자월(子月)이라 해서 동짓달부터 시작한 것도 동지와 부활이 같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한민족문화백과대사전>에서 요약 정리함) 이렇게 자월(子月)이 시작했다는 것은 갑자년 갑자월이 시작했다는 의미로 보아야 한다. 1년이 열두달이므로 변화가 없어야 하는데, 지금은 태양력을 겸하고 있어서 어느 해가 진정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즉 2023년 1월 1일 생이 (검은)토끼띠인가 아닌가에 대해서 할 말이 많을 것이다. 보통은 음력 설을 기준으로 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양력을 기준으로 띠를 정하는 것이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과거에는 동짓날을 기준으로 했으므로 양력 2023년 1월 1일 생도 기묘년(己卯年) 생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나이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이제는 만나이로 통일한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이제는 빠른(? 사실은 ‘이른’이라고 해야 하지만 학생들은 ‘빠른’이라고 표현한다) 2022년 생과 2022년 12월 생과 다툴 일이 없어졌다. 학교에 입학하는 것도 뭔가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한국인처럼 나이에 민감한 민족도 없다. 툭하면 “민증(주민등록증) 까자!”고 하기도 하고, “나이가 깡패”라는 말도 생겨났다. 뭔가 나이 많은 것으로 무게를 잡아보고 싶은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스스로 겸손히 행동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는 나이로 큰체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으니 품위 있게 늙어가는 법을 배워야겠다.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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