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이냐, ‘조정’이냐…역대 재벌가 ‘이혼’ 살펴보니

2022. 12. 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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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ㆍ노소영, 600억원대 재산분할…역대 최대
이부진-임우재, 141억 재산분할
조현아는 남편에 13.3억 지급 판결
이재용·정용진, 이혼 ‘소송’ 대신 ‘조정’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는 6일 오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1심 판결을 선고했다. 양측이 이혼 절차에 들어간 지 약 5년 만이다. [연합]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세간의 관심사였던 최태원(62) SK그룹 회장과 노소영(61)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 분할액이 600억원대로 결정됐다. 국내 재벌가의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중 외부에 알려진 것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재산 분할 규모가 외부에 공개되는 사례는 이혼 합의나 조정에 실패한 경우다.

반면, 지난 2009년 이혼한 이재용(54) 삼성전자 회장과 임세령(45) 대상 부회장은 일주일 만에 조정에 이르러 구체적인 재산분할 규모가 현재까지도 베일에 싸여 있다. 역대 국내 재벌가의 이혼과 재산분할 사례를 살펴본다.

▶최태원·노소영, 34년 만에 파경…600억원대 재산분할 역대 최대=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부부가 결혼 34년여 만에 이혼 판결을 받았다. 1조3000억원대 규모 소송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결국 665억원대 재산을 분할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사실상 최 회장이 완승했다는 평가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부장 김현정)는 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이 각각 낸 이혼소송에서 부부가 이혼하고, 최 회장이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로써 2017년부터 이어진 양측의 이혼이 5년 만에 일단락됐다.

노 관장은 이번 소송에서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중 42.29%(650만주)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전날 종가(21만1000원)기준 1조3975억원에 달한다. 최 회장은 SK 주식의 17.5%인 1297만여주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은 앞서 노 관장이 낸 가처분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최 회장이 판결 선고 전까지 SK 주식의 27%가량인 350만주를 처분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소송은 법원이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최 회장은 자신의 SK 주식은 상속재산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 반면, 노 관장은 오랜 혼인기간에 재산을 유지하는데 기여했으므로 분할 대상이라고 맞섰다.

결국 이번 소송에서 청구금액에 비해 재산분할금액이 크지 않아 SK그룹은 지분구조 변화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부진 141억, 조현아 13.3억’ 지급 판결=국내 재벌가의 재산은 대부분 주식인 탓에 이혼에 뒤따르는 재산분할은 기업의 지배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최 회장 이전 가장 재산 분할 규모가 컸던 재벌가 이혼 사례는 고(故)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 이부진(52)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54) 전 삼성전기 상임고문의 이혼이었다.

두 사람은 1999년 8월 삼성그룹 오너 3세와 평사원 간 결혼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2014년 10월 이 사장이 이혼 조정을 신청하며 파경을 공식화했다. 임 전 고문은 소송 과정에서 이 사장의 전체 재산이 2조5000억원대라고 주장하면서, 절반 가량인 1조2000억원대의 재산분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시까지 알려진 국내 재산분할 소송 청구액 중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2020년 1월 대법원은 최종 141억원을 재산분할 액수로 인정했다.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던 조현아(48)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4년7개월에 걸친 소송 끝에 지난 달 배우자에게 13억3000만원을 지급하고 이혼하라는 1심 판결을 받았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0년 성형외과 전문의인 박씨와 결혼했는데, 박씨가 결혼 8년 만인 2018년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박씨는 조 전 부사장이 자신에게 폭언과 폭행을 자행했다고 주장했고, 조 전 부사장은 박씨의 알코올 중독 때문에 결혼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맞소송을 냈다.

두 사람의 갈등은 형사 고소로까지 이어져 결국 조 전 부사장이 2020년 4월 상해 혐의로 벌금 3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받기도 했다.

전통적 재벌가로 불리진 않지만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2004년 이혼하면서 전 부인에게 이 회사의 지분 1.76%를 재산 분할 형식으로 증여했다. 당시 주가로 300억원 대였다.

이 밖에 9조원대 자산가인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의 재산분할 재판도 결과에 따라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재용·임세령’, ‘정용진·고현정’은 ‘소송’ 대신 ‘조정’=통상 이혼소송이 진행되면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데다 그 과정이 고스란히 외부에 노출된다. 이 때문에 일부 재벌가 인사의 이혼은 신속한 조정으로 마무리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임세령 대상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결혼 11년 만인 2009년 이혼했다. 임 부회장은 당초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냈으나 일주일 만에 조정이 이뤄졌다. 구체적인 조정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임 부회장이 수척억원대 재산과 양육권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용진(54) 신세계 부회장은 1995년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여배우 고현정(51)씨와 결혼하며 세인의 관심을 끌었지만, 결혼 8년 만인 2003년 11월 성격차에 따른 가정불화로 파경을 맞았다.

두 사람의 이혼은 고씨가 이혼 조정을 신청한 지 2시간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두 사람은 정 부사장이 고씨에게 위자료 15억원을 지급하되 자녀 양육권은 정 부사장이 갖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재산분할 규모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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