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복구에만 2년 걸려…상인 “농산물 상하는 여름이 더 걱정”
“겨울보다 여름이 더 걱정이지. 몸 추운 거야 참아도, 물건이 상하잖아….”
대구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30년째 중매업을 하는 이원일씨(70)는 지난 24일 임시점포(몽골텐트)에서 빨갛게 익은 파프리카를 살펴보며 한숨부터 쉬었다. 이씨는 지난달 25일 갑작스레 찾아온 화마에 자신의 점포를 잃었다. 화마가 물러간 지는 한 달이 됐지만, 이씨를 포함한 68명의 상인은 시장 주차장 일부에 마련된 임시텐트에서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상인들은 지지부진한 농산 A-1동 복구작업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겨울을 지나 여름이 오면 내놓은 농산물이 상해버리거나 물러버려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화재로 소실된 A-1동은 한달 넘게 방치돼 있다. 이 건물을 둘러싼 커다란 철제펜스 사이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녹아내린 냉장고와 지게차가 여전히 망부석처럼 서 있었다. 불이 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매캐한 냄새는 철제펜스를 넘어 조금씩 흘러나왔다.
조현진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화재피해 수습대책위원장은 “(A-1동)복구에만 최소 2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며 “민간에서는 3개월이면 충분한 공사가 아직 철거작업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복구작업이 늦어지는 이유는 행정적 절차 탓이다. 예산을 확보하고 심의를 거친 뒤 입찰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하는 등의 행정절차에만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대구시는 지난 21일 국토안전관리원에 ‘A-1동 해체계획서’를 제출했다. ‘적정’ 통보를 받으면 북구청 심의를 거쳐 늦어도 1월에는 철거작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국토안전관리원 결과가 통상 보름쯤 걸린다. 일찍 결과를 내달라고 협조를 요청한 상태”라며 “하루라도 빨리 철거공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사업비 10억여원을 들여 임시텐트를 철거하고 판넬 등으로 보온력을 강화한 임시점포를 다음 달 중으로 설치하기로 했다. 영하의 날씨에 채소 등 농산물이 얼어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상인들은 A-1동 복구가 늦어질수록 혼란과 불편이 가중된다고 호소한다. 임시점포를 위해 1000만원을 호가하는 대형냉장고를 사는 것도 부담이다.
10년째 이곳에서 버섯류를 유통하는 김기영씨(35)는 “판넬이 사람을 보호해주지, 농산물을 보호해주는 건 아니다”며 “하루에만 수십 번 냉장창고에 보관된 버섯을 가져오고 또 가져다 둔다. 일을 마치는 시간이 평균 3시간은 늦어졌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상인 이모씨(46)는 “젊은 친구들이 (수레로 농산물을 냉장창고로) 왔다 갔다 한다고 살이 쏙 빠졌다”며 “비만 오면 물이 흘러들어와 물건 다시 집어넣기 바쁘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A-1동 인근에는 물건을 옮기는 지게차와 도매시장을 찾은 차량, 수레에 농산물을 싣고 임시텐트로 이동하는 사람이 뒤엉켜 매우 혼잡한 모습을 보였다. 대구시 관계자는 27일 “내진설계나 화재대비 등 각종 재난이나 재해를 줄이기 위해 예전보다 행정절차가 많아졌다”며 “건물을 어떤 형태로 지을지에 대해 상인들과 상의해 최대한 이른 시간에 복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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