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월드컵 우승국은 '웨일스'라고?...英 깜찍한 상상

강은영 2022. 11. 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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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국립축구박물관, 카타르 월드컵에 기대감 드러내
웨일스가 우승 트로피 들고, 잉글랜드 케인이 상 받고
독일, 일본과 첫 경기 무조건 이겨야...'한국 트라우마'
카타르 도하의 중심부에 설치된 2022 카타르 월드컵 관련 조형물. AFP 연합뉴스

"당신은 누가 첫 번째 겨울 월드컵에서 우승할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오는 21일 개막하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앞서 지난달 영국 맨체스터에 있는 '국립축구박물관'을 찾았다. '축구 종가'라는 자부심을 가진 곳에서 이번 월드컵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명색이 축구 박물관이니 관련된 메시지가 포함돼 있을 거라 생각했다.

박물관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관람객들에게 그들의 열망부터 드러냈다. 1층 전시관은 월드컵 관련 작품이 관람객을 맞았다. 1970년 제9회 멕시코 월드컵부터 22회 카타르 월드컵까지 역사를 정리한 그림들이 전시됐다. 사람 키보다 큰 패널 하나하나에 역대 우승국가와 선수들을 흥미로운 그림으로 표현한 내용이 담겼다. 영국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축구 관련 수제 스티커로 유명해진 알렉스와 시안 프래쳇 부부의 작품이다. 박물관은 이들이 그린 작품을 토대로 역대 월드컵 관련 그림을 엮어 전시회를 열었다.

그런데 그중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판이 있었다. 우승국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아니 개최조차 하지 않은 카타르 월드컵에도 떡하니 우승국가가 그려져 있는 게 아닌가. 어떻게 된 일일까.

2022 카타르월드컵 주인공은?...웨일스 그리고 케인
영국 맨체스터 '국립축구박물관'에 전시된 월드컵 관련 전시물. 커다란 패널에는 역대 월드컵 우승국과 활약이 컸던 선수들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오른쪽 사진) 당시 우승국인 브라질이 트로피를 들고 있고, 그 밑으로 호나우두와 안정환의 얼굴도 보인다. 그러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우승국가로는 웨일스 대표팀이 그려졌다. 맨체스터=강은영 기자

영국의 국립축구박물관은 깜찍한 상상을 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우승국으로 '웨일스'를 점친 것. 게다가 골든슈 수상 등 맹활약을 펼칠 선수로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장인 해리 케인(29·토트넘 홋스퍼)을 꼽았다.

그래도 염치는 있었다. 해당 그림 밑으로 이번 대회 우승 후보인 스페인과 프랑스, 독일을 나란히 그려 넣었다. 차마 잉글랜드를 우승국으로 점치거나 우승 후보로 엮지는 못한 듯 보였다. 욕먹을 게 뻔하니까.

그림판에 글로 쓴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당신은 누가 첫 번째 겨울 월드컵에서 우승할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카타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토너먼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소셜미디어로 알려주세요.'

웨일스를 우승국으로 꼽은 건 그저 영국식 농담일 수 있다. 하지만 잉글랜드와 웨일스가 나란히 이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면서 영국인의 꿈은 더 커져버렸다. 나란히 16강에 진출한다는 꿈, 그리고 둘 중 하나는 우승할 것이라는 희망이다. 영국 BBC방송도 잉글랜드와 웨일스 대표팀이 카타르에 같은 날 입성하는 모습 등을 보도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국 중 가장 가치가 높은 국가 대표팀에 잉글랜드가 1위를 차지했다. 스포팅피디아 홈페이지 캡처

먼저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에 각오가 남달라 보인다. 이탈리아와 승부차기 끝에 패하긴 했지만 '유로 2020' 결승까지 올라 뒷심을 발휘했고, 2018 러시아 월드컵 4강 진출의 기운을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염원도 있다.

겉으로 봐선 불가능한 미션도 아니다. 잉글랜드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 본선에 오른 32개국 중 가장 비싼 '몸값'의 선수단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영국의 풋볼런던에 따르면 스포츠베팅 전문 사이트 스포팅피디아의 분석 결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해리 케인과 맨체스터 시티의 필 포든,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의 주드 벨링엄 등이 포진한 "잉글랜드 대표팀은 총 12억6,000만 유로(약 1조7,400억 원)의 가치가 있다"라고 보도했다. 케인의 가치는 9,000만 유로로 평가됐고, 포든은 1억1,000만 유로, 벨링엄은 1억 유로의 가치를 지닌 선수로 분석됐다.

그 뒤를 이어 2위 브라질 대표팀(11억3,700만 유로), 3위 프랑스 대표팀(10억6,600만 유로) 등 순이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이틀 앞둔 18일 카타르 알와크라 SC 스타디움에서 해리 케인(왼쪽에서 두 번째)을 비롯한 잉글랜드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알와크라=연합뉴스

케인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영국 스카이스포츠와 단독 인터뷰에서 "잉글랜드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자신했다. 케인은 "월드컵에서 트로피를 집으로 가져올 수 있다고 믿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다르게 생각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며 "물론 어려운 일이고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우승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웨일스도 마찬가지다. 1958년 스웨덴 월드컵 이후 64년 만에 본선 무대에 올랐다. 역대 본선에 진출한 그 어떤 나라보다 재입성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똘똘 뭉쳐 있는 상황이다. 미국 리그에서 뛰고 있는 주장 가레스 베일을 중심으로, 프랑스 니스에서 활약하는 애론 램지, 토트넘에서 스타드 렌으로 임대 간 조 로든, 토트넘의 벤 데이비스 등이 공수에서 활약하며 팀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한 조(B조)에 묶인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경기(30일 오전 4시)는 영국인들에게 특별하다. 유로스포츠는 이들의 경기를 "역사적인 브리튼 전투"라고 표현했다.

가레스 베일(맨 왼쪽) 등 웨일스 대표팀 선수들이 18일 카타르 도하 훈련장에서 활기찬 모습으로 훈련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마냥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잉글랜드는 축구 종가라는 허울 좋은 수식어만 있을 뿐 정작 월드컵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1966년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우승한 이후 56년간 우승 경험이 없다. 두 차례의 월드컵(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해 자존심은 세웠지만, 두 번 모두 패해 4위를 차지했을 뿐이다. 명성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인 셈이다.

더군다나 자국 팬들의 원성을 받는 선수들도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해리 매과이어, 토트넘의 에릭 다이어는 대표팀에 최종 승선하고도 비판을 받았다. 매과이어는 느린 속도와 형편없는 수비력으로 주전에서 밀려난 상황이고, 다이어는 잦은 실책으로 상대에게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안정적인 수비는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웨일스도 '베일 원팀'이라고 불릴 정도로 베일에 대한 의존이 큰 편이다. 이래저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노엘 무니 웨일스축구협회 회장은 카타르 월드컵이 자국과 축구에 "게임 체인저"가 될 거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무니 회장은 최근 PA통신과 인터뷰에서 "매일이 웨일스 축구 발전의 새로운 단계처럼 느껴진다"며 "이번 월드컵은 우리에게 세계 무대에서 활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고 말했다.

독일이 일본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
2018년 6월 27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진행된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한국과 독일 경기에서 한국이 독일에 2-0으로 승리하자, 독일의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가 실망한 표정을 하며 그라운드를 걸어 나오고 있다. AFP 연합뉴스

카타르 월드컵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경기는 무엇일까. 국내외 많은 언론들은 E조에 속한 독일과 스페인의 경기를 꼽고 있다. 과연 그럴까.

이번 대회에서 놓쳐서는 안 될 경기는 따로 있다. E조 첫 경기인 독일과 일본전(23일 오후 10시)이다. 독일이 전 세계 조롱거리로 또다시 전락하지 않으려면 무조건 일본을 이겨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 5년간 주요 토너먼트 대회에서 성적이 저조하자 "독일팀은 역사적 최저점에 있다"고 영국의 가디언까지 깎아내렸다.

그래서 독일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보여줘야 할 게 많다. 사실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국을 예측할 때 독일이 들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명색이 월드컵에서 4번이나 트로피를 들어올렸으니까. 하지만 현재 독일의 입지는 그리 녹록지 않다. 굵직한 토너먼트 대회에서 연달아 실망을 안겨줘서다.

지난해 유로 2020과 2018 러시아 월드컵은 독일에게 악몽에 가깝다. 유로 2020에선 16강에 진출했으나 잉글랜드에 0-2로 패하면서 완전히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선 대한민국에 역시 0-2로 패하며 월드컵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충격을 줬다. 독일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건 193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의 토미야스 다케히로(오른쪽) 등 일본 국가 대표팀이 지난 18일 카타르 도하 하마드국제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독일의 '한국 트라우마'는 꽤 심각하다. 독일 현지 매체뿐만 아니라 유럽을 넘어 전 세계 언론들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독일을 언급할 때 2018년 악몽을 꺼내 들고 있다. 독일 대표팀으로선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인 셈.

그런데 하필이면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 국가, 그것도 한국 바로 옆 나라, 일본과 첫 경기를 갖게 됐다. 독일 입장에선 생각하기도 싫겠지만, 만약 불운이 한 번 더 찾아온다면 독일은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고 매회 월드컵 때마다 안주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전' 악몽을 떨쳐버리기 위해선 반드시 승리해야만 하는 경기다.

독일이 이번 대회에서 큰소리를 칠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일본에 대승할 것이란 예측도 거의 없다. 미국 CBS스포츠는 E조에서 독일과 스페인이 16강에 진출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일본의 상승세를 무시할 수는 없다. 일본 대표팀 26명 중 역대 최다인 20명이 해외파로, 이 중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선수는 9명에 달한다.

독일 국가 대표팀이 지난 16일 카타르 도하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에 앞서 오만과 마지막 평가전을 가진 가운데 독일이 2-0으로 승리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일단 독일에는 특출난 스타 플레이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오죽하면 16년간 독일팀을 맡아 지난해 퇴임한 요하임 뢰브 감독은 유로 2020을 위해 30대 노장들을 불러들였다. 토마스 뮐러(33·바이에른 뮌헨)와 마츠 훔멜스(34·도르트문트)다. 새로 부임한 한치 플릭 감독도 어쩔 수 없나 보다. 첫 메이저 대회를 앞둔 그 역시 뮐러 카드를 꺼냈고,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결승골의 주인공이었던 마리오 괴체(30·프랑크푸르트)도 5년 만에 호명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16일 오만과 가진 마지막 평가전에서 1-0으로 이기며 간신히 체면을 지켰다. 다만 뮐러와 안토니오 뤼디거(29·레알 마드리드)는 부상에 대한 우려 때문에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핵심 공격수 티모 베르너(26·라이프치히)와 마르코 로이스(33·도르트문트)는 월드컵을 앞두고 부상으로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래저래 독일팀의 온전한 부활은 확신할 수 없게 됐다.

그러자 언론의 혹평이 이어졌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플릭 감독은 월드컵 전 마지막 경기에서 팀원들의 부진한 모습을 본 후 생각할 것이 많다"며 "오만은 적극적이고 활기차게 경기를 펼쳤고, 실제로 그들의 포워드가 좀 더 냉정했다면 몇 골을 득점할 수 있었다"면서 오만의 경기력이 나았다고 평가했다. 데일리메일은 카타르의 날씨가 변수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2018년 '재난' 이후 또 다른 조별 예선 탈락을 두려워하게 될 수도 있다. 다음 주 일본과 이렇게 경기를 하면 이번 월드컵의 공포스러운 시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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