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능 필적확인 문구는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
17일 시행된 2023학년도 대학수능력시험(수능)의 필적 확인 문구는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였다. 한용운의 시 ‘나의 꿈’ 중 한 구절이다.
<나의 꿈>
- 한용운
당신이 맑은 새벽에 나무 그늘 사이에서 산보할 때에
나의 꿈은 작은 별이 되어서
당신의 머리 위에 지키고 있겠습니다
당신이 여름날에 더위를 못 이기어 낮잠을 자거든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
당신의 주위에 떠돌겠습니다
당신이 고요한 가을밤에 그윽히 앉아서 글을 볼 때에
나의 꿈은 귀뚜라미가 되어서
책상 밑에서 ‘귀뚤귀뚤’ 울겠습니다.
필적 확인 문구는 수험생이 매 과목 답안지에 자필로 적어야 하는 문구다. 2005학년도 수능에서 대리시험 등 부정행위가 대규모로 적발된 이후 수험생 본인 확인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2006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 첫 필적 확인란이 생겼는데 당시 문구는 윤동주의 시 ‘서시’의 한 대목인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었다.
부정행위 방지 차원에서 도입됐지만 최근에는 수험생을 격려하는 메시지가 담기는 추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출제위원단이 국내 작가 작품 중에서 가급적 ‘밝은’ ‘맑은’ ‘희망’ 같이 수험생에게 긍정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단어가 포함된 문구를 골라 정한다고 한다. 응시생 본인의 필적을 식별할 수 있는 기술적 요소도 갖춰야 한다. 글자 수는 12~19자여야 하고, 사람마다 쓰는 방법이 달라 필체가 드러나는 자음 ‘ㄹ’, ‘ㅁ’, ‘ㅂ’ 중 2개 이상이 들어가야 한다.
2006학년도 수능 필적 확인 문구는 정지용의 시 ‘향수’에서 따온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란 하늘빛’이었는데 같은 문구가 2017학년도에 한 번 더 쓰였다. 지난해 치른 2022학년도 수능에는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이해인 ‘작은노래2′)가, 2021학년도에는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나태주 ‘들길을 걸으며’)이 나왔다.
◇역대 수능 필적 확인 문구
2006학년도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 (정지용 ‘향수’)
2007학년도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정지용 ‘향수’)
2008학년도 ‘손금에 맑은 강물이 흐르고’ (윤동주 ‘소년’)
2009학년도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윤동주 ‘별 헤는 밤’)
2010학년도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2011학년도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고 넓어진다’ (정채봉 ‘첫 마음’)
2012학년도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황동규 ‘즐거운 편지’)
2013학년도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이며’ (정한모 ‘가을에’)
2014학년도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박정만 ‘작은 연가’)
2015학년도 ‘햇살도 둥글둥글하게 뭉치는 맑은 날’ (문태주 ‘돌의 배’)
2016학년도 ‘넓음과 깊음을 가슴에 채우며’ (주요한 ‘청년이여 노래하라’)
2017학년도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 (정지용 ‘향수’)
2018학년도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 (김영랑 ‘바다로 가자’)
2019학년도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김남조 ‘편지’)
2020학년도 ‘너무 맑고 초롱한 그 중 하나 별이여’ (박두진 ‘별밭에 누워’)
2021학년도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나태주 ‘들길을 걸으며’)
2022학년도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 (이해인 ‘작은 노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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