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오빠, 수능 뿌셔!” 응원하는 사람들로 활기 넘친 수능 시험장[2023 수능]

이홍근·김나연·김세훈·최서은·전지현 기자 2022. 11. 1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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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앞에서 한 학부모가 수험생을 응원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언니, 오빠 파이팅!” “수능 뿌셔!”

17일 오전 7시2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 정문 앞. 한 눈에 봐도 앳돼 보이는 어린이 세 명이 손팻말 2개를 들고 응원전을 벌였다. 여의도초등학교 5학년 김지수양, 배윤진양, 유지아양은 포장한 초콜릿과 청포도맛 사탕을 수험생들에게 나눠줬다. 이번에 수능을 치르는 가족이나 지인은 없지만 용돈을 모아 응원을 준비했다. 이들은 “6년 뒤에 저희 미래이기도 하니까 조금이라도 응원하고 싶었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예년보다 줄면서 고사장 앞은 수험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가족과 친구들로 북적였다. 응원을 받으며 서초고에 들어선 심성보씨(19)는 “반수 중이라 나태해진 게 아닌가 싶은데 그래도 최대한 노력한 만큼 봤으면 좋겠다”며 “원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학과를 지망했는데 다른 과를 가게 돼 다시 시험을 보게 됐다”고 했다. “수능이 끝난 뒤엔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회포를 풀 것”이라고 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앞에서 시험 시작 직전 한 수험생이 경찰차를 타고 고사장에 도착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입실 시간 못 지킬까봐…” 긴급수송차량 탄 수험생들

입실 시간인 오전 8시10분에 임박해 경찰 순찰차나 수험생 수송 봉사 오토바이를 타고 허겁지겁 고사장에 도착한 수험생도 있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왕십리역 4번 출구 앞에는 긴급수송차량 5대가 배치됐다. 오전 7시9분 검은 후드티를 입은 남학생이 대기 중이던 차량에 다급하게 탑승했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현대고에서 시험을 친다는 이 학생은 “광진구 중곡동에서 왔는데 혹시라도 시간이 늦을까봐 차에 타게 됐다”고 했다.

모녀가 함께 수송차량에 탑승한 사례도 있었다. 자율방범대원이 차량 지원을 안내하자 초조한 표정으로 “왕십리역에서 한양대학교부속고등학교까지 걸어서 가려고 한다”고 했던 어머니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현장에서 한 학생은 다급한 목소리로 “한대부고가 어디냐”고 물은 뒤 곧장 차량에 탑승하기도 했다.

이날 왕십리역에는 자율방범대원 40여명과 긴급수송차량 6대가 4개 출구에 분산 배치됐다. 모범운전자회에서도 차량 4대를 지원했다. 오전 7시부터 8시5분까지 총 22명의 학생이 수송차량을 이용했다. 한대부고로 3명을 수송한 박광한씨(59)는 “학생들이 조금 긴장한 것 같기는 했지만 대체로 편한 모습이었다. 나름대로 페이스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며 “수험생이 제 실력을 발휘하도록 도움을 준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앞에서 시험 시작 직전 한 수험생이 교문을 향해 뛰고 있다. 성동훈 기자

학생들이 시험장에 들어선 뒤에도 부모들은 교문 앞을 떠나지 못했다. 서초고에서 가방을 멘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김유정씨(49)는 “아이가 많이 힘들어했어서 뭉클하다”며 “긴장하지 않고 봤으면 한다”고 했다. 옆에 서 있던 아버지 최성호씨(51)도 “시험보고 나면 지쳐서 투정부릴 텐데 맛있는 거 먹여주면서 상처받지 않게 다독여줄 것”이라고 했다.

도시락을 두고 간 수험생을 위해 헐레벌떡 차를 돌려 돌아온 학부모도 있었다. 재수생 아들을 둔 김두선씨(48)는 “차로 태워다줬는데 도시락을 두고 갔다”며 “중간에 빨리 알아채서 유턴해서 돌아왔다. 도시락도 아이 좋아하는 김치볶음밥으로 쌌는데 두고 내려서 놀랐다”고 했다.

방호복 입은 직원 배치된 코로나19 격리 고사장

코로나19에 감염된 학생들은 격리자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렀다. 은평구에 위치한 하나고등학교에는 방호복을 입은 하나고 직원들이 수험생을 맞았다. 한 학생은 “몸 상태가 다 나았다”며 교문을 지나쳤다. 고사장에 학생을 내려준 한 아버지는 “인생에 한 번 있는 시험인데 컨디션이 안 좋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내일 격리가 끝나는데 상태가 많이 나아져서 시험을 잘 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수능시험 편의제공 대상 수험생은 서울경운학교(뇌병변 등 운동장애 24명), 서울맹학교(중증 시각장애 7명), 서울농학교(중증 청각장애 38명), 여의도중학교(경증 시각장애 30명)에서 시험을 치렀다. 서울경운학교로 시험을 보러 온 박동우군(20)은 “친구들이랑 놀고 싶은데 못 놀아서 힘들었다”며 “뇌 쪽이 좀 안 좋아서 의대에 가서 뇌에 관한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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