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린 아들이 외려 안심시켜” “지원 못해줘”…수능 시험장서 두손 모은 엄마들

김동환 2022. 11. 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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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84개 시험지구 1370여개 시험장에서 수능 실시…약 51만명 지원
‘차분하게 해’, ‘한 번 안아볼까’…시험장 앞 부모들의 따뜻한 응원 이어져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고사장이 마련된 서울 강남구 경기고에서 가족이 수험생을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서울특별시교육청 제12지구 제11시험장으로 지정된 서울 은평구 충암고등학교.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7시를 넘기면서부터 이곳에는 그동안 기울여온 노력을 쏟아부을 수험생들의 발길이 하나둘씩 이어지기 시작했다.

관할 파출소에서 나온 교통경찰관이 학교 앞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내내 교문 앞에는 수험생을 태우고 온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시험장이 마련된 부산 해운대구 부흥고등학교에서 한 학부모가 교문 밖에서 두 손을 모으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차에서 내린 한 수험생은 “열심히 하고 올게요”라며 운전석에 있는 아버지에게 말한 뒤 옆에 앉은 어머니에게는 손을 흔들고는 바삐 교문 안으로 들어섰다.

창문을 내린 채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부모는 교문 너머 언덕 안쪽으로 아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그제야 차를 돌려 학교 앞을 빠져나갔다.

“차분하게 해.”

아들과 함께 시험장에 온 어머니는 가방 멘 아들의 어깨를 몇 차례 툭툭 가볍게 두드려주고는 이처럼 말했다.

또 다른 차에서는 두 수험생이 내렸는데 이 중 한 명은 교복 차림이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아내와 함께 시험장에 온 남성은 아들을 시험장에 들여보내기 전, "한 번 안아볼까"라고 말한 뒤 따뜻하게 아들과 포옹했다.

현장에서 지켜본 부모들의 마음은 한결같았다.

“잘하고 와”에서부터 “정신력만 유지해” 등 각기 한 말은 달랐어도 시험장 교문으로 들어서는 아들의 모습에서 쉽게 눈을 떼지 못하기는 똑같았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 앞에서 학부모들이 손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오전 7시30분쯤 시험장 앞에 도착한 모자(母子)는 수험표와 앞서 안내받은 시험장의 번호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느라 몇 차례나 수험표를 들여다봤다.

재수생 아들을 시험장에 들여보낸 A씨는 “경영을 목표로 하는 아들의 두번째 수능”이라며 “날씨가 춥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A씨는 “아들이 원하는 쪽을 가도록 지원해주려고 하는데 (부모로서) 그렇게 잘해주지 못한 것 같다”며 아들에게 쉽사리 말하지 못했던 속내를 살짝 내비쳤다.

그러면서 “수능을 보고 난 뒤 아들이 잠시라도 해방감을 느꼈으면 좋겠다”며 “저녁에는 맛있는 걸 사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김모(48)씨는 고3 아들이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난 뒤, 교문 앞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서울대와 고려대·연세대를 목표로 하는 아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었을 때, 오늘 찍은 사진을 다시 꺼내 보고 싶다면서다.

특히 김씨는 수능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고생했던 아들의 모습이 크게 안타까웠다고 한다.

오히려 아들이 ‘앞으로 더 잘 되려 액땜한 것 같다’며 자신이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도록 반응했다는 게 김씨의 전언이다.

김씨는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이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했다”며 “시험을 잘 보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인생을 잘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는 말로 시험장을 떠났다.

이날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84개 시험지구 1370여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된 수능은 지난해처럼 ▲국어영역(오전 8시40분∼10시) ▲수학영역(10시30분∼낮 12시10분) ▲영어영역(오후 1시10분∼2시20분) ▲한국사 및 탐구(사회·과학·직업)영역(2시50분∼4시37분) ▲제2외국어/한문영역(5시5분∼5시45분) 순으로 진행된다.

올해 수능에는 지난해보다 1791명 줄어든 총 50만8030명이 지원(원서접수자 기준)했다. 재학생은 지난해 보다 1만471명 감소한 35만239명(68.9%)이다. 졸업생은 7469명 증가한 14만2303명(28.0%)이고 검정고시 등은 1만5488명(3.1%)이다.

모든 수험생과 감독관은 시험을 보는 동안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감독관은 대리응시 등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수험생에게 마스크를 내려 신분 확인을 요청할 수 있고, 수험생은 이에 협조해야 한다.

칸막이는 점심시간에 배부된다. 수험생은 안내에 따라 3면으로 된 칸막이를 펼쳐서 책상에 올려둔 상태로 점심을 먹고, 식사가 끝난 후에는 다시 반납해야 한다.

오는 19일부터는 대학별 수시전형 논술·면접고사와 정시모집 전형이 시작된다. 성적은 다음 달 9일 통지된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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