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 여고생' 할머니 "대학합격 했지만, 수능보러 왔어요" 감동 사연

김성진 기자, 김진석 기자 2022. 11. 1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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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새벽 5시.

이날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을 맞아 이씨도 시험을 치른다.

사실상 이씨는 수능을 보지 않아도 된다.

이씨는 "막상 수험장 앞에 오니 수능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다"며 "나처럼 용기를 얻어 새롭게 도전하는 사람이 많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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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7시30분쯤 이주용씨(81)가 수능 시험장인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사범대부속여고에 입실하기 전 수험표를 들고 있다./사진=김진석 기자

17일 새벽 5시. 81세 이주용씨의 하루가 시작됐다. 이씨는 서울시 마포구 일성여고에 다니는 3학년 학생이다. 이날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을 맞아 이씨도 시험을 치른다.

전날 밤 일찍 누웠는데 잠을 설쳤다. 아침 밥상을 차렸지만 밥 한 숟갈 넘어가질 않았다. 미리 준비해둔 도시락과 컴퓨터용 사인펜을 가방에 챙겨 오전 6시쯤 서울 관악구 자택을 나왔다. 입실은 오전 8시10분까지. 수험장인 홍익대학교사범대부속여고까지 택시로 35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빨리 입실해야 긴장이 풀릴 것 같았다.

이씨는 충남 당진에서 8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초등학교에 들어갔지만 1학년 때 중퇴했다. 집안 농사일을 도와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논일도 돕고 시장에 가 고구마도 팔았다. 그래도 이씨는 나은 편이다. 이씨는 "집안 자매 중 학교 문턱이라도 넘어본 건 나밖에 없다"고 했다.

스물세 살에 시집을 갔다. 연년생을 포함해 딸과 아들 둘씩 낳았다. 그러고도 농삿일을 놓지 않았다. 집안 형편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이씨의 친구 몇명은 서울에 살며 야간학교에 다녔다. 방학하면 친구들은 고향에 돌아왔다. 이씨는 친구들 모습을 떠올리며 "아주 부러웠다"고 했다.

자녀들, 손자·손녀가 학교 다니는 모습을 보면 부러움이 배가 됐다. 이씨는 "(자녀들 키우며)못 배운 게 제일 서럽더라"라고 했다.

8년 전 서울 마포구의 일성 중학교, 고등학교를 알게 됐다. 교육과정을 밟지 못한 고령 여성들을 가르치는 학교들이다. 이씨 막내아들 친구의 어머니가 먼저 학교를 다니고 이씨에게 추천했다.

학교는 지하철로 1시간 거리다. 지하철 타고 다니다 보면 다리가 아플 때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씨는 학교에 다시 다녀 좋았다. 이씨는 "학교에서 상도 받았다"고 말했다. 가족들도 이씨가 배우는 모습이 좋았다. 이씨는 "가족들이 많이 도와줬다"고 했다.

학교에 다니며 이씨에게는 꿈이 생겼다. 이씨는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한 상태다. 해당 학과에 진학한 이유를 물으니 이씨는 "내가 애기(영유아)들을 잘 못 돌본다"라며 "누군가 도와야할 때도 제대로 돕지 못했는데 나 같은 사람이 없도록 사람들에게 (유아 교육 방면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사실상 이씨는 수능을 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씨는 "자녀들, 손자·손녀에게 '할머니도 할 수 있다' 보여주고 싶어서 시험을 본다"며 "배움을 멈춘 다른 사람들에게도 '당신도 할 수 있다'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수능 전 31세 손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손자는 "할머니, 시험 잘 보세요"라 응원했다고 한다. 자녀들은 "(수능 보셔서) 축하합니다"라고 전화했다.

이주용씨(81)가 수능 시험장에 챙겨온 준비물들. 찹쌀떡과 초콜릿, 핫팩이 있다./사진=김진석 기자


수능시험은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팔순 넘은 이씨는 체력이 바닥날까 걱정해 국어와 영어, 한국사 시험만 본다. 수능 준비가 쉽지는 않았다. 특히 영어 듣기평가는 아무리 공부해도 쉽지 않았다. 컴퓨터용 사인팬으로 OMR 시험지 작성하는 법도 연습이 필요했다. 이씨는 "열심히 공부했어요"라고 했다.

이씨는 이날 오전 7시쯤 수험장 앞 편의점에 들어갔다. 가방 속 수험표를 꺼내 한번 보고 준비물을 제대로 챙겨왔나 확인했다. 가방에는 손녀가 챙겨준 찹쌀떡, 초콜릿과 며느리가 챙겨준 도시락이 있었다.

이씨의 회색 가방에는 분홍색 미니마우스 캐릭터가 곳곳에 박혀 있었다. 손녀가 미국에 갔다가 이씨를 위해 사 온 가방이었다.

이씨는 "막상 수험장 앞에 오니 수능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다"며 "나처럼 용기를 얻어 새롭게 도전하는 사람이 많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씨는 오전 7시30분쯤 수험장에 입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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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기자 zk007@mt.co.kr, 김진석 기자 wls74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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