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막아라" 호송작전…"평소 하던대로" 고사장 앞 간절한 기도(종합)

[2023수능] 수험생 입실 완료…"실수없이 실력 발휘하길"
경찰·자율방범대 수험생 호송 지원…단체 응원 풍경 실종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인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 앞에서 한 학부모가 입실을 앞둔 자녀를 안아주고 있다. 2022.11.1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조현기 남해인 박기현 손승환 기자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7일 오전 8시쯤.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앞에 빨간색 오토바이가 등장하자 수십 명의 시선이 집중됐다.

'수험생 긴급 호송 차량'이라는 문구를 붙인 오토바이 운전자 뒤에선 빠른 속도에 몸이 뒤로 젖혀진 한 수험생이 긴장한 표정으로 내려 고사장을 향해 내달렸다. 고사장 앞에 서 있던 학부모와 자원봉사자들은 무사히 교문을 통과한 학생의 뒷모습을 보며 안도의 웃음을 내보였다.

서울 곳곳의 고사장에선 이날 오전 6시30분쯤부터 수험생들의 입실이 시작됐다. 아침 최저 기온이 0~5도로 떨어진 날씨에 패딩 점퍼에 목도리, 머플러를 단단히 챙긴 수험생들은 하나둘 정문을 통과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고등학교 고사장 앞. 서울고등학교 야구점퍼를 입고 힘찬 발걸음으로 이동하던 이영진군(19)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공부한 만큼만 잘 보겠다"고 말했다.

고사장 정문 앞에서 아들을 안아준 이모씨(50·여)는 "시험장에 적응하고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도록 일찍 왔다"며 "편안한 마음으로 보고 오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이씨는 정문으로 들어간 아들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막냇동생을 응원하기 위해 고사장을 찾은 홍지원씨(22)는 동생이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봤다. 홍씨는 "평소에 하던 대로 잘 보고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해 역시 교문 앞 단체 응원 풍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친구 3명과 함께 선배를 응원하러 온 중동고 재학생 윤주원군(18)은 밝게 웃으며 "선배들이 오시면 핫팩을 드리고 수능 잘 보시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실 마감 시간인 오전 8시10분쯤 정문이 닫히자 수능 응원을 온 중동고등학교 학생 6명은 정문을 향해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2023학년도 수능일인 17일 오전 수험생 어머니가 시험장인 서울 강남구 개포고에서 후배들이 큰절로 선배들을 응원하고 있다. 2022.11.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 은평구 하나고등학교엔 코로나19 유증상자와 재택치료자, 재택격리자를 위한 시험실 6곳이 마련됐다. 정문 게시판에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수험생 유의사항 안내문'이 붙었다.

보건소 지원 차량을 타고 하나고를 찾은 수험생도 있었다. 여전히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고 마스크를 꾹 눌러쓴 채 시험장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또 다른 학생은 밝게 웃으며 "몸상태가 괜찮아졌다"고 말했다.

수험생 아들을 바래다주기 위해 하나고를 찾은 한 학부모는 "일생 한 번 있는 기회인데 몸이 안 좋아서 (아들이) 고생 많았다"고 말했다.

남편과 두 손을 꼭잡고 정문에서 대기 중인 하나고 학부모 심모씨(46·여)는 "우리 아들이 여기 학생인데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으니 실수 없이 실력 발휘 잘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또 다른 학부모 김모씨(51·여)도 "입학할 때 코로나 터져서 오늘까지 코로나 상황에서 수능 치는 팬데믹 세대"라며 "모두 정말 고생 많았다"고 말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여자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으로 한 수험생이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들어가고 있다. 2022.11.17/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일부 학부모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이 수능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했다.

둘째 아들을 경복고등학교 고사장에 들여보낸 조정훈씨(57)는 "아무래도 온라인으로 계속 수업했으니 걱정은 된다"면서도 "긴장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시험을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들과 진한 포옹을 나눈 박모씨(49·여)는 "아무래도 재수생보다 현역 학생들이 불리한 것 아니냐고 말이 많았다"며 "그렇지만 다른 친구들과 비슷한 조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스트레스받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광주 남구 송원고등학교 앞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2.11.17/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경복고 고사장 앞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 외신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수험생은 고사장으로 향하던 발길을 멈추고 밝은 표정으로 영어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체육교육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김현도군(18)은 "평소와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시험을 보기 위해 모의고사를 보던 교복 차림으로 왔다"며 "엄마가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보고 오라고 말해주셨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가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25지구 제29시험장이 마련된 인화여자고등학교에서 수능을 보는 자녀를 안아주며 응원하고 있다. 2022.11.17/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수험생 지원 작전은 학교 밖에서도 분주하게 돌아갔다. 왕십리역 근처에서 수험생들의 교통을 지원하는 경찰과 자율방범대들은 행여나 차량 정체로 지각하는 수험생이 생기지 않을까 긴장한 표정으로 거리를 예의주시했다.

'수능 긴급수송차량'이라는 안내문을 커다랗게 써 붙인 성동구자율방범연합대 차량 한 대는 수험생과 학부모를 태우고 급히 고사장을 향해 달리기도 했다.

수능은 이날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84개 시험지구 1375여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총 지원자는 50만8030명이다.

모든 수험생은 입실 전 체온 측정과 증상 확인 과정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입실 시간보다 여유 있게 시험장에 도착하는 편이 좋다. 모든 수험생은 오전 8시10분까지 시험실에 입실해야 한다.

b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