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짜리 변호사’ 김지은 “기필코 남궁민 선배처럼 되고 말 거예요”[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2. 11.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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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에서 백마리 역을 연기한 배우 김지은. 사진 HB엔터테인먼트



보통 점을 보러 가면 무속인들이 이런 말을 한다. “동쪽에 가면 귀인이 있다”고. 너무나 흔한 말이기에 많은 사람들은 이 말을 그저 흘려듣곤 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 말이 배우 김지은에게는 너무 들어맞았다. 그의 동쪽에는 진짜 ‘귀인’이 있었다.

김지은에게 귀인은 선배 배우 남궁민이었다. 지난해 9월 MBC 드라마 ‘검은태양’ 전까지 김지은은 ‘데뷔 5년 차의 가능성 있는 조연’ 정도의 위치였다. 하지만 남궁민의 제안으로 김지은은 ‘검은태양’에서 비중이 큰 유제이 역을 맡았고, 이후 SBS ‘어게인 마이 라이프’에 이어 ‘천원짜리 변호사’까지 확실한 주연의 반열에 올랐다.

남궁민과 김지은의 인연은 거슬러 가면 더 오래됐다. 2019년 남궁민이 주연을 맡았던 KBS2 ‘닥터 프리즈너’에 김지은이 특별출연 형식으로 잠깐 출연했고, 이후 광고촬영장에서도 마주쳤다. 김지은이 지금의 입지를 가진 데에는 남궁민의 ‘눈썰미’가 큰 역할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SBS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에서 백마리 역을 연기한 배우 김지은. 사진 HB엔터테인먼트



“‘닥터 프리즈너’를 촬영하면서 단역으로 출연했어요. 아는 사이가 아닌데 이름이랑 나이를 물어봐 주셨죠. 딱 한 장면을 같이 했는데 저를 다독여주셨어요. 이후에 광고촬영장에서 뵀는데 알아봐 주시는 거예요. ‘요즘 왜 안 보이냐’라고 물으시기에 ‘오디션을 하는데 잘 안 된다’고 하니 ‘열심히 해보라’고 해주셨어요.”

‘검은태양’에 캐스팅되고 4차 오디션을 통과했을 당시 연출자로부터 ‘키다리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는 선배가 자신을 추천했다는 내용이었다. 알고 보니 남궁민이었다. 김지은이라는 배우가 있고, 어떤 역할이든 오디션으로 보라고 해서 주인공급 분량을 따냈다.

“궁금했죠. 당시에는 1년 반 동안 연기를 못 하고 있었고, 연기를 포기해야 하나 약해지고 있었을 때였거든요.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언젠가 말씀드렸더니 ‘예전의 내가 생각났다. 풀리지 않은 느낌이 그랬다’고 해주시더라고요.”

SBS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에서 백마리 역을 연기한 배우 김지은의 연기장면. 사진 SBS



남궁민이라는 귀인이 있었지만 이번에 막을 내린 SBS ‘천원짜리 변호사’에서 온전히 자신의 실력을 내보인 건 김지은의 역량이었다. 그가 연기한 백마리는 할아버지 때부터 법조계의 요직을 두루 섭렵한 이른바 ‘법수저’ 집안 출신이지만, 할아버지의 엄명에 따라 그는 천지훈(남궁민)의 변호사 사무실로 들어가 그에게 법을 바라보는 시선과 정의를 배운다.

“마리는 자신을 사랑하면서 자부심도 높은 친구예요. 자칫 잘못하면 건방지거나 무례할 수 있게 보이겠더라고요. 스타일링에도 신경을 썼지만, 조금 더 캐릭터가 덜 미워 보이는데 노력했습니다.”

백마리의 화려한 슈트 패션, 미간에서부터 입꼬리까지 얼굴전체를 골고루 쓰는 연기는 그렇게 나왔다. 또한, 그는 지금까지 그렇게 애드리브를 많이 해본 역할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원 없이 자신을 내보였기에, 만족감도 크지만 그만큼 아쉬움도 다가온다.

SBS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에서 백마리 역을 연기한 배우 김지은. 사진 HB엔터테인먼트



“마리를 통해서 ‘겁 없음’을 배운 것 같아요. 예전엔 힘들었을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겁이 많고 소극적인 자세로 연기에 임했던 것 같아요. 실수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다른 말로 표현하면 ‘중간은 가자’는 생각이었죠. 이번 역할을 통해서는 그러한 방어기제를 넘어섰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2016년 단역을 통해 연기에 데뷔한 그는 2019년 OCN ‘타인은 지옥이다’ 민지은 역으로 조금씩 얼굴을 알렸다. 하지만 배역을 따내기 위해 무한한 경쟁에 뛰어들고 밥 먹듯 실패를 떠안는 일은 김지은의 마음을 조금씩 어지럽혔다. 급기야 코로나19 사태가 닥치고 자존감이 떨어져 그 어떤 역할도 할 수 없을 거라 낙담하고 있을 때 ‘귀인’의 손길은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다가왔다.

“단편도 찍어보고 카페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그랬어요. 그때 배우들이 모인 카페에서 함께한 것이 ‘우영우’에서 권모술수 권민우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주종혁이에요. 이제 서로 잘 되는 모습을 보고 ‘밥을 사라’며 툭툭 칭찬할 수 있는 사이가 됐죠.”

SBS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에서 백마리 역을 연기한 배우 김지은의 연기장면. 사진 SBS



귀인이 길을 끌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하지만 한 번 잡은 기회를 계속 자기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건 ‘의지의 영역’이다. 김지은은 어렵게 찾아온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셈이다. 그리고 기필코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준 남궁민 같은 선배가 될 참이다.

“정말 정말 정말(그는 정말 이렇게 세 번을 연달아 말했다) 저는 남궁민 선배님 같은 배우가 될 거예요. 후배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그런 선배요. 긍정이든 부정이든 ‘또 어떤 작품을 하는지 지켜보자’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그게 평생의 목표에요.”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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