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구입해 ‘고점’ 물린 집주인만 139만…시장선 급매물 적체·가격 하락 심화 전망

김현주 2022. 11. 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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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 대비 서울 집값 지난달 '역대 최대' 하락
한국부동산원 제공
 
올해 들어 가시화된 주택 거래절벽과 연이은 금리 인상에 전국 집값이 금융위기 이후 13년여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이 가운데 전국 집값이 정점을 찍은 지난해 주택을 매입한 이들이 139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스1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이 15일 발표한 10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가격은 전월 대비 0.77% 하락했다. 이는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12월(-0.78%)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특히 서울 하락폭은 9월(-0.47%) 대비 2배가량 몸집을 불린 0.81%에 달했다. 이는 관련조사가 시작된 2003년 11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수도권 하락폭은 0.64%에서 1.02%로, 지방 하락폭도 0.35%에서 0.55%로 모두 커졌다.

집값의 주요 하락 원인 중 하나로는 급매물이 꼽힌다. 한국은행이 올해만 6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자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입한 집주인들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서울에서 가장 하락폭이 컸던 노원구(-1.57%)의 경우 지난해 대표적인 2030 세대의 '영끌' 지역이다. 일명 '노·도·강'으로 묶인 도봉구(-1.13%)의 하락폭도 컸다.

이와 관련해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6일 "집값이 고점이었던 지난해 말 외지인 매입이나 무리하게 집을 매입하는 이른바 '영끌', '빚투'가 많았다"며 "집을 사자마자 가격이 떨어지는 걸 체감할 수밖에 없는 분들이 주로 급매를 내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때 '불패 지역'으로 통용됐던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 하락세도 심상치 않다. 송파구(-1.57%)는 지난달 서울에서 하락폭이 가장 컸던 지역으로, 9월에도 노원구·도봉구와 함께 서울 최대 하락폭 '톱3' 지역이었다. 특히 강남3구는 2020년 기준 서울시 내에서 다주택자가 가장 몰렸던 지역이기도 하다.

이에 채상욱 업라이즈 부동산 애널리스트는 "송파구는 대단지가 많아 거래가 활성화된 지역으로 시장 추이를 잘 반영하고 있는 편"이라며 "머지않아 강남구와 서초구도 송파구 추세를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집값 급등기 다주택자가 됐다면 상당히 타격이 클 것"이라고 봤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2020년 대비 2021년 보유주택 수가 늘어난 사람은 139만3000명에 달한다. 그중 103만6000명은 무주택자에서 유주택자로 전환된 사람으로, 집값이 고공행진하던 당시 자기자본에 대출을 더해 '막차'를 탔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금리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하락세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집값 급등기였던 2020~2021년 주택을 매입했을 경우 이자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미국발(發) 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인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금리가 사실상 시장가격을 통제하는 상황으로 현재는 '시장 자체가 멈췄다'고 보는 게 맞다"며 "금리가 인하된다는 시그널 지표가 나오기 전까지 거래량은 더 줄고 '급급매'에 의한 가격 하락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상욱 애널리스트는 "현재 주택가격 하락은 전세가격 하락 영향이 있다"며 "전세가격이 정점이었던 2021년 하반기에 체결된 계약이 만료되는 2023년 하반기 역전세가 극심해지면서 심각한 수준의 급매물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최근 정부의 부동산 시장 연착륙 대책이 시차를 두고 제한적이나마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봤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부동산원 발표는 규제지역이 추가 해제되기 이전의 데이터"라며 "규제지역 해제 효과는 2~3개월 정도 시차를 두게 되는데, 그 효과를 감안하면 급매물이 거래될 유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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