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1306> 전북 순창 무직산

이창우 산행대장 2022. 11. 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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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한반도 지형 물길 내고 능선 바위 기묘한 조각 빚었네


- 호정소 등산로 주차장 원점회귀
- 물돌이 풍경 ‘남녀 합궁’ 연상도

- 솥뚜껑 엎어 놓은 듯 ‘옥새바위’
- ‘스핑크스’ 별명 5m 높이 선돌
- 일급 조망처인 칼바위 등 이채
- 호젓한 강변산책로선 여유만끽

우리나라에서는 강이 ‘감입곡류’(嵌入曲流)하며 빚은 지형에서 흔히 한반도 모양을 연상하는데, 강원 영월 선암마을·정선의 상정바위산·경북 청송의 천지갑산 전망대 등에서 볼 수 있다. 충북 옥천 둔주봉 전망대에서는 반대로 된 한반도 지형도 만난다. 감입곡류는 하천이 산지나 구릉에서 구불구불한 골짜기 안을 흐르는 것을 뜻한다.

■‘물돌이’하는 한반도 지형

전북 순창 구림면 무직산에서 보는 조망이 한반도 지형으로 알려졌으나 마을에서는 남성의 생식기가 여성의 자궁(호정소)에 깊숙히 들어와 있는 모양이라고 한다. 천길 절벽 위 칼바위 전망대에서 치천이 물돌이 하며 빚어 놓은 절경 뒤로 회문산과 장군봉이 펼쳐진다.


이번에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한반도 지형을 소개한다. 전북 순창군 구림면에 치천(구림천)이 물돌이하며 빚은 한반도 지형을 품은 무직산(珷織山·572m)이다. 그런데 무직산에서 보는 조망이 한반도 지형이라고 외부에는 일부 알려졌으나, 정작 산 입구 마을에서는 생소하다 했다. 그러면서 “남성의 생식기가 여성의 자궁(호정소)에 깊숙히 들어와 있는 모양”이라고 마을 사람들은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지형에서 생명력 또는 생명성을 연상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어느 해 노루목재에 도로가 나면서 마을에 사단이 났다고 한다. 건강하던 장정들이 갑자기 원인을 알 수 없이 죽어 나가면서 마을에서는 도로 탓에 끊어진 남근 때문으로 보고 노루목재에 생태터널을 만들어 능선을 복원했다. 그 뒤 더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한다.

무직산은 마주한 회문산(837m)과 군립공원인 강천산(584m)의 명성에 가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 만큼 찾는 사람이 적어 조용하며 때 묻지 않은 산이다. ‘옥돌로 짠 산’을 뜻하는 ‘무직(珷織)’에서 알 수 있듯 산세는 험하지 않고 아기자기한데다 전망이 좋다. 산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흥미를 끄는 ‘스토리텔링’도 있다. 무직산의 유래인데, 호정소에 용이 되지 못한 못된 이무기가 살았다. 비린내를 좋아해 주민이 비린 생선을 먹고 지나가면 물고 행패를 부려 무직장군이 산 동쪽 호정소와 이어진 큰 동굴로 들어가 이무기를 쫓아냈다는 무직장군 전설이 있다. 산 형태가 무지개를 닮았으며 산등성이로 무지개가 자주 떠올라 무직산이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순창군 구림면 무직산 산행 경로는 금평교를 건너 호정소 등산로 주차장~옥새바위(386m)~415m봉~칼바위(한반도 지형) 전망대~율리·통안마을·무직산 정상 갈림길~무직산 정상~전망 덱~부처바위~박씨 가족묘~잠수교 갈림길~밀양 박씨 세장산 표지석~호정소 수변산책로~호정소 등산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다. 산행 거리는 약 7.5㎞이며, 4시간 안팎이 걸린다. 한반도 지형으로 알려졌지만 발기한 남성의 생식기와 여성의 자궁을 닮은 호정소, 이를 둘러싼 경치가 워낙 독특하고 빼어나 산행시간 예측은 무의미하다.

금평교를 건너 호정소 등산로 안내도가 있는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금평교 입구 이정표와 주차장 안내도에는 무직산이 아니라 ‘호정소(湖淨沼) 등산로’라 표기돼 있어 참고한다. 정면의 산이 가야 할 무직산이다. 오른쪽 영농 폐비닐 집하장과 간이화장실을 지나 수변 산책로를 150m쯤 가면 왼쪽에 호정소 등산로 이정표가 나온다. 본격적인 산행 들머리다. 이정표 설치와 등산로를 정비하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철탑을 지나 로프가 묶인 목책의 너른 길을 4분쯤 올라간다. 무직산 정상(2.5㎞)·옥새바위(0.6㎞)·한반도 전망대(1.5㎞)는 오른쪽으로 꺾어 나무다리를 건넌다.

■옥새 칼 부처바위 등 볼거리

만일사에서 보여 ‘불(佛)바위’로 불리는 부처바위.


굴참나무와 소나무가 울창한 숲길이 이어지다가 나오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된비알의 통나무 계단을 올라 오래된 무덤을 지난다. 집채만 한 바위를 돌아 능선에 올라서면 처음으로 조망이 열린다. 정면 회문산 산비탈에 무학대사가 이성계의 등극을 기원하며 1만 일 동안 기도를 올렸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하는 만일사(萬日寺)가 보인다.

회문산 오른쪽은 깃대봉이며, 왼쪽 암봉은 알프스의 마터호른을 닮았다는 장군봉이다. 임금의 옥새를 뜻하는 옥새바위는 높이가 8m 암벽이라 올라갈 수 없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옥새바위 조망 터가 나온다. 꼭 솥뚜껑을 엎어 놓은 모양인데 소 바위, 거북 바위로도 불린다. 10분쯤 소나무와 산죽이 깔린 완만한 능선을 타면 415m봉에 올라서고 왼쪽으로 급경사 길을 내려가면 나무 덱 계단이 안부까지 이어진다. 10분이면 다시 바위 벼랑에 설치된 덱 계단을 올라 전망 덱에 도착한다. 뾰쪽한 칼끝 같아 ‘칼바위’라 불린다.

호정소 수변산책로 덱 길을 걷는 취재팀.


한반도 지형을 조망하는 전망대로, 천길 절벽 끝에 들어선 일급 조망처다. 정면 북쪽 회문산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장군봉 여분산 추월산 강천산 산성산 광덕산이 펼쳐진다. 맑은 날에는 광덕산 왼쪽에 무등산도 보인다. 여기서 보는 옥새바위는 꼭 코끼리 같다. 발아래는 물도리하는 한반도 지형이다.

전망대를 나오면 20여 명이 쉴 만한 마당바위를 지난다. 20분쯤 능선을 올라가면 이정표 갈림길에 닿고 무직산 정상은 왼쪽으로 0.4㎞ 떨어졌다. 오른쪽은 율리·통안마을에서 올라오는 길. 5분이면 산불초소가 있는 무직산 정상에 선다. 최근 큰 정상석을 새로 세웠다. 조망은 나뭇가지에 가린다. 북쪽과 서쪽으로 회문산 장군봉 여분산 벌통산이, 남동쪽으로 건지산과 채계산 문덕봉 고리봉 등이 보인다. 하산은 산불초소 뒤쪽 회문산 자연휴양림(1.6㎞) 방향으로 간다. 안전난간이 설치된 바위 능선 왼쪽의 편평한 암반 전망대와 곧이어 나오는 전망 덱에서 치천이 빚어놓은 지형지물은 남녀 합궁 장면을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

임금의 옥새를 뜻하는 옥새바위로 마을에서는 소 바위 거북 바위로 불린다.


덱 계단을 지나 5분이면 5m 높이의 선돌을 만난다. ‘스핑크스·삼신할머니·불(佛)바위’로 불리는데 스핑크스는 산꾼들이, 삼신할머니 바위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분이 올라와 기도하면 소원을 들어 준다고 해 마을에서 이렇게 부른다. 불바위는 만일사에서 부르는 이름이며 ‘부처바위’를 뜻한다. 두꺼비 바위를 돌아 짧지만 전망이 열리는 바위 능선을 넘어 산길은 가파르게 내려간다. 낙엽과 잔돌이 깔려 미끄럽다. 30분이면 박씨 가족묘를 지나 강둑에 내려선다. 잠수교와 이정표 앞 갈림길에서 직진해 ‘밀양 박씨 세장산’ 표석을 지난다.

햇빛을 받아 갈대와 억새가 반짝이는 호젓한 강변산책로는 덱 길과 연결된다. 공룡발자국을 지나 치천을 U자로 돌아 잠수교 갈림길에서 약 40분이면 호정소 주차장에 닿는다.

# 교통편

- 부산~순창 버스 이용 불편
- 당일 산행 땐 승용차 권장

이번 산행은 부산에서는 거리가 멀어 대중교통으로는 당일 산행이 불가능해 승용차 이용이 낫다. 승용차 이용 때는 전북 순창군 구림면 금평길 4의 2 순창금평보건진료소를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설정하면 된다. 대중교통은 부산 사상 서부터미널애서 남원으로 간 뒤 순창 가는 직행버스로 바꿔 타고 순창터미널에 내려 구림행 군내버스로환승한다.

서부터미널에서 남원행은 진주 산청 함양 등을 경유하는 버스는 오전 6시30분이며, 직행버스는 8시10분 오후 2시5분 6시에 출발한다. 경유버스는 약 4시간, 직행버스는 약 2시간 40분 소요. 남원에서 순창 직행버스는 오전 7시10분 9시50분 10시25분 오후 12시30분 12시55분 등에 있다. 순창터미널에서 구림 금창·안정행 버스는 하루 4회(오전 6시20분 오후 2시10분 4시40분 7시)로 불편하다. 자주 있는 구림행 버스를 타고 구림정류장에서 내려 면내 마을을 운행하는 ‘행복 콜 버스(1800-9467)’를 타고 금평정류장에서 내린다. 1시간 전에 예약하며 요금 1인 1000원. 산행 뒤 금평정류장에서 미리 예약한 행복 콜 버스를 타고 구림으로 나간 뒤 순창터미널로 가는 버스로 바꿔 탄다. 순창에서 남원 가는 버스는 오후 4시40분 5시10분 6시40분 7시 등 이며, 남원에서 부산행은 직행버스는 오전 8시10분 오후 1시30분 6시30분 경유하는 버스는 오후 2시15분에 있다.

맛집 한 곳을 소개한다. 산행 들머리 인근의 구림에서 올 7월에 순창읍내로 이전한 함양식당이 있다. 수제고추장불고기정식(사진)과 백반정식인데, 백반정식에는 수제고추장 불고기만 없을 뿐 똑같이 21가지 밑반찬이 한정식 수준으로 나온다. 어머니 손 맛을 그대로 이어받은 딸이 운영한다. 수제고추장불고기정식 1인 1만4000원, 백반정식 1인 9000원, 2인 이상 주문.

문의=라이프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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